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캉스'에 음악이 빠질 수 없지! 해질녘 공원에 펼쳐진 뮤직 피크닉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3.08.21. 11:30

수정일 2023.11.09. 16:59

조회 1,335

한여름 어린이대공원에는 멋진 배롱나무꽃이 핀다. ©이선미
한여름 어린이대공원에는 멋진 배롱나무꽃이 핀다. ©이선미

여름이 절정을 지나고 있는 서울어린이대공원에도 배롱나무꽃이 한창이었다. 상상나라 정자 앞 환경연못에는 연꽃 사이로 예쁜 움막도 조성해 데크를 걷는 기분이 동화 속 같았다. 곧 해가 질 시간이어서 연꽃은 입을 오므렸지만 분위기는 근사했다. 수질개선사업을 통해 생태연못으로 탈바꿈한 이곳에는 참개구리와 붕어, 미꾸라지 등도 산다고 한다. 
연꽃이 피어나는 환경연못에는 동화 같은 집도 만들어져 있다. ©이선미
연꽃이 피어나는 환경연못에는 동화 같은 집도 만들어져 있다. ©이선미

동네 어르신들도 어린이대공원 육각정에 앉아 ‘파캉스(Park +Vacance)’를 즐겼다. 정자에서 연못 풍경을 내려다보자니 도심을 훌쩍 떠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어린이대공원 환경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앉으니 도심을 떠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선미
어린이대공원 환경연못이 내려다보이는 정자에 앉으니 도심을 떠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선미
음악분수가 열기를 식혀주곤 했다. ©이선미
음악분수가 열기를 식혀주곤 했다. ©이선미

아직 열기 가득한 공원 곳곳에서 시민들이 저마다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음악분수 주변에서는 공연이 시작된 참이었다. 토요일 오후, 어린이대공원에 ‘동행 : 한여름밤의 뮤직피크닉’이 마련됐다. 음악분수 앞으로 놓인 돗자리에 시민들이 자리를 잡고 공연을 즐겼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문을 열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주말 오후 작은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이선미
서울팝스오케스트라가 주말 오후 작은 음악회의 문을 열었다. ©이선미

막간을 이용해 사회자가 가장 멀리서 온 관객과 가장 가까이에서 온 관객을 찾았다. 도곡동에서 온 분이 있는가 하면 연신내에서 온 가족도 있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왔다는 가족도 있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온 가족은 대략 500m 정도 거리에서 왔다고 했다. 말 그대로 주말 오후 저녁을 먹고 마실을 나온 참이었다. 
막간을 이용해 사회자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온 가족에게 기념촬영을 해주고 있다. ©이선미
막간을 이용해 사회자가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온 가족에게 기념촬영을 해주고 있다. ©이선미

이어서 한빛예술단 더밴드 단원들이 조심스레 무대를 꾸렸다.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한빛예술단은 클래식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부터 국악과 사물놀이 리듬으로 역동적인 무대를 만드는 타악기 앙상블 등에 이어 ‘프로젝트 더밴드’도 운용하고 있다. 첫 번째 곡은 많은 사람이 무수히 부른 ‘지금 이 순간’을 시각장애인 테너 박영필 님이 불러주었다. 확실히 무엇이든 때와 장소가 또 다른 느낌을 가져다준다. 어린이대공원 녹음 속에 분수를 뒤로 하고 듣는 노래는 또 달랐다.
음악분수를 배경으로 한빛예술단 더밴드 단원들과 테너 박영필 님이 공연을 이어갔다. ©이선미
음악분수를 배경으로 한빛예술단 더밴드 단원들과 테너 박영필 님이 공연을 이어갔다. ©이선미

슈스케를 통해 알려진 더밴드의 보컬 이아름 님이 TV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삽입곡 ‘상상’을 불렀다.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상상을 듣자니 드라마 장면들이 스쳐갔다. 자폐를 가진 주인공이 사건을 뚝딱 해결하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볼 때 사람들은 설왕설래했다. 이게 가능한 것인지, 자폐를 너무 낙관적으로 그린 건 아닌지. 드라마 분위기가 너무 밝아서 현실과는 괴리가 크다고도 하고, 실제로 자폐성 장애인이 있는 가정의 힘듦과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도 했다. ‘상상’은 그런 모든 우려와 희망사항들까지 다 담아 만든 노래 같았다. 

