전국 최초 서울시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에 가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03.22. 13:50

수정일 2021.03.22. 16:39

조회 4,193

물고기CI가 시선을 끄는 마포뇌병변장애인비전센터 입구 ⓒ김윤경
물고기CI가 시선을 끄는 마포뇌병변장애인비전센터 입구 ⓒ김윤경

“이용자들이 가장 편안하고 안락한 공간으로 느꼈으면 좋겠어요”
지난 3월 15일 전국 최초로 개소한 서울시 마포구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를 찾았다.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은 전 생애에 걸쳐 재활‧치료가 필요한 성인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전국 최초의 전용 종합지원시설이다. 

2016년부터 장애인 부모들의 지속적인 바람으로 세워졌으며, ‘비전센터’라는 이름도 부모들이 직접 작명했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뇌병변장애인 15명이 평일 매일 등원해 낮 시간(10시~16시) 동안 돌봄 및 사회적응훈련·직업능력향상 교육, 건강관리 서비스 등 종합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가 지난 15일 마포구에 개소했다. ⓒ김윤경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가 지난 15일 마포구에 개소했다. ⓒ김윤경

전국 최초의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가 개소했다는 소식에, 직접 찾아가 보았다.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 입구에 그려진 알록달록한 물고기가 생기있게 맞이해 준다. 센터 CI인 이 물고기는 발달장애인 작가의 작품이다. 알록달록한 색은 뇌병변장애인의 개별성을 존중하고, 물고기는 센터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이용자들을 위한 생각은 입구부터 시작된다. 들어가는 곳은 무척 넓고 작은 경사로로 휠체어 이동 역시 수월하다. 실내용과 실외용 휠체어를 번갈아 이용하는 뇌병변 장애인에게 넓은 공간은 꽤 중요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공간이 확 트여 마음이 상쾌하다. 문턱이 없어 더 넓게 느껴지는 듯하다. 
의류 소독기(왼쪽)와 휠체어 소독판(오른쪽) ⓒ김윤경
의류 소독기(왼쪽)와 휠체어 소독판(오른쪽) ⓒ김윤경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는 작은 배려도 잊지 않았다. 입구 왼쪽에는 코로나19를 비롯한 감염을 예방할 의류 소독기와 휠체어 소독판을 마련해 놓았다. 오른쪽 신발장에는 각각 이용자 이름을 써 놓아 애착을 느낄 수 있도록 했고, 앉아서 신을 신을 수 있는 의자도 마련했다. 두 기둥은 없앨 수 없어 쿠션방지를 한 후, 앉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시력을 고려해 교실마다 크게 숫자로 표시해 놓았다. 멀리서도 잘 보인다. ⓒ김윤경
시력을 고려해 교실마다 크게 숫자로 표시해 놓았다. 멀리서도 잘 보인다. ⓒ김윤경

“뇌병변장애인들은 시력이 약하거든요. 곳곳마다 그 점을 고려했습니다” 
뇌병변장애인들이 거동이 어렵고 시력이 약한 점도 고려했다. 교실마다 원색으로 적힌 큼직한 숫자가 멀리서도 잘 보인다. 3개 교실은 직원들이 생각해낸 우리말 가온, 나래, 다솜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설명도 곁들였다.
사물함에 표시된 초록색 동그라미를 누르면 열리게 돼 있다. ⓒ김윤경
사물함에 표시된 초록색 동그라미를 누르면 열리게 돼 있다. ⓒ김윤경

사물함에는 더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이용자 이름과 사진 옆 동그란 표시가 눈에 띄는데 이 부분을 누르면 사물함 문이 열리는 시스템이다.
기둥은 쿠션으로 감싸고(왼쪽), 방마다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는 긴급비상벨(오른쪽)을 두었다. ⓒ김윤경
기둥은 쿠션으로 감싸고(왼쪽), 방마다 간호사를 호출할 수 있는 긴급비상벨(오른쪽)을 두었다. ⓒ김윤경
집단활동실 한쪽에 마련된 침대. 전등에 불투명유리를 대어 침대에 누웠을 때 눈 부시지 않게 배려했다. ⓒ김윤경
집단활동실 한쪽에 마련된 침대. 전등에 불투명유리를 대어 침대에 누웠을 때 눈 부시지 않게 배려했다. ⓒ김윤경

