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한번 키워 볼까! 조용히 꽃피는 행복, 식집사의 세계

서울사랑

발행일 2023.04.27. 16:10

수정일 2023.04.27. 17:15

조회 16,187

사람들은 지금 식물에 흠뻑 빠졌다.
내가 힘들 때건 기쁠 때건 옆에서 조용히 위로와 기쁨을 주는 존재가 있다면 어찌 늘 곁에 두고 싶지 않을까. 게다가 아름답기까지 한 이 존재, 식물에 사람들은 지금 흠뻑 빠졌다.

예쁘니까, 건강하니까, 트렌디하니까

화초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는 엄마, 잎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닦아 주는 아빠의 모습을 보며 ‘뭐가 그리 예쁠까’ 하던 젊은 세대들이 이제 작은 원룸에도 나만의 반려식물을 두고, 아파트 베란다에 실내 정원을 꾸미기에 여념이 없다. 식물을 키우는 건 이제 단순히 어른의 취미생활이 아니라 자기만의 감성을 보여 주고, 건강을 생각하고, 마음을 줄수 있는 친구를 두는 일이다.

식물은 산책이나 함께하는 시간을 꼭 필요로 하는 반려동물보다 손이 덜 가면서도, 정성을 쏟으면 새 잎을 내고 꽃을 피우며 상호 교감을 하기 때문에 더 쉽게 접근하고 더 마음 편히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또 ‘친환경’이 일상 키워드가 된 지금,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을 SNS에 공유함으로써 나의 감성과 가치관을 보여 주는 문화도 식집사를 자처하는 이들이 쏟아지는 데 한몫을 한다.

내겐 너무 소중한 반려식물

처음에는 예뻐서, 유행이라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정말 사랑할 수 없다면 무엇이든 지속할 수 없는 법이다. 식물 키우기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반려식물’, ‘식집사’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반려식물’, ‘식집사’라는 표현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의미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이제 가족이 생긴 이들을 위해 식물병원, 식물 클래스, 식물 에세이, 식물 호텔 등 다양한 문화가 생겨났다. 서울시도 시민들이 반려식물을 더 잘 이해하고 건강하게 키워 나갈 수 있도록 ‘찾아가는 반려식물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 3월 사전 접수를 통해 선정한 공동주택단지 12곳에 4월부터 6월까지 차례로 반려식물 전문가가 공동주택을 찾아가 식물 교육과 식물 가꾸기에 필요한 실습용 초화류, 분갈이용 상토 등을 지원한다.

또 병충해 종합분석실과 반려식물 입원실 등을 갖춘 ‘반려식물병원’을 올해 중 농업기술센터 내에 설치·운영할 예정이다. 식물 진료와 관리, 상담 등 ‘반려식물 보건소’라고 할 수 있는 ‘반려식물 클리닉’도 올해 4개소 설치를 시작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만일 식물을 씨앗에서부터 키워 보고 싶다면, 서울식물원 ‘씨앗도서관’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이곳에서는 책처럼 씨앗을 대출받아 재배한 후 수확한 씨앗을 기간 및 수량에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반납하는 ‘씨앗 대출’을 운영한다. 대출 씨앗은 1인 1개(종)의 씨앗봉투(약 1g, 씨앗 3~10립)가 제공된다. 씨앗도서관에는 특별한 전시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식물 유전자원의 필요성과 소중함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다.
선인장
꽃시장

나만의 식물을 만나고 싶은이들을 위한 양재꽃시장 / 종로꽃시장

서울에서 가장 큰 양재꽃시장은 생화 도매시장과 나무시장 그리고 분화매장과 꽃시장, 자재매장을 갖추고 매일 밤 환하게 불을 밝힌다. 공판장 개념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개장 후부터 10시 무렵까지는 도매 위주의 거래가 더 활발해 소량 구매를 위해서는 10시 이후에 찾는 것이 좋다.

종로꽃시장은 번화한 도로변 옆으로 늘어선 작은 점포의 매대, 계절의 향과 색이 물씬 풍기는 식물과 꽃들이 정원처럼 이어져 있다. 봄이면 이 작은 골목 길에는 상추, 허브 같은 식용 식물부터 다육 식물, 묘목, 구근 식물, 화분 등 크고 작은 식물들로 온통 초록빛이다. 생화도 있지만 작물과 묘목을 많이 다루는 편이어서 가드닝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더 반가운 곳이다.
조예진 님

조예진 님

“식집사가 된 지 5년 정도 됐어요. 혼자 살고 있는데 집이 좀 차가워 보여서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죠. 고사릿과 식물, 행잉 식물이 제 반려 식물이에요. 식물을 보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요.”

식집사도 공부가 필요해


식물을 키우는 일은 아이를 키우는 일과 다르지 않다. 처음 해 보는 육아처럼 식물에 대한 이해와 돌봄이 필요하다.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허밍그린
허밍그린 이강미 대표

허밍그린 이강미 대표

“식물을 이해하고 건강하게 잘 키우기 위한 방법을 알아 가려고 찾아오는 식집사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제가 식물을 키워도 될까요?”
식집사를 위한 고민상담


저는 식물을 키우면서 궁금했던 점을 나누는 식물 상담소이자 아픈 식물을 치료해 다시 건강히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식물병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 식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면서 식물을 처음 키워 본다며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오래전부터 식물을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지만, 코로나19 당시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애착을 가지고 반려식물을 키우시는 분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죠. 이런 분들에게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식물을 키우는 게 좋은지 추천해 드리고 키우는 법을 설명해 드립니다.

