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도 못한 숨은 공간! 서울광장 아래 335m 암흑터널 탐험기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9.13. 13:00

수정일 2023.09.13. 16:58

조회 997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가 출발에 앞서 대략적인 안내를 듣고 있다. ⓒ이선미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가 출발에 앞서 대략적인 안내를 듣고 있다. ⓒ이선미

‘숨은 공간, 시간 여행: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가 서울시청 지하에 집결했다. 시민청에서 시작해 시티스타몰과 ‘숨은 공간’을 지나 시청역에서 도시건축전시관 지하까지 이어지는 경로를 탐험할 예정이었다. 좀 설렜다. ‘숨은 공간’이라는 말은 무언가 있다는 것이다. 드러나지 않았던 뭔가를 만나는 건 늘 흥분되는 일 아닌가.

40년 만에 시민들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공간 탐험에 나선 시민들 역시 조금은 상기된 느낌이었다. 연로하신 어르신들도 계시고 청년들도 많았다. 시민청에서 임종현 서울 공공건축2팀장과 이재원 도시건축정류소 소장의 행사 개요를 들으며 탐험을 시작했다.
시민청 지하 2층에서 출발한 탐험대가 을지로입구역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선미
시민청 지하 2층에서 출발한 탐험대가 을지로입구역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선미

이재원 소장이 한 가지 강조했다. “이제 우리는 지하 공간을 이동합니다. 계단을 올라갔다가 내려가고 다시 올라오죠. 얼마나 내려가고 또 얼마나 올라가는지를 의식하면서 이동해보세요. 쌓여 있는 시간들 속에서 여러 겹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게 될 겁니다.” 탐험의 포인트는 다섯 군데로 배치돼 있었다. 첫 번째 장소인 시민청 지하에서부터 탐험이 시작됐다. 일상적으로 걷던 시청 지하상가를 낯설게 바라보며 이동하는 시간이었다.

시티스타몰 광장에 멈춰 섰다. 1967년 만들어진 서울 최초의 지하상가다. 이제 우리는 1960년대의 이 지하상가에서 1970년대 지하철 1호선과 1980년대 지하철 2호선이 숨가쁘게 건설되고 이어지고 운행되는 현재로 이동한다. 을지로입구역 지하도로 향해 걷다가 피아노계단을 내려갔다.
1960년대 만들어진 서울 최초의 지하상가에 섰다. ⓒ이선미
1960년대 만들어진 서울 최초의 지하상가에 섰다. ⓒ이선미

1983년 개통한 2호선 을지로입구역은 선로를 지하 3층에 만들었다. 지하 2층의 1호선 시청역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때 새로 생긴 지하 1층이 기존의 지하상가보다 깊어서 이를 연결하기 위해 만든 것이 피아노계단이었다. 그러니까 피아노계단은 을지로입구역 승객 통로와 지하상가 시티스타몰을 연결하고 있다. 이 계단이 시작되는 곳에 장난감도서관이 있었다.
숨은 공간의 입구가 있는 장난감도서관 앞에서 이 공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선미
숨은 공간의 입구가 있는 장난감도서관 앞에서 이 공간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이선미

바로 이곳이 숨은 공간의 입구였다. 잠시 설명이 이어졌다. 안쪽은 어두울뿐더러 환기도 안 돼서 안에서는 설명 없이 이동을 한다고 했다. 숨은 공간에 들어서기 전에 안전모와 방진마스크를 받아 착용하는 시민들의 표정에 약간의 긴장도 느껴졌다.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이어서 방진마스크까지 쓰고 들어섰다. ⓒ이선미
환기가 안 되는 공간이어서 방진마스크까지 쓰고 들어섰다. ⓒ이선미

천천히 조심스럽게 빛이 조금도 들지 않는 335미터 길이의 ‘암흑터널’에 들어섰다. 10미터 정도의 폭에 4.5미터 높이의 터널에 기둥이 늘어서 있었다. 이 공간에 대한 정확한 기록이 없어서 유추해볼 수밖에 없는데 아마도 1980년대 지하철 1, 2호선이 개통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간일 것으로 보고 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만들었을 텐데 마땅하게 쓰이지 못한 채 40년이 지난 것이다. 그래서 이 소장은 ‘시간이 만들어낸 도시 부산물’이라고 표현했다.
차도 아래 있는 지점에는 기둥들이 연이어 있었다. ⓒ이선미
차도 아래 있는 지점에는 기둥들이 연이어 있었다. ⓒ이선미

