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가 꼽아본 '노원달빛산책'의 매력 비결은?

시민기자 조시승

발행일 2022.11.03. 09:17

수정일 2022.11.03. 16:39

조회 1,681

전영일 작가의 <별의 탄생>. 별의 탄생과 은하수를 떠올리게 한다.
전영일 작가의 <별의 탄생>. 별의 탄생과 은하수를 떠올리게 한다. ©조시승

지하철 4호선 북쪽으로 가면 '당고개'라는 역명이 있다. 당현천(堂峴川)의 '당현'을 우리말로 하면 '당고개'고, 당고개역은 여기서 유래된 역명이다. 이곳 '당고개의 물이 흐른다'는 뜻을 담은 '당현천'은 노원구를 대표하는 아름다운 자원이다. 

지난 10월에 열린 당현천의 ‘2022 노원달빛산책’은 어떻게 강북의 대표적 가을 문화예술축제로 자리 잡았을까? 

노원구는 수락산에서 발원하는 당현천과 불암산 자락 등 노원구가 지닌 자연자원을 활용해 '내일이 기대되는 문화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구정 목표를 세웠다. 이에 관련 예산을 늘이고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2020년 전국 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문화실태조사에서는 상위 10위 안에 진입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김재성 작가의 <Made in Universe> 작품. 우주를 유영하는 정어리 떼를 상상하게 한다.
김재성 작가의 <Made in Universe> 작품. 우주를 유영하는 정어리 떼를 상상하게 한다. ©조시승

'노원달빛산책'가 노원구의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하게 된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꼽아보자면 첫째, 전문 작가와 지역 청소년과 주민이 함께 참여해 만든 공공예술작품 전시를 통해 주민들의 참여의식을 높였다. 

둘째, 작가와의 만남, 달빛해설사-구민 도슨트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역 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셋째, 달빛마중-공공예술참여프로그램, 공공미술세미나, 예술불꽃화랑의 불도깨비 등을 열어 주민들에게 주체의식을 불어넣었다.
'작가와의 만남'. 이기범 작가가 <달숲(Moon Forest)>  앞에서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작가와의 만남'. 이기범 작가가 <달숲(Moon Forest)> 앞에서 관객과 대화하고 있다. ©조시승

넷째, 설치작품의 다양성으로 주민들의 흥미와 관심을 높였다. 빛조각, 설치미술, 오토마타, 뉴미디어아트, 레이저아트 등 특색 있는 예술작품을 선보였다. 특히 당현천 바닥분수에서 진행한 불과 불꽃의 디스플레이 공연, 금·토요일에 공연되는 불의 정원은 꽃과 나무 등으로 일상의 환경에 생명을 더해 주었다. 

다섯째,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등이 가까워 용이한 접근성을 갖추었고, 행사장 하천변에 만발한 코스모스와 평탄한 하천변길 등으로 온가족의 나들이 코스로도 손색 없는 좋은 환경을 제공했다. 특히 당현천을 따라 천변, 수중, 수면 등에 다양한 디스플레이 작품을 조성해 놓아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김이박 작가의 <식물정거장>은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과 공헌을 생각하게 한다.
김이박 작가의 <식물정거장>은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아름다움과 공헌을 생각하게 한다. ©조시승

올해도 노원의 가을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빛축제 ‘2022 노원달빛산책’은 중계역과 상계역 사이 당현천 2km구간(수학문화관~당현3교)에서 열렸다. 작품은 구역별 3개 구간에 총 110여 점이 전시되었고, ‘은하수를 건너서’라는 부제를 달았다. 17명의 참여작가가 한지등과 빛조각, 미디어아트, VR콘텐츠 등 35개 작품이 선보였다. 그외 지역 학생 및 청소년, 주민들이 참여한 공공예술작품 '달빛마중' 등 110여 점의 다양한 작품으로 구성됐다.
전영일 작가의 <달토끼>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전영일 작가의 <달토끼>는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조시승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나라로, 구름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샛별이 등대란다." 윤극영 선생의 동요 <반달> 2절 가사이다. 일제강점기 어린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반달> 동요처럼 '노원달빛산책'은 코로나로 힘들었던 우리에게  꿈을 접지 말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올해로 3회째인 ‘노원달빛산책’은 해가 갈수록 방문객이  증가하며, 구민들에게 공공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김리웅 작가의 <우(雨)리(里)> 작품은 새로운 미래를 소망하는 염원을 상징한다.
김리웅 작가의 <우(雨)리(里)> 작품은 새로운 미래를 소망하는 염원을 상징한다.©조시승

