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눠 쓰고, 바꿔 쓰는 소비 생활! 강서구 '까치나눔장터'

시민기자 박분

발행일 2022.10.13. 15:40

수정일 2022.10.13. 17:28

조회 2,773

까치나눔장터는 강서구 등촌3동 원당근린공원에서 11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까치나눔장터는 강서구 등촌3동 원당근린공원에서 11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박분

아침에 까치 우는 소리를 들으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했던가? 강서구를 상징하는 새, 까치를 이름에 넣어 더욱 친숙한 장터인 ‘까치나눔장터가’ 3년 만에 돌아왔다. 10월 둘째 주 토요일에 찾아간 강서구 등촌3동에 위치한 원당근린공원(NC백화점 뒤쪽)은 장터를 찾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좌판이 이어지는 까치나눔장터 모습
공원 산책로를 따라 좌판이 이어지는 까치나눔장터 모습 ©박분
공원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좌판대 위에 각종 생활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공원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 좌판대 위에 각종 생활용품들이 진열돼 있다. ©박분

공원 산책로를 따라 좌판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아이들 놀이터인 모래밭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 펼쳐진 좌판행렬도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옷부터 신발, 모자, 가방, 책, 장난감, 그릇, 액세서리 등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갖 생활용품들이 좌판에 쫙 깔렸다. 어림 세어보아도 좌판 수는 100개가 넘어보였다. 
 
까치나눔장터는 물건을 팔고 사는 이들이 모두 이웃사촌인 아주 특별한 장으로 2013년에 시작됐다. 아이 손잡고 장터로 나와 '1일 상인'이 된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나 집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생활용품(옷·가방·신발·아기용품·화장품·책 등)을 들고 나와 좌판을 벌인다. 집안 수납장에 깊숙이 묵혀둔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사고 팔 수 있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는)장터로 구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코로나19로 그동안 문을 열지 못했다. 
벤치에서 정담을 나누는 어르신들
벤치에서 정담을 나누는 어르신들 ©박분

점차 코로나 대응 수칙이 완화되면서 드디어 올해 10월 첫 주부터 장터가 다시 열리게 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렸기 때문인지 장터 분위기는 사뭇 밝고 웃음이 넘쳤다. 아는 이웃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움에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안부를 묻는 등 훈훈하고 정겨운 모습들을 도처에서 볼 수 있었다. 한가로이 장 나들이에 나선 듯 벤치에 앉아 가을볕을 쬐며 정담을 나누는 어르신들도 보인다.
모래밭, 나무그늘 등 공원 곳곳에 좌판이 펼쳐졌다.
모래밭, 나무그늘 등 공원 곳곳에 좌판이 펼쳐졌다. ©박분
쓰임새가 다른 온갖 공구들이 장터에 나왔다.
쓰임새가 다른 온갖 공구들이 장터에 나왔다. ©박분
정성껏 식물을 키워낸 예쁘장한 화분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정성껏 식물을 키워낸 예쁘장한 화분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박분
 오래된 시계와 목걸이, 낡은 립스틱 등 좌판에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오래된 시계와 목걸이, 낡은 립스틱 등 좌판에 추억의 물건들이 가득하다. ©박분

눈부신 햇빛을 피할 수 있어 좋은 나무 그늘 아래에도 좌판이 즐비하다. 옷가지를 취급하는 좌판마다 다가올 겨울을 대비한 두툼한 점퍼와 목도리가 나와 있어 시선을 붙든다. 정성껏 키워낸듯 올망졸망한 식물이 심긴 화분도, 쓰임새가 각기 다른 온갖 공구도 장터에 나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세월의 흔적이 깃든 오래된 시계와 낡은 립스틱 용기, 희귀한 액세서리 등 추억의 물건들을 진열한 좌판 앞은 구경꾼이 많다. 걸음을 멈춰 선채로 한참을 구경하다가 간다. 전문 상인이 아니지만 수집 품목과 진열 솜씨는 누가 보아도 감탄을 자아낼만하다. 굳이 물건을 사지 않아도 감성으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까치나눔장터에 엄지척을 올려 응원해본다. 
느긋하게 장터를 돌다보면 맘에 드는 것을 득템할 수 있다.
느긋하게 장터를 돌다보면 맘에 드는 것을 득템할 수 있다. ©박분
장난감을 늘어놓고 판매에 나선 아이들 표정이 귀엽다.
장난감을 늘어놓고 판매에 나선 아이들 표정이 귀엽다. ©박분
까치나눔장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명덕여중 학생들(왼쪽부터 김주하, 이서우, 한서연)
까치나눔장터에서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명덕여중 학생들(왼쪽부터 김주하, 이서우, 한서연) ©박분
구술을 직접 실에 꿰어 반지와 목걸이를 만드는 학생들
구술을 직접 실에 꿰어 반지와 목걸이를 만드는 학생들 ©박분