탐험대원과 취재진의 발자국 소리와 여기저기서 터트리는 플래시 소리, 스마트폰의 불빛 틈으로 이 공간의 시간이 느껴졌다. 시간은 이 완벽한 밀폐 공간의 어둠 속에서 종유석과 석순을 만들어놓았다. 근방에 근대 배수로와 상하수관 등이 지나고 있어 종유석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는데, 서울 도심 지하에서 종유석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다들 사진 찍기에 바빴다.
시간이 만들어놓은 종유석과 석순은 뜻밖의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이선미
시간이 만들어놓은 종유석과 석순은 뜻밖의 흥미로운 풍경이었다. ⓒ이선미

정해진 시간이 있어서 오래 머물 수 없었다. 아쉬운 발길을 재촉하니 어느 순간 기둥도 없이 뻥 뚫린 공간이 이어졌다. 서울광장 13미터 아래 있는 이 ‘무주공간’ 바로 아래로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니고 있다. 
기둥도 없이 뻥 뚫린 이 공간 위로는 서울광장이 자리하고 있고, 아래로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닌다. ⓒ이선미
기둥도 없이 뻥 뚫린 이 공간 위로는 서울광장이 자리하고 있고, 아래로는 지하철 2호선이 다닌다. ⓒ이선미

저만치 빛이 보이는 곳에 계단이 있었다. 드디어 탐험이 끝나가고 있었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 다시 지하도로 들어섰다. 바쁘게 걸어가는 시민들 사이로 걷자니 정말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1973년 개통한 1호선 시청역 지하보도와 1984년 개통한 2호선 시청역이 만나는 지점이 나왔다. 
숨은 공간에서 다시 지하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선미
숨은 공간에서 다시 지하1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이선미
1970년대에 개통한 1호선 시청역 지하보도와 1980년대에 개통한 2호선 시청역이 만나는 지점을 지났다. ⓒ이선미
1970년대에 개통한 1호선 시청역 지하보도와 1980년대에 개통한 2호선 시청역이 만나는 지점을 지났다. ⓒ이선미

다시 시청역으로 향했다. 예전엔 덕수궁 지하보도라고 불리던 곳에 생긴 아워갤러리가 탐험의 종착지였다. 2019년 국세청 별관이 철거되고 서울도시건축전시관이 들어서면서 만들어진 이 갤러리는 덕수궁 옆 서울도시건축전시관과 서울 시청 지하공간을 연결하고 있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아래 아워갤러리에서 탐험이 마무리되었다. ⓒ이선미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아래 아워갤러리에서 탐험이 마무리되었다. ⓒ이선미

탐험을 마무리하면서 이재원 소장이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여의나루역과 신당역, 문정역, 그리고 시청역 등을 도심 속 명소로 만드는 ‘지하철역사 혁신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시청역은 상상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계획이라고 한다.

“여러 의견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무엇보다 시민들의 생각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공간을 시청 광장과 어떻게 연결해볼 수 있을까, 지하철 공사에 따라 높이 차이가 있는 지하 공간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까…. 재미있게 문화적으로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많이 관심 가져주시면 좋겠습니다.”

공모전은 10월 10일까지 이어진다. 공모전이 끝나고 과연 어떤 공간으로 거듭날지 자못 궁금해진다. 서울시청 아래서 만날 수 있는 ‘숨은 공간’이 서울의 역동적인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멋진 모습으로 변신할 날을 기대해본다.

‘숨은 공간, 시간 여행: 지하철역사 시민탐험대’

○ 일시 : 9월 8일~23일 매주 금~토요일, 하루 4회(11:00, 13:00, 15:00, 17:00)
○ 신청 : 서울시 공공서비스예약 누리집(예약 신청 마감)
○ 탐험 코스: 서울시청 시민청 → 시티스타몰→ 숨은공간 →시청역 →도시건축전시관
○ 문의 : 지하철역사 혁신 프로젝트 02-322-2018

‘숨은 공간, 숨 불어넣기_시청 앞 서울광장 아래: 지하철역사 상상공모전’

○ 기간 : 9월 6일~10월 10일 18시까지
○ 자격 : 지하철역사 혁신 프로젝트에 관심 갖는 누구나 참여 가능
○ 분야 : 이미지 부문, 영상 부문
○ 시상 : 대상 1점(상금 300만원) 등 총 35점 당선자, 총 2,100만원 시상
숨은공간 누리집(상상공모전, 10월 10일까지)

시민기자 이선미

서울을 더 잘 알아가면서 잘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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