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모아 티끌’은 틀린 말입니다
명순영(매경이코노미 재테크팀장)
발행일 2015.03.09. 13:10
경제전문기자 명순영의 재테크톡 89
개그맨 박명수 씨는 재치 있는 말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줘왔다. 그의 '어록' 중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고사성어를 패러디한 것으로 작은 돈을 모아봤자 큰 돈을 만들기 어렵다는 뜻의 풍자였다.
하지만 필자는 이 말에 동의하기 어렵다. 박명수 씨의 말을 재테크에 비유하자면 푼돈을 모아 봐야 푼돈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푼돈을 모아 재벌이 될 수 없을지 몰라도 경제적으로 여유롭게 해 줄 적지 않은 돈을 만들 수 있다. 바꿔 말해 가난한 사람이 푼돈조차 모으지 않는다면 절대 부자가 될 수 없다. 푼돈을 아낀다는 것은 단지 돈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인생의 습관을 바꿔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최고의 부자는 80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빌 게이츠였고 2위는 670억 달러의 워런 버핏이었다. 그러나 자산이 1,500억 달러에 달하는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 패밀리가 미국 최대의 부자 집안이라도 해도 될 것이다.
창업자 샘 월튼의 푼돈 아끼는 습관은 익히 유명하다. 과거 샘 월튼을 취재하는 기자들이 검소하기로 소문난 그를 시험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가 걸어가는 길에 1센트짜리(약 10원) 동전을 던져 놓고, 줍는지 안 줍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동전을 던진 이후 몇 분 뒤 월튼의 차가 왔고 차에 내린 그는 동전을 주웠다. 세계적인 갑부가 보통사람도 소홀히 여기는 1센트짜리 동전을 줍기 위해 허리를 굽힌 것이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기자들에게 그는 "대공황의 경험 때문인지 어린 시절부터 무엇이든 아끼는 습관에 익숙해져 그렇다"고 답했다. 월마트는 제작비를 줄여 소비자에게 싼 값에 제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약간의 이윤을 붙이는 사업모델을 쓴다. 샘 월튼의 푼돈 아끼기가 월마트의 사업 전략에 녹아들었고 이를 통해 전세계에서 유례없는 성공사례를 만든 셈이다.
박명수 어록 '티끌을 모으면 티끌'…재미있는 말이지만 재테크 관점에선 틀려
이는 최근 출간 된 '푼돈 재테크(더난 출판사, 장순욱 지음)'에 소개된 얘기다. 저자는 푼돈을 아껴 성공한 지인의 얘기도 담았다. 20년 전 버스비를 이끼기 위해 다섯 정거장을 걸어 출퇴근한 신입사원이 있었다. 그는 절약한 버스비를 출근하자마자 회사 책상 위 돼지저금통에 넣었다.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을 것 같은 푼돈이지만 다섯 달 만에 자전거를 살 만 한 돈으로 커졌다. 그는 자전거를 구입해 이전보다 더 많은 교통비를 아꼈다. 그렇게 절약하던 지인은 20년이 지난 뒤 매출액 100억 원대 중견기업 사장이 됐다. 푼돈을 아껴 돈을 키운 것도 의미가 있거니와, 동시에 돈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몸이 건강해지고 부지런해진 것은 더 큰 결실이었다.
직장인 누구나 연봉 인상을 원한다. 경영진과 직원 간 연봉만큼 첨예한 이슈도 없다. 저자는 푼돈을 아끼면 연봉 10%를 거뜬히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연봉 2,000만 원을 받는다면 10%는 200만 원이다. 이를 365일로 나누면 5,500원 정도다. 하루 밖에서 사먹는 커피 한잔을 아끼거나 외식을 줄이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의 돈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연봉이 10%나 올랐는데 삶이 나아진 게 없다면 소소한 지출이 많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푼돈을 모아 목돈을 만들어본 이들은 한결같이 "돈 모으는 재미가 기대 이상으로 쏠쏠했다"고 입을 모은다. 돈을 모으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적금을 중시해야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적금은 이자가 낮아 재테크의 맛이 강렬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원금을 까먹지 않기 때문에 목돈을 만드는 습관을 키우기에 제격이다.
특히 종잣돈 마련이 재테크 출발점이라고 본다면 사회 초년병 등 젊은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실제 많은 부자들이 다양한 재테크 전략을 쓰기에 앞서 적금으로 종잣돈을 모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희망이 없으면 절약도 없다. 절약하는 마음 밭에 희망이 찾아온다. 절약과 희망은 연인 사이다."
불황의 시대, "우리가 절약하는 이유는 미래를 위해서"라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말을 되새겨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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