식물을 처음 키우시는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은 물을 주는 것 입니다. 보통 1주에 한 번, 2주에 한 번으로 정해 두는데 이보다는 내가 키우는 식물이 물이 필요할 때 보내는 신호를 알아채는 눈을 키우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다육질의 식물은 물이 필요한 시점에 줄기가 물렁해지거나, 식물에 따라서는 잎이 살짝 처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모두에게 키우기 쉬운 식물은 없습니다. 다만, 적당한 환경을 맞춰 주고 식물을 이해하는 눈을 가진다면 어떤 식물도 키울 수 있을 것입니다. 친구를 사귀듯 식물에 대해 알아 가시는 건 어떨까요?

초보 식집사에게 꼭 맞는 식물 베스트 3

스킨답서스(Scindapsus)
다른 식물들에 비해 생명력이 강한 편이라 자생지에서는 ‘악마의 덩굴’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죽이기 쉽지 않은 식물입니다. 물이 마르면 잎이 처지는 것이 바로 보여서 언제 물을 줘야 하는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죠. 물론 때때로 영양제는 신경 써서 주셔야 합니다.

보스턴 고사리(Boston fern)
빛이 부족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물이 필요한 시점이 되면 잎이 투명한 연두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물을 주기 쉽습니다. 그런데 고사리는 공중 습도가 높은 것을 좋아하지, 흙이 마를 시간이 없이 촉촉한 걸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배수가 잘되는 흙에 분갈이를해 주시고 물이 필요한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몬스테라(Monstera)
생명력이 강하기로 유명합니다. 잎과 뿌리 없이 줄기만으로도 번식이 가능할 정도로 강하죠. 자생지에서 반그늘에 산다는 이유로 집 안에서도 반그늘에 배치하시는 경우가 많은데요, 빛이 부족할 경우 줄기가 길게만 자라서 정돈이 안 되기 때문에 빛이 좀 드는 창가에서 키우시는 게 좋습니다.

책과 식물
윤채현 매니저

윤채현 매니저

“작년 9월부터 식물서점 콘셉트를 입히기 시작했어요. 식물에 관한 책들을 중점으로 큐레이션을 강화하고 있죠. 식물을 가꾸기 위한 화분이나 토기, 도자기 등 진열 및 식물 관련 전시, 디스플레이도 하고요. 손님들의 반응도 좋아요. 식물은 어떤 분에게나 위로가 되니까요.”

책과 식물이 우리를 치유해 주리라는 믿음,
믿음문고


이 공간에서 바깥세상의 고됨을 잊고 치유와 회복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이름지었다는 믿음문고는 최근 서점에 식물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식물 관련 서적과 식물 키트 등도 직접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특히 식물 서적으로는 원예와 관련한 것보다 식물에 대한 감정,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담은 책들을 선정하여 손님들이 비건, 환경 이슈 등을 함 께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주소 서초구 양재천로 95-4
가드닝 클래스 정원놀이

야, 너도 가드닝 할 수 있어 ! 가드닝 클래스 정원놀이

식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나도 식물 한번 키워 볼까?’ 하는 생각을 쉽게 하지만 사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그래서 초보 식집사라면 ‘가드닝 클래스’를 듣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키우는 식물이 자꾸 죽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집 베란다를 더 멋진 정원으로 꾸미고 싶다면 하루 체험반, 취미반, 전문가반으로 나뉜 수업을 들어보자. 정원 가꾸기를 ‘놀이’로 즐길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주소 마포구 모래내로 83
오쎄

식물과 사람이 공유하는 공간 오쎄

파인애플구아바, 겐차야자, 종려죽, 레몬유칼립투스 등 거리에서나 가정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신비한 식물들로 가득한 카페 오쎄는 ‘식물과 사람이 조화로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1, 2층의 채광이 달라 각 층의 환경에 맞는 식물군을 신중하게 선정해 플랜테리어를 했다. 식물과 시간을 보내며 인증샷을 찍는 이들에게 인기다.

주소 서초구 방배천로4안길 32

식물을 만나기 위한 준비

식물세밀화가의 도시식물 이야기 『식물의 책』
국립수목원 등 국내외 연구기관과 협업해 식물학 그림을 그려 온 식물세밀화가가 가까이에 있지만 제대로 알지 못했던 도시식물들에 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세밀화와 함께 담아냈다.

식물학자가 들려주는 식물의 아름다움 『식물학자의 노트』(Boston fern)
식물의 위대함은 식물학자로서 접근해 과학적으로, 식물의 아름다움은 영국원예협회 국제전시회에서 수상한 뛰어난 드로잉으로 보여 주는 과학 일러스트 에세이다.

식집사가 되기 전과 후의 일상이 궁금하다면 『아무튼, 식물』
세상에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있다는 사실, 겨울을 이겨내는 생명의 위대함. 작가는 식물을 키우며 당연하지만 깨닫기 힘들었던 세상의 이치들을 하나씩 알아간다.

강시내   사진 박찬혁, 김두기

출처 서울사랑 (☞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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