다시 박영필 님이 무대에 올라 함께 부를 노래를 준비했다. 박영필 님이 레퍼토리를 소개했다. “이번엔 칸초네를 한 곡 부를 텐데요. 다들 아시는 노래일 거예요. 그런데 그냥 부르는 건 너무 익숙하니까 거기에 재즈를 좀 섞어봤어요. 아까 이탈리아에서 온 분들이 있다고 하던데 이탈리아 분인지 그냥 이탈리아에서 오신 건지 모르지만 같이 즐겨주세요.”
테너 박영필 님과 이아름 님이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선미
테너 박영필 님과 이아름 님이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이선미

관객 가운데 이탈리아 사람이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박영필 님의 인사가 좀 애틋하게 들렸다. 듀오는 ‘오르막길’이라는 곡도 들려주었다. 멋진 공연이 끝나자 “앵콜~”이 이어졌다. 원래는 준비된 마지막 곡이라고 했지만 더밴드의 마지막 곡은 ‘붉은노을’이었다. 노래하는 이들도, 공원의 시민들도 아주 신명난 시간이 됐다. “…난 너를 사랑하네, 이 세상 너뿐이야…” 어깨가 들썩거리고 영상을 찍으며 다들 더위도 몰아내고 있었다. 
다 함께 호응하며 부르는 노랫소리에 열기도 물러가는 듯했다. ©이선미
다 함께 호응하며 부르는 노랫소리에 열기도 물러가는 듯했다. ©이선미

한빛예술단은 세계에서 유일한 시각장애인 전문연주단체다. 벌써 창단 20주년이 되었다고 하는데 다음 달 13일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음악회도 열 예정이다. 한빛예술단이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됐다면 아인스바움 윈드챔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다. 아인스바움이라는 이름은 ‘하나의 나무’라는 뜻인데 좀 다의적인 의미로 들렸다. 오케스트라 전체를 관리하면서 공연의 선곡과 지휘도 도맡아 하고 있는 이현주 단장이 사이사이에 아인스바움 챔버에 대해 소개도 하고, ‘장애’와 동행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도 전해주었다.

“아인스바움 챔버를 시작한 지 15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어떻게 해올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어요. 그건 ‘이해’ 덕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완전히 서로를 이해하기는 어렵더라도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해온 덕분에 15년의 시간을 잘 지내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현주 단장은 ‘장애’와 ‘장애인’에 대해 우리에게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함께해 달라고 청하는 것 같았다. 그가 힘주어 지휘하는 공연을 보며 그의 간절한 마음이 우리에게 잘 전달되기를 바랐다.
아인스바움 윈드챔버 단원들이 멋진 공연을 펼쳐주었다. ©이선미
아인스바움 윈드챔버 단원들이 멋진 공연을 펼쳐주었다. ©이선미

이날 음악회의 제목은 ‘동행:한여름 밤의 뮤직피크닉’이었다. 어린이들과 젊은 부부들, 그리고 어르신들도 연주자들이 장애인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음악으로 함께한 시간이었다. 음악의 힘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가 장애에 대해 조금은 품이 넓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주제로 음악회를 마련한 어린이대공원에도 고마운 마음이었다.

특히 음악분수 관리자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 공연 레퍼토리에 따라 분수가 아주 적절하게 조정되는 것 같았다. 신나는 음악에는 분수도 덩달아 춤을 추고 발라드가 연주될 때는 우아하고 고요하게 피어올랐다. 한여름 밤에 떠나본 대공원의 음악소풍, 다함께 즐겨본 좋은 시간이었다.
어린이들이 음악분수 물방울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이선미
어린이들이 음악분수 물방울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다. ©이선미

어린이대공원

○ 위치 : 서울시 광진구 능동로 216
누리집
○ 문의 : 02-450-9311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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