외진 곳도 눈여겨보자! 좌판은 공원 한복판뿐 아니라 구석진 곳에도 있다. 느긋하게 장터를 구경하며 한두 바퀴 돌다 보면 맘에 드는 것을 아주 저렴한 값에 구매할 기회가 온다. 매주 토요일에 장터를 열어 온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까치나눔장터만의 매력이다. 엄마를 따라 나와 물품 진열을 돕고 있는 아이들이 제법 의젓해 보인다. 장난감과 인형을 늘어놓고 가격표에 얼마를 쓸까 고민하는 모습도 귀엽기만 하다.  

까치나눔장터 안내와 쓰레기줍기 등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명덕여중 1학년 한 반 친구들도 의기투합해 까치나눔장터에서 봉사활동과 함께 1일 판매자로 나섰다. 초등학교 시절 읽었던 만화 <삼국지>, 작아서 못 입게 된 옷가지와 모자, 생일 잔칫날 사용했던 파티용 가발을 들고 나왔다. 봉사활동 틈틈이 학생들은 비즈공예 솜씨를 발휘해 반지와 목걸이를 만들어 판매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판매 수익금 중 절반은 이웃돕기 성금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용돈으로 쓰겠다고 야무지게 말했다.
이웃돕기 모금함에 기부를 하고 있는 주민들
이웃돕기 모금함에 기부를 하고 있는 주민들 ©박분

이웃돕기 모금함에 기부 행렬도 줄을 잇고 있었다. 판매 수익금 10%의 자율 기부뿐만 아니라 일반 주민들의 기부 또한 성황을 이뤘다. 비록 몇 천원의 소액 기부이지만 장터에서 어려운 이웃을 도울 좋은 기회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따뜻한 마음은 어디에도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빛나 보였다.
까치나눔장터가 열린 원당근린공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여유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
까치나눔장터가 열린 원당근린공원 놀이터에서 아이들과 여유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 ©박분

시간이 흐르며 장터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어 갔다. 공원 한쪽에 자리한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에게 그네를 태워주며 장터에서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는 가족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까치나눔장터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소비와 절약, 어른들에게는 건강한 가정경제를 이끄는 산 교육장이 되기도 한다. 또한 판매 수익금 10%의 자율 기부를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도울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까치나눔장터는 11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운영한다. 장터에서 물품 판매를 원하는 구민은 네이버카페 ‘까치나눔장터 협동조합’ 또는 전화(02-2602-2522)로 신청하면 된다.

까치나눔장터

○ 기간 : 11월 26일까지 매주 토요일 10:00~16:00
○ 장소 : 원당근린공원(NC백화점 뒤편)
○ 내용
- 재사용·재활용 가능한 물품 판매 및 교환 (먹거리장터 및 지역상권에 영향을 주는 신제품, 농수산물 등은 제외)
- 나눔 문화 확산을 위한 민간주도의 자율 기부(판매수익의 10%) 캠페인
○ 주관 : 까치나눔장터 협동조합
○ 대상 : 참여를 희망하는 강서구민
○ 모집 및 참여 방법 : 네이버카페 ‘까치나눔장터 협동조합’, 유선(02-2602-2522) 또는 행사당일 현장접수

시민기자 박분

현장감 있는 생생한 기사를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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