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산 아래 울려퍼진 풍악 한마당 '여기 평화가 있소'
발행일 2021.02.10. 14:00
도봉평화문화진지에서 2021 신축년 설맞이 한마당
봄이 오는 도봉평화문화진지에서 한바탕 봄맞이 풍악이 울려 퍼졌다. 신축년 입춘(2월3일)과 설날을 맞아 열린 설맞이 행사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주민들을 위해 마련한 행사라고 한다.
도봉평화문화진지에서 2021 신축년 봄맞이 전통문화 한마당이 벌어졌다. ⓒ이선미
지난 7일 일요일 오후, 음악을 따라가니 무대가 보였다. 이날의 무대는 평화광장이었다. 평소에도 지역 행사나 청소년들의 버스킹이 자주 열리는 곳이다. 공연자들의 무대는 따로 마련됐지만 객석은 환히 열린 광장 그대로였다.
따로 관람석이 마련되지 않고 자유롭게 공연이 진행되었다. ⓒ이선미
편안한 공연이었다. 내빈 소개도 없고 따로 의자도 없고 특별히 마련된 프로그램 리플릿도 없었다. 무대에서는 정성껏 연주를 하고, 시민들은 모여들었다가 빠져나갔다가 물 흐르듯 공연이 이어졌다. 마스크를 썼지만 그래도 말은 하지 않도록, 가능하면 박수로만 응원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다들 흔쾌히 손뼉을 치고 두 손을 번쩍 올리며 화답했다.
봄을 맞는 기쁨과 코로나19 극복 기원을 담아 경기민요가 이어졌다. ⓒ이선미
공연자들은 봄이 오는 기쁨을 같이 나누고 코로나 극복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노래한다고 인사했다. 창부타령에 이어 청춘가, 태평가, 뱃노래 등 경기민요가 시민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전통창작 연주와 '판굿', '사자춤', '양주별산대놀이' 등 우리 전통연희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절로 어깨춤이 나는 흥겨운 무대였다.
양주별산대놀이 연희자가 시민들의 호응을 유도하고 있다. ⓒ이선미
어르신들은 양주별산대놀이를 보며 추임새를 넣고, 사물놀이의 장기 자랑에는 너나없이 연신 탄성과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함께 등장한 사자가 시민들 사이로 들어가 짓궂은 장난을 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사물놀이와 사자춤은 한껏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이선미
한쪽에서는 새해 소원을 담은 쪽지를 써서, 무대 줄에 묶는 '새해 소원 묶기'도 진행했다, 평화문화진지 바닥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려보는 '우리 동네 스케치북' 체험 프로그램도 이어졌다. 광장 바닥이 스케치북이 됐다. 아이들은 바닥에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리다가 흥겨우면 덩달아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평화광장 바닥이 어린이들에게 스케치북이 되었다. ⓒ이선미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어서 다들 여기저기 옹기종기 선 채로 모여들었다 흩어졌다를 했다. 오래된 우리 노래가 흐르니 어르신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지만 어린이들 역시 신나게 시간을 보냈다. 등산복 차림의 시민들도 눈에 뜨였다. 도봉산에서 내려오는 길에 풍악에 이끌린 것이다.
2017년 개관한 ‘평화문화진지’는 창포원과 함께 시민들의 산책 공간이자 문화 공간이 되었다. 남북으로 분단된 상황에서 1970년 수도 서울을 방어하기 위해 250미터에 이르는 대전차 방호시설이 들어섰다. 2층에서 4층까지는 위장을 위해 시민아파트가 지어졌다. 시민아파트는 2004년 노후화로 철거되고 군사시설만 존치된 상태로 10여 년이 지났다. 2014년부터 공간 재생이 이뤄지면서 2017년 평화문화진지로 재탄생했다. 2016년에는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시민들의 문화 창작 공간으로 재탄생한 대전차 방호시설 ⓒ이선미
분단의 상징이었던 대전차 방호시설에 각각 시민동, 창작동, 문화동, 예술동, 평화동이라는 이름으로 공연을 위한 공간, 전시 공간, 공유공방이 들어섰다.
평화 광장 앞에 서 있는 세 개의 벽 또한 자연스럽게 ‘평화문화진지’의 한 요소가 되었다. 독일 베를린에서 기증한 베를린 장벽은 새삼 대한민국이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떠올리게 했다.
분단의 장벽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이제 과거의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다. ⓒ이선미
중정으로 들어서자 도봉구 최초의 시민아파트였던 대전차 방호시설의 주거공간이 어렴풋이 남아 있었다. 시민아파트 당시 2층으로 오르던 계단 일부도 그대로 남아 과거와 오늘을 이어주었다. 2층으로 올라가니 사방이 환히 열려 상쾌했다.
2층으로 올라서니 시민아파트의 흔적이 내려다보였다. ⓒ이선미
잠시 창포원을 산책했다. 아직 곳곳에 잔설이 남아 있지만 햇살이 따뜻해 시민들이 많이들 보였다. 봄을 맞으며 흥겨운 노래와 춤을 보다 보니, 대전차 방호시설이 폐기되고 시민들의 공간이 된 평화문화진지에서 누리는 평화가 새삼 귀했다. 시민들이 새해 소원에도 많이들 쓴 것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부자유와 불편으로부터도 우리가 평화로워지기를, 진짜 봄을 맞게 되기를 기원했다.
아직 잔설이 남아 있는 창포원에도 봄이 오고 있다. ⓒ이선미
■ 평화문화진지
○ 위치 : 서울 도봉구 마들로 932
○ 운영시간 : 10:00 ~ 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홈페이지 : http://culturebunker.or.kr/
○ 문의 : 02-3494-1970
○ 운영시간 : 10:00 ~ 18:00
○ 휴무일 : 매주 월요일
○ 홈페이지 : http://culturebunker.or.kr/
○ 문의 : 02-3494-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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