지난 10월 14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된 '2022 노원달빛산책'은 목재, 철선, 등, 오브제, 플라스틱, 합성수지, 폐자재 재활용품 등으로 만든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된 참여형 공공미술제였다. 샛별을 등대 삼아 은하수를 건너는 반달을 모티브로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구민들의 염원과 희망을 담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때마침 만개한 행사장 옆 코스모스를 바라보며 달빛 아래 시냇가를 걷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산책코스였다.

축제현장 시작점인 상계역 앞 수학문화관앞에 도착하니 벌써 데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둠이 깔린 저녁 7시가 되니 음악분수대에서는 가수 아이유의 <좋은날>, BTS의 <다이너마이트> 등의 노래에 맞춰 화려한 분수쇼가 펼쳐졌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했고, 젊은 커플들도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며 즐거움을 만끽했다. 
전영일 작가의 <환희의 불꽃 ver.1>
전영일 작가의 <환희의 불꽃 ver.1> ©조시승
인송자 작가의 <Signal of Earth Live> . 학생들이 끈 등을 엮어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인송자 작가의 <Signal of Earth Live> . 학생들이 끈 등을 엮어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조시승

'2022 노원달빛산책'의 큰 주제는 ‘은하수를 건너서’이다. 달과 지구를 넘어 은하수로 상상력을 확장한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구역별 주제는 ▲제1구역 ‘반달의 여행’ ▲제2구역 ‘은하수 너머’ ▲제3구역 ‘미지의 세계로’ 등 3가지 소주제로 나뉘어 관람객들을 반달로 은하수의 세계를 넘어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며 당현천 가을축제를 물과 어우러진 화려한 불빛으로 물들였다.

방문객들은 ‘수많은 별들로 이뤄진 은하수'의 신비한 기운에 행복한 삶을 염원한 작품들을 감상하며 코로나로 닫혔던 마음문을 열고 올해의 축제를 마음껏 즐기고 있었다. 예술작품 감상하며 인증사진을 촬영하느라 분주했고, 너와 나 구별없이 관람객 모두가 참여하고 즐기는 모습이 정겹게 느껴졌다. 주제에 걸맞은 업사이클 조형물들과 어울려 하천변에 만발한 코스모스도 분위기를 돋우었다. 
전영일 작가의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마스크에 학생들이 작성한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전영일 작가의 <안녕, 그동안 고마웠어>. 마스크에 학생들이 작성한 메시지가 부착돼 있다. ©조시승

당현천은 본래 평소에는 물이 없다가 비가 오면 물이 흐르는 건천(乾川)이었는데 2007년부터 5년 6개월 동안 공사를 통해 상시 물이 흐르는 생태하천으로 변했다. 축제가 진행된 장소는 지하철 한 정거장 정도인 2km의 거리라 걷기에도 무리가 없고, 하천변 길이 평탄하게 조성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유아차를 이용하기에도 좋은 환경이다. 축제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나 접근하기 쉬운 자연생태 하천을 산책하며 안전하고 즐겁게 걸으며 사진도 찍고 문화생활을 만끽하는 시간을 보냈다. 
'달빛해설사 투어'. 국근일 작가의 <무지개 넘어(Over the Rainbow> 앞에서 설명 중이다.
'달빛해설사 투어'. 국근일 작가의 <무지개 넘어(Over the Rainbow> 앞에서 설명 중이다. ©조시승

설치된 예술작품을 좀 더 깊이 이해하려면 '달빛해설사 투어'를 신청하는 것이 좋다. 달빛해설사는 행사 전 기간에 걸쳐 매일 1회 19시부터 전시된 작품들의 정보를 관람객에게 쉽고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노원달빛산책'은 연인과 이야기하며 데이트하기 좋은 코스이자 가족 단위로 아이와 함께 가볼 만한 축제다. 올해는 축제가 끝나 아쉽지만 내년에는 꼭 참여하여 산책하기 좋은 가을을 예술작품과 함께 누려보는 것은 어떨까? 

시민기자 조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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