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가입된 실손보험 대처법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발행일 2015.06.29. 16:30
경제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톡 105
지난해 말 직장인 박 모 씨(37)는 보험회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보험회사는 “실손보험이 중복가입돼 있으니 기존에 지급한 보험금 절반을 돌려 달라”고 요구했다.
실손보험은 아프거나 다쳤을 때 의료비를 실비로 받을 수 있는 상품이지만 비례보상이 원칙이다. 두 개의 실손보험에 동시에 들었더라도 받는 금액이 그만큼 늘어나는 게 아니다. 보험사가 절충해 의료비를 대략 절반씩 나눠 지급받는다. 박 씨는 개인 실손보험이 있었지만 회사에서 일괄적으로 단체보험에 가입해 중복가입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어 당황했다.
실손의료보험은 원칙적으로 중복가입을 하지 않는 게 정답이다. 그러나 생각지 않게 중복가입이 되는 경우가 있다. 박 씨처럼 개인적으로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했는데 직장에서 별도로 가입시켜주는 경우다. 또는 보험사의 불완전판매로 의도하지 않게 중복가입하는 사례도 왕왕 있다.
실제 중복가입 숫자가 적지 않다. 2009년 10월 처음 판매된 이후 2개 이상 가입된 계약은 23만 건에 달한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중복가입자에게 안내 메일을 돌리도록 했다.
불완전판매로 가입했다면 이자 포함해 보험금 환급받아
중복가입이 된 사실을 알았다면 보험사에 연락해 중복 계약을 해지하면 된다. 불완전판매가 확인된 계약이라면 이자를 포함해 납입한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다.
불완전 판매 기준은 보험사가 실손의료보험 판매 시 계약자의 중복 가입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예를 들어 실손의료보험 가입 시 비례 보상된다는 사실을 설명 받지 못했거나, 중복 가입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청약서·상품설명서상 자필 서명을 누락·대필한 경우 등이 있다.
단 개인 실손보험은 2003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가입된 상품에 한해, 단체보험은 2009년 10월 이후 개인 실손가입자 중 개인·단체 실손 유지계약에 한해서만 보상 받는다. 또 계약 체결 시 대부분 청약서, 계약서, 입찰 공고문 등을 통해 비례보상을 안내받기 때문에 설명 부족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복가입하면 고액사고 때 보상금 커져 유리
중복가입했다고 반드시 해지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복지 차원에서 가입해주는 단체 실손은 담보 한도가 개인보험보다 적은 경우가 많다. 회사 퇴사 후 단체보험을 개인으로 변경할 수도 없기 때문에 추후 보장을 받기도 어렵다. 연령이 높아지거나 질병이나 상해 진단을 받는다면 실손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다면 굳이 해지할 이유는 없다.
이미 복수의 실손의료보험을 가입한 경우 보장한도가 늘어나게 돼 고액사고에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실손보험 보장 범위는 2009년 통원치료비 1일 30만원, 입원치료비 연간 5,000만 원으로 표준화됐다. 만약 병원비가 7,000만 원이 나왔다면 실손보험 하나만으로는 5,000만 원밖에 못 받지만 두 개를 들었다면 7,000만 원을 다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 병원비가 5,000만 원을 넘는 경우는 드물어 실익에 비해 보험료 부담만 커지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
생명보험과 실손보험간 중복보장은 가능하다. 실손보험은 비례보상이 원칙이지만 정액을 보상하는 담보는 중복보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생보사 암보험을 여러 개 들었다면 가입한 보험사 모두에서 암진단비나 수술비를 받을 수 있다. 생보사 A상품에 입원일당, 손보사 B상품에 입원일당과 실손 특약을 들었다면 모두 각각의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 특약을 복수의 상품에 들었다면 중복보장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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