교실은 프로그램에 따라 가림막으로 연결하거나 막아 사용할 수 있으며, 이동도 쉽도록 해놓았다.  또한 방마다 비상벨을 두어 집단활동실에 위치한 간호데스크와 언제든 연결되게 했다. 집단활동실 한켠에는 피곤한 이용자들을 위해 욕창 방지 침대를 마련했다. 세심하게 신경 써, 이용자가 누웠을 때 눈부시지 않도록 천장 전등에 불투명유리를 덧댄 점은 감탄이 나온다. 
넓은 화장실
넓은 화장실 ⓒ김윤경

안전 역시 고려했다. 화장실 중 한 곳은 대피공간을 겸하고 있다. 화재 발생 시, 양 문밖 스프링 쿨러가 열기를 식혀주는 동시에, 내부는 바깥 환기 시스템과 연결돼 소방차를 기다리며 1 시간 가량 대피할 수 있다. 화장실은 매우 넓어 이용하기 적합해 보였고, 호이스트(천장 주행용 이동장치)를 매달아 이동을 돕기도 한다. 위아래 높이 조절이 가능한 세면대와 휠체어를 탄 채 몸무게를 잴 수 있는 휠체어용 체중계도 유용하다. 
스누젤렌(심신안정실)이 마련돼 있다.
스누젤렌(심신안정실)이 마련돼 있다. ⓒ김윤경

무엇보다 시선을 끄는 건, 스누젤렌(심리안정실)이다. 스누젤렌실은 이용자가 불안한 경우, 빛, 소리, 촉각 등 감각을 자극해 마음을 안정시켜 주는 공간으로,  방바닥은 쿠션처럼 돼 있고 광섬유로 만든 폭포처럼 생겼다. 직접 들어가 보니 반짝이는 불빛이 흐르는 광섬유의 부드러운 촉감에 차분해지는 느낌이었다. 
김민성 센터장이 핸드폰에 부착한 발달장애인이 그린 비전센터 CI 물고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민성 센터장이 핸드폰에 부착한 발달장애인이 그린 비전센터 CI 물고기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경

“뇌병변장애인을 위한 인프라가 적은 점이 안타깝지요. 많은 곳에 생기면 좋겠어요”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를 소개해준 김민성 센터장의 핸드폰 케이스에 붙은 물고기 스티커가 눈에 띄었다. 앞서 본 물고기CI 다. 
“고된 일이지만, 이용자들의 웃는 모습을 보면서 모두 다시 힘을 얻어요.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저희 센터가 최초인 만큼 모범적인 사례가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집단활동실. 휠체어를 탄 이용자 곁에 직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윤경
집단활동실. 휠체어를 탄 이용자 곁에 직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윤경

현재 이용정원은 총 15명이다.  돌봄 인력이 한정돼 있어 기초생활수급자 중에서도 좀 더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우선순위를 둔 후, 추첨을 통해 선정했다. 
일주일 정도 적응기간이 끝나면 결원을 포함한 추가 모집 공지가 있을 예정이다. 대상은 만 18~64세의 뇌병변장애인으로 평일 10~16시까지 개인별 특성에 맞춰 교육과 돌봄, 건강 등을 종합한 서비스를 받게 된다. 
간호사가 상주하고 있으며, 월 두 번 의사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현재 적응기간에는 활력징후(건강)체크를 시작으로 오전에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프로그램, 오후에는 이용자 선택에 따라 동적 프로그램과 정적 프로그램으로 그룹을 나눠 실시한다. 
높낮이 조절 세면대와 휠체어 체중계. 일일이 안고 재는 수고를 덜어준다.
높낮이 조절 세면대와 휠체어 체중계. 일일이 안고 재는 수고를 덜어준다. ⓒ김윤경
집단 활동실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대기중이다.
집단 활동실에 상주하는 간호사가 대기중이다. ⓒ김윤경

휠체어에 앉은 한 이용자 곁에 여러 직원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무척 평온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니, 더 많은 장애인이 이런 곳을 이용할 수 있었으면 싶은 생각이 굳건해졌다. 또한 손길이 많이 필요한 뇌병변장애인들을 돌보는 직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여러 힘이 모아지면 좋겠다. 

서울시는 앞으로 매년 2개소씩 2023년까지 총 8개소의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를 세울 계획이라고 한다. 향후 곳곳에 센터가 생겨날 그 날을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 서울시 뇌병변장애인 비전센터

○ 주소: 서울시 마포구 신촌로 26길 10, 우리마포복지관 2층
○ 가는법: 2호선 이대역 6번 출구에서 도보 4분
○ 운영시간: 평일 10:00~16:00 주말 및 공휴일 휴무
○ 서울복지포털
○ 문의: 02-702-5771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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