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각역 '태양의 정원'...영화 속 지하도시가 눈앞에 딱!

시민기자 박은영

발행일 2019.12.19. 15:30

수정일 2019.12.19. 16:58

조회 6,860

120년을 동면 상태로 머물며 생존이 가능한 새로운 행성으로 향한다는 내용의 영화 <패신저스>의 마지막 장면은 경이로웠다. 우주선 내부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과 나무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의 지하, 그것도 실내에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 바로 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서 말이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앞 ⓒ박은영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앞 ⓒ박은영

서울시는 증가하는 도심 속 유흥공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며, 이는 도시재생이란 이름으로 재탄생하는 공간들을 조성하는 계기가 됐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은 노후 된 고가도로를 공중정원으로 변모시킨 서울로 7017에 이어 2018년 종각역 지하보도를 정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 1년여 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 12월 13일 개장했다.

종각역 지하보도에 조성한 '종각역 태양의 정원' ⓒ박은영

종각역 지하보도에 조성한 '종각역 태양의 정원' ⓒ박은영

지상의 자연광을 고밀도로 모아 지하로 전송하는 원리로 탄생한 '태양의 정원'은 1호선 종각역 북측의 지하보도에 위치해 있다. 오가는 사람들로 늘 붐비던 평범한 지하 통로의 싱그러운 변신이 흥미로웠다.

 태양의 정원에서는 평소에 볼 수 없던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볼 수 있다 ⓒ박은영

태양의 정원에서는 평소에 볼 수 없던 다양한 종류의 나무를 볼 수 있다 ⓒ박은영

종각역에서 하차해 종로서적으로 향하는 길에서 볼 수 있는 태양의 정원은 그야말로 화사했다. 자연 그대로의 햇빛으로 자라는 나무들이 가득했는데 그 종류도 다양했다. 유자나무, 금귤나무, 레몬나무 등 과실수를 포함해 우리나라 고유수종인 황칠나무, 동백나무, 구골나무 등 평소에 볼 수 없는 종류의 나무까지 총 37종의 식물들을 볼 수 있었고, 나무를 둘러 벤치를 조성해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천장에 설치 된 채광을 위한 장치가 멋스럽다 ⓒ박은영

천장에 설치 된 채광을 위한 장치가 멋스럽다 ⓒ박은영

천장에는 채광을 위한 장치들이 있었는데, 지상의 햇빛을 원격 집광부를 통해 고밀도로 모으고, 특수 제작된 렌즈에 통과시키는 원리다. 손실은 최소화하면서 지하보도까지 햇빛이 전달될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이었다.

 

태양의 정원에 식재한 동백나무 ⓒ박은영

지상에 설치되는 집광부 장치는 프로그램을 통해 태양의 궤도를 추적하여 집광할 수 있으며, 투명한 기둥으로 태양광이 전송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지상에 8개의 집광부를 설치, 자연채광 제어기술을 활용해 자연 그대로의 햇빛을 지하로 전송, 종각역 태양의 정원이 만들어진 것이다.

 태양의 정원 입구 계단은 리모델링해 객석으로 만들었다 ⓒ박은영

태양의 정원 입구 계단은 리모델링해 객석으로 만들었다 ⓒ박은영

공간 디자인 등 기본구상 용역에는 미국 뉴욕의 지하 공간 재생 프로젝트인 로라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제임스 램지 건축가도 참여했다고 한다. 또한, 로라인의 태양광 채광기술을 담당하는 한영 합작 벤처기업이 설계 및 공사과정에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개장 후 이곳 태양의 정원에는 지하에서 피어나는 식물들의 신기한 풍경을 보기 위해 모여 든 사람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태양의 정원은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박은영

태양의 정원은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이용될 예정이다 ⓒ박은영

종각역 태양의 정원의 용도는 녹지공간 뿐 아니다. 사람들이 쉽게 모일 수 있는 점을 활용해 다목적 문화공간으로도 이용될 예정이라고 한다. 계단은 리모델링해 객석으로 만들었고 각종 교양강좌, 소규모 공연이 가능하도록 새롭게 조성됐으며, 청년창업 지원 공간, 홍보, 교육, 지원 사업 등을 제공하는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태양의 정원'이란 이름은 시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박은영

'태양의 정원'이란 이름은 시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박은영

렇다면 ‘태양의 정원’이란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역시 시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서울시는 지난 8월 13일부터 9월 11일까지 종각역 지하공간의 이름에 대한 시민 공모전을 진행, 총 1,139명의 시민이 2,750의 명칭을 제안했으며 서울시는 그 중 ‘종각역 태양의 정원’을 공식 명칭으로 선정했다.

 외부 기상 여건과 상관없이 LED조명을 통해 실내에서도 일정한 빛을 받을 수 있다 ⓒ박은영

외부 기상 여건과 상관없이 LED조명을 통해 실내에서도 일정한 빛을 받을 수 있다 ⓒ박은영

황사와 미세먼지 등 실외 활동이 부담스러운 요즘 외부 기상 여건과 상관없이 자연 그대로의 태양광을 느낄 수 있는 태양의 정원은 비가 오거나 한파가 몰아쳐도 자동으로 LED조명으로 전환돼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일정한 빛도 받을 수도 있다.

 종로 서적 입구 ⓒ박은영

종로 서적 입구 ⓒ박은영

겨울, 앙상한 가지의 나무들 사이에서 사계절 언제나 싱그러운 푸른 나무를 즐길 수 있게 돼 무엇보다 반갑다. 종각역 태양의 정원이 지하의 자연 쉼터와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이름만큼 빛나는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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