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여기'서 용의 기운 가득 받아요! 용을 만날 수 있는 세 곳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1.04. 13:43

수정일 2024.01.04. 15:13

조회 2,149

갑진년 용띠 해가 밝았다.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다양한 용을 만나볼 수 있는 3곳을 방문해 보았다. 용은 오랜 세월 긴 기다림 끝에 마침내 승천한다. 올 한 해, 힘들고 부족하더라도 이 시간들이 무르익어 우리도 용처럼 날아오를 수 있으리라 희망해 본다.

① 월드컵공원에서 만나는 용 가족

월드컵공원은 공원 가득히 자란 억새로 용 가족의 조형물을 만들어 놓았다. 월드컵공원에서 새해의 동물을 억새로 만들어 전시하는 것은 이번이 여섯 번째다. 2012년 용띠 해에 태어난 초등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함께 만들었다고 한다.

억새로 만든 용 앞으로는 시민들이 오며 가며 인증샷을 찍기 바빴다. 아빠용(높이4.5.미터) 옆으로 아기용(2미터)과 엄마용(4미터)이 다정하게 놓여 있다. 약 8톤의 억새가 이 세 용의 형상을 만드는 데 쓰였다고 한다.
시민들이 억새로 만든 용 가족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시민들이 억새로 만든 용 가족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이선미

월드컵공원에서는 2월 18일까지 억새 용 가족을 전시하는 ‘2024, 미르(용)에게 소원을 말해봐!’ 를 진행하는 동시에 ‘2024년 새해 소원 쓰기’와 특별 프로그램 ‘월드컵 새피리 챌린지’, ‘숲속 친구들의 호기심 여행’도 운영한다.

‘새해 소원 쓰기’는 현장에서 바로 참여할 수 있으며, 새 탐조 ‘월드컵 새피리 챌린지’와 생태놀이 ‘숲속 친구들의 호기심 여행’ 프로그램은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에서 선착순으로 신청을 받는다.
억새로 만든 용 가족 옆에 시민들이 쓴 새해 소원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선미
억새로 만든 용 가족 옆에 시민들이 쓴 새해 소원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이선미

② 광화문광장에도 푸른 용이 있어요

‘서울빛초롱축제’가 한창인 광화문광장에도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은 푸른 용이 있다. 지난 2023년의 상징 동물이었던 토끼 조형물도 자리하고 있으며, 용과 호랑이가 결투하는 ‘용호상박’ 조형물도 볼 수 있다. 많은 조형물 가운데에서도 푸른 용은 세종대왕 상 앞에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눈 내리는 날의 광화문광장 '서울빛초롱축제' ⓒ이선미
눈 내리는 날의 광화문광장 '서울빛초롱축제' ⓒ이선미
푸른 용의 해를 맞아 길이 10미터의 용을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다. ⓒ이선미
푸른 용의 해를 맞아 길이 10미터의 용을 광화문광장에 설치했다. ⓒ이선미

③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용에 얽힌 문화적 상징과 의미를 소개하는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 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상상의 동물인 용은 우리가 사는 동양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큰 영향을 끼쳐왔다. 재미있는 사실은 동서양 각각에서 용이 상징하는 바가 많이 다르다는 점이다. 예컨대 서구문화에서 용은 부정적인 의미로 불(火)과 악(惡)을 떠올리게 한다. 반면에 우리의 용은 비와 물을 의미하며 풍요와 행복을 가져오는 존재로 전해졌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용이 우리 문화 안에 얼마나 가까이 있는지, 어떤 의미로 함께해 왔는지를 3부로 구성해 보여준다.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선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선미

용은 열두 띠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의 동물이지만 마치 실존하는 것처럼 그려지곤 했다. 존재하지도 않는 동물인데 옛사람들은 용을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중국 문헌 <광아(廣雅)>는 그 근거를 알려준다. 

전시의 1부 ‘안 본 용은 그려도 본 뱀은 못 그린다’에서는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게 표현한 용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동물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다 갖춘 용은 그만큼 무궁한 능력을 가진 존재로 신앙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전시의 1부에서는 회화와 공예품을 통해 용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전시의 1부에서는 회화와 공예품을 통해 용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물고기가 용이 된다는 내용의 ‘등용문’ 고사를 그린 ‘문자도’. ⓒ이선미
물고기가 용이 된다는 내용의 ‘등용문’ 고사를 그린 ‘문자도’. ⓒ이선미

전시 2부 ‘비바람 따라 구름 가고, 구름 따라 용도 간다’에서는 우리 민속에서 다양하게 등장하는 용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용은 물의 신, 비의 신 등 물을 관장하는 신적 존재였다. 농사를 지을 때도 용에게 비를 내려 달라고 빌었고, 물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갈 때도 역시 안전과 풍어를 기원하는 제를 올렸다.

용은 불안한 미래를 지켜주고 나라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도 했다. 그렇게 강력한 힘 때문에 조선시대에는 임금을 상징하기도 했다. 임금이 앉는 자리는 '용상', 임금의 얼굴은 '용안'이라 불렀고, 임금은 '곤룡포'를 입고 '용거'라는 수레를 탔다. 우리에게 친숙한 ‘용비어천가’ 역시 임금을 용으로 상정한 작품이다. 
시민들이 바다와 강의 수호신으로서의 용에 대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선미
시민들이 바다와 강의 수호신으로서의 용에 대한 전시물을 관람하고 있다. ⓒ이선미

이처럼 용은 때로는 신처럼 의탁의 대상이 되었고, 힘든 환경에서도 꿈을 갖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물에 사는 이무기가 천 년이 지나면 하늘로 날아올라 용이 된다고 믿었던 옛사람들은 아무리 가난해도 ‘개천에서 용 날 수 있다’고, 지금 부족하더라도 ‘미꾸라지 용 될 수 있다’고 희망을 가지며 서로 격려하며 살아왔다. 용이 희망의 근거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도 용은 여전히 기분 좋은 상상의 존재다.
프로야구 원년 구단 ‘MBC청룡’의 마스코트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선미
프로야구 원년 구단 ‘MBC청룡’의 마스코트가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선미

1981년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할 때 서울 연고지 구단이 ‘MBC청룡’이었다. 지금 LG트윈스의 전신인 이 구단은 유일하게 한자식 이름으로 출범했다. 전시장에서는 ‘MBC청룡 야구공’과 ‘한국프로야구 원형 딱지’ 등이 MBC청룡을 새록새록 기억하게 한다. 

우리나라 롤러코스터의 시초였던 서울어린이대공원 ‘청룡열차’도 오랜 추억을 소환한다. 의자에 앉아 영상을 보면 마치 청룡열차를 탄 것 같은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월드컵공원 갑진년맞이 프로그램 ‘2024, 미르(용)에게 소원을 말해봐’

○ 기간 : 2024년 2월 18일까지
○ 홈페이지 : 월드컵공원
○ 특별 프로그램 예약 : 서울특별시 공공서비스예약 홈페이지
○ 문의 : 02-300-5574, 5579 (서부공원여가센터 공원여가과)

국립민속박물관 특별전 ‘용(龍), 날아오르다’

○ 기간 : 2024년 3월 3일까지
○ 장소 :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 2
○ 홈페이지 : 국립민속박물관
○ 문의 : 02-3704-3114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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