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운명에서 다시 살아난 섬

시민기자 시민리포터 유태웅

발행일 2012.06.25. 00:00

수정일 2012.06.25. 00:00

조회 2,708

[서울시 하이서울뉴스] 전남 순천만과 경남 창녕 우포늪은 대표적인 람사르습지로 유명하다. 람사르습지란 물새 서식지 습지 보호 국제규약(람사르 협약)에 따라 지정된 천혜 환경의 습지를 말한다. 최근 생태탐방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람사르습지는 우리나라에 모두 17개가 있다. 오는 6월 말경이면 서울 한강에 있는 밤섬이 열여덟 번째 람사르습지로 등록될 예정이다.

서울권역 한강엔 밤섬 외에도 모두 세 개의 섬이 있다. 여의도와 노들섬, 선유도 등이다. 이 가운데 밤섬은 섬 주변이 콘크리트 제방이 아닌 천연 모래사장으로 이루어진 유일한 천혜 생태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때문에 밤섬은 1999년에 서울시 생태경관보전지역 1호로 지정되어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고 있다. 밤섬은 한강 조류 방향을 기준으로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크게 나뉜다.

밤섬 람사르습지 등록을 앞둔 지난 6월 20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는 서울시 프로젝트블로거와 한강자원봉사자, 기자 등 40여 명을 초청해 밤섬 일대를 둘러보는 생태탐방 일정을 가졌다. 한강에서 밤섬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의미와 생태계 중요성을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일정이었다. 탐방은 여의도 관공선 선착장에서 행정선 2대로 출발해 도착한 서강대교 북단 아래 아랫밤섬 북쪽 강변에서 시작했다.

밤섬 탐방루트는 키 높이까지 자란 수풀을 헤치고 아랫밤섬을 북쪽에서 남쪽 방향으로 횡단하는 코스다. 탐방로 일대는 뽕나무와 버드나무, 쑥부쟁이 등 각종 나무와 수풀로 무성하다. 아랫밤섬 탐방로 중앙엔 한때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표지석이 있다. 표지석은 계속 퇴적되는 밤섬의 지형적 영향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이 모래에 묻힌 상태다.

밤섬에 사람들이 살았던 역사는 약 600년 정도다. 고려시대 때부터 사람이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밤섬 사람들은 배를 만들거나 뽕나무를 재배하며 살았는데 반듯한 집을 짓고 살 정도로 윤택한 삶을 누렸다고 한다. 이런 밤섬은 1968년 한강 개발에 따라 여의도를 새롭게 조성하면서 당시 600여 명의 주민이 이주하고 섬 자체가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밤섬은 비록 사라지는 운명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럽게 기반암 위로 모래 등 퇴적물이 계속 쌓이면서 지금의 밤섬이 다시 형성됐다. 밤섬은 지금도 매년 꾸준히 커지고 있다. 1985년엔 17ha 정도였던 것이 2008년 무렵엔 약 27ha 규모까지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자연스러운 생태계 힘에 의해 다시금 섬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밤섬은 최근엔 한강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한강은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한강 개발 계획에 따라 암사동에서 행주대교 구간까지 약 40km에 이르는 강 주변이 콘크리트로 도배가 되면서 자연지형이 대부분 사라진 지 오래다. 때문에 자연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밤섬은 어류나 새들이 산란하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는 천혜공간으로 생태학적으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날 탐방해설을 맡은 이호영(동국대 생태계서비스연구소) 연구원은 "윗밤섬 쪽이 주요 산란 장소다. 이곳은 산란철엔 물반 고기반이다. 한강에서 힘 좀 쎄고 자리 좀 차지할 수 있는 어류들이 알을 낳는 곳이다. 먹잇감도 풍부해 새들도 많이 모여든다. 겨울에는 1만 마리 정도 철새가 날아온다"라고 말한다.

밤섬 탐방로 일대 수풀 속에선 갖은 새소리가 흘러나온다. 현재 철새는 모두 떠나고 주로 우리나라 텃새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여름 철새는 별로 없고 왜가리 둥지가 많이 발견되고 있다. 밤섬 모래사장엔 민물가마우지가 떼로 모여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아랫밤섬과 윗밤섬이 작은 물길로 나뉘는 강가엔 물고기 인공 산란장이 있다. 밤섬 일대가 한강 어류의 주요 산란 장소로 유명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는 곳이다.

밤섬 안에 펼쳐진 숲엔 버느나무가 많다. 비가 많이 내리는 계절엔 밤섬이 강물에 거의 잠기기 때문에 이런 지형적 환경에 맞는 버드나무가 많은 것. 뽕나무도 볼 수 있는데 자연적으로 서식한 것은 아니다. 원래 밤섬에 살았던 주민들이 이를 기념하기 위해 심어놓은 것이라고 한다. 밤섬 숲은 희귀종은 없고 평범하면서도 가장 자연스러운 숲 형태를 이루고 있다. 역시 계절에 따라 수시로 물에 잠기는 지형적 영향 때문이다.

윗밤섬과 아랫밤섬으로 나뉘는 곳엔 정주( )형 습지가 넓게 형성돼 있다. 마치 호수처럼 잔잔한 이 곳은 물고기 산란 공간으로도 중요하다. 정주형 습지에서 한강까지는 부드러운 모래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이 형성돼 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이곳은 물줄기가 흐르던 곳이었다고 한다. 꾸준히 변하는 밤섬의 지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여의도 일대는 뉴욕 맨하튼이 연상될 정도로 멋진 풍광이다. 해변가처럼 모래사장으로 강물이 출렁이는 모습은 서울권역 한강변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자연상태의 강변 풍경이다. 사람의 발길과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아 자연그대로 보존된 밤섬은 서울 한강에서 원시상태의 자연을 만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공간이다.

밤섬은 현재 약 80종 10,000여 개체의 조류가 찾고 있는 한강 생태계의 보고다. 어류는 황쏘가리 등 30여 종이 넘는 종류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근엔 물새 서식지로서 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습지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는 추세다. 우리나라에서 열여덟 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예정인 한강 밤섬은 수도권에선 보기 드문 생태보존지역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밤섬 생태 정밀변화 관찰연구에 참여해 온 이호영 연구원은 "앞으로 어떻게 밤섬을 관리해야 할지 현재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시민들이 조금이나마 자연을 배우고 관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밤섬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을 고민해 볼 때"라며 람사르 습지 등록을 앞둔 밤섬 활용방안에 대한 기대감을 말한다. 수도권에선 처음으로 람사르 습지로 등록될 예정인 한강 밤섬은 생태계 보존 방안과 더불어 향후 서울 시민들에게 귀중한 친환경 생태탐방지로서 역할이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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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밤섬 #람사르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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