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선수 최은성의 승리와 바꾼 의리, 결국 용기란...

김별아(소설가)

발행일 2014.08.08. 15:02

수정일 2014.08.08. 15:02

조회 1,577

최근 그라운드를 떠난 노장 최은성 선수. 인생의 전부인 그라운드를 떠나는 그는 은퇴식에서 인상적인 고백을 하나 했는데, 바로

용기란 두려움에 대한 저항이자 두려움을 정복하는 일이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서울톡톡] 43세의 축구선수 최은성이 은퇴했다. 그의 포지션은 골키퍼. 초등학교 때부터 30여 년 동안, 프로선수로서 18년 동안 공을 막았다. 온 국민이 다 아는 월드컵 스타는 아니지만 지난해 전북현대와 성남일화의 K리그 경기로 화제가 된 '골키퍼의 자책골'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아, 그 선수!"라고 무릎을 칠 것이다.

성남일화가 2대 1로 앞선 상황에서 성남에 부상 선수가 발생하자 성남의 골키퍼는 사이드라인 밖으로 공을 걷어냈다. 경기가 다시 시작되었을 때 전북이 성남에게 공을 넘겨주는 것은 축구계의 불문율이자 예의. 그런데 전북의 이동국이 성남의 골키퍼에게 공을 건네주려 롱패스를 했는데, 그게 어찌어찌 골문으로 들어가 득점으로 연결되어버렸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지경에 어쨌거나 스코어는 2대 2 동점.

이동국이 곧바로 손을 들어 실수임을 인정했지만 경기장의 분위기는 험악해졌고, 성남 선수들이 항의하는 과정에서 전북 선수를 넘어뜨리는 바람에 퇴장까지 당했다. 이때 재개된 경기에서 이동국이 다시 볼을 잡아 골키퍼 최은성에게 연결하자, 최은성은 그 패스를 받아 자신의 팀 골문으로 공을 차 넣었다. 결국 경기는 3대 2, 성남의 승리. 언론은 최은성의 득점(?)을 '매너 자책골'이거나 '페어플레이 자살골'이라고 불렀다. 때로 경기장에는 승리 그 자체보다 중요한 것이 있음을 그는 온몸으로 보여준 것이다.

청춘을 모두 바친, 어쩌면 인생의 전부인 그라운드를 떠나는 노장은 결국 은퇴식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 눈물만큼 인상적인 고백을 하나 했는데, 바로 "공이 무섭고 두려웠다"는 것이었다. 골키퍼들끼리는 '골키퍼가 공이 무서워지면 장갑을 벗을 때'라는 농담 아닌 농담을 주고받는다지만, 손목에 맞으면 그대로 뼈가 부러져나가는 시속 100킬로미터에서 130킬로미터까지 이르는 초고속 슛 앞에서 두렵지 않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다.

외과의사도 피가 무섭고, 소방관도 불이 두려울 수 있다. 아니, 당연히 무섭고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용기를 내어 슛에, 피에, 불에 맞선다. 태어날 때부터 특별히 용감한 DNA를 가진 것이 아니라, 남들이 두려워 피하는 것들에 맞서 싸워 마침내 이기는 것뿐이다. 한국 독자들에게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어린이 세계명작'으로 알려진 마크 트웨인은 기실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차별, 여성차별에 반대한 것으로 더 유명한 작가이다.

그의 시대는 강대국들이 약소국을 폭력적으로 침탈해 식민지로 삼고, 피부 색깔만으로 사람이 사람을 노예로 부리며, 여성들에게 투표권조차 주어지지 않던 시절이었다. 이 시대의 이단아를 자처했던 마크 트웨인 역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을 테다. 인기 작가의 지위와 명성에 만족하며 입만 다물었다면 제국주의자와 차별주의자들의 위협과 도발에 시달릴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결국 용기는 "가만히 있으라"는 세상을 향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말하는 데서 시작됨을 마크 트웨인의 촌철살인이 다시 한 번 증명한다. 용기는 그렇게 태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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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트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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