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새로워지는 용산, 여기는 꼭 봐야 해!

시민기자 김은주

발행일 2022.09.30. 13:43

수정일 2023.02.17. 15:35

조회 4,920

용산기지 둘레길, 한강로 산책하며 알게 되는 인문학 이야기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코스 중 한강로 산책을 떠나 본다. Ⓒ김은주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코스 중 한강로 산책을 떠나 본다. Ⓒ김은주

가을은 산책하기 좋은 시간이다. 익숙한 풍경조차 아름답게 보이는 계절이랄까. 미군기지 반환, 대통령 집무실 이전, BTS 사옥 이전 등 늘 새로운 이슈가 넘쳐나는 용산 산책을 하고 싶어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한강로 산책 코스를 예약했다.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은 용산 미군기지가 용산공원으로 바뀌게 되면서 그 주변의 인문학적인 요소와 역사적 이야기를 함께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8개 코스 중 한강로 산책은 용산역에서 용리단길을 거쳐 삼각지에 다다르는 길을 걸으며 일제와 미군에 의해 영향 받아 만들어진 신용산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볼 수 있는 코스이다. 과거와 비교해 많은 변화가 있었던 용산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용산공원 조성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용산역의 모습 Ⓒ김은주
용산공원 조성으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용산역의 모습 Ⓒ김은주
용산역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노동자상 Ⓒ김은주
용산역 광장에 전시되어 있는 노동자상 Ⓒ김은주

한강로 산책의 첫 모임 장소는 용산역이었다. 갈수록 변화의 속도가 빠른 용산역 주변은 방문할 때마다 그 변화가 눈에 확확 들어올 정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용산역 부근은 일제에 의해 여러 철도 관련 시설들이 생겨나 철도행정의 중심이 되었다. 철도공장, 철도관사, 철도운동장, 철도병원 등 철도와 관련된 시설들이 모이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그 존재를 목격할 수 있다.

용산역 광장에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우뚝 세워져 있다. 용산역은 일본군의 침략 전쟁을 위한 징용과 징병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열차를 타고 여러 지역으로 끌려갔던 곳이다. 노동자상이 이곳에 있는 이유는 가족들과 애타는 이별을 했던 이 장소에서 착취 당하고 희생 당한 조선 노동자를 기리기 위한 것이다. 그들의 한 맺힌 아픔이 느껴지는 듯했다.
철도회관의 화단에 놓여 있는 연복사탑 중창비 Ⓒ김은주
철도회관의 화단에 놓여 있는 연복사탑 중창비 Ⓒ김은주

철도회관을 향해 걷는 용산역 뒷길은 용산역 광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번화함은 싹 벗겨지고 조용하고 한적한 도심의 뒷길이 펼쳐졌다. 철도회관의 화단에 무심한 듯 놓인 연복사탑 중창비는 고려 개경에 있었던 연복사 사찰 5층 목탑의 건립 내력을 담은 비석이다. 연복사도 생소한데 연복사탑 중창비는 더 낯설게 다가왔다.

일제가 수탈해 가기 위해 용산까지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연복사탑 중창비는 현재 비신은 없고 귀부와 이수만 있다. 비석은 여기저기를 전전하다 이곳 철도회관 화단으로 옮겨졌는데, 사실 이곳도 있을 만한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중국 명나라 비석 양식을 보이고 있는 모습이며 머릿돌인 이수 부분에 새겨진 용의 형상이 기개가 넘친다.
국민에게 개방했던 용산 미군기지 14번 게이트의 당시 모습 Ⓒ김은주
국민에게 개방했던 용산 미군기지 14번 게이트의 당시 모습 Ⓒ김은주

이어서 찾은 곳은 용산 미군기지 14번 게이트다. 총 21개 게이트 중에서 일제 강점기 조선군 사령부의 출입문이 있었던 역사적 장소다. 용산역을 바라보는 이곳에 터를 잡았던 조선군 사령부 청사는 미7사단 사령부 청사가 되었다가 국방부와 육군본부 청사까지 변화를 거듭했다. 이후 총독관저 자리에는 주한미군 121병원이 세워졌다.

용산 미군기지 14번 게이트 주변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게이트 주위에 옷가게들이 많아 옷을 구매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는데, 최근에는 음식점들로 많이 바뀐 모습이다.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면서 바뀌게 된 풍경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천주교 국군중앙주교좌성당 안에 있는  왜고개 성지 Ⓒ김은주
천주교 국군중앙주교좌성당 안에 있는 왜고개 성지 Ⓒ김은주
왜고개 성지에 묻혔던  순교자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김은주
왜고개 성지에 묻혔던 순교자들의 초상화가 전시되어 있다. Ⓒ김은주

언덕길을 올라가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왜고개 성지는 천주교 국군중앙주교좌성당의 사적지 안에 있다. 왜고개 성지는 1846년 병오박해 때 순교한 한국인 첫 사제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등 여러 순교자들이 매장되었던 곳이다.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성당 건물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매장된 순교자들의 초상화가 길을 따라 전시되어 있어 간략한 설명 내용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건물의 연식이 느껴지는 중후한 느낌의  옛 간조 경성 지점 Ⓒ김은주
건물의 연식이 느껴지는 중후한 느낌의 옛 간조 경성 지점 Ⓒ김은주

다음으로 도착한 곳은 신용산길을 걷다가 늘 궁금했던 건물 앞이었다. 옛 간조 경성 지점이었던 이 건물은 현재 식품회사 광일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건축과 토목기업이었던 간조는 용산중학교, 철도학교, 제2고등여학교, 경부선, 한강철교, 수풍댐 등을 건축한 기업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건축물들이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간조 경성 지점은 외관상으로도 꽤 오래된 연식이 느껴진다. 서양식 건축양식이 독특하다. 원래는 목조 단층건물로 지어졌으나 1925년 대홍수로 인해 철근 콘크리트조 2층으로 개축해 타일 외관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일본식 사찰인 용광사 터가 있었던 현재의 원불교 서울교당 Ⓒ김은주
일본식 사찰인 용광사 터가 있었던 현재의 원불교 서울교당 Ⓒ김은주
삼각지역에 모여 있는 액자 가게와 화랑의 모습 Ⓒ김은주
삼각지역에 모여 있는 액자 가게와 화랑의 모습 Ⓒ김은주

흔적만 살짝 보이는 일본식 사찰인 옛 용광사 터가 있었던 현재의 원불교 서울교당과 현재 한국전력 창고부지로 사용 중인 옛 경성전기주식회사 용산출장소 터를 지나, 한강로 산책의 마지막 장소는 삼각지역이었다. 한강과 서울역, 이태원과 효창동으로 향하는 4개의 길이 만나는 곳으로, 삼각형 모양의 땅이 만들어지면서 교통의 요지로 역할하고 있다.

삼각지역으로 향하는 길은 많은 화랑들을 만날 수 있는 화랑 거리이다. 왜 삼각지에 화랑들이 모여들었을까? 삼각지 교차로에서 용산역과 서울역 방향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화랑들은 예전에는 더 많았다고 한다. 한국전쟁 직후 미군들의 초상화나 한국 전통 그림을 그려주던 화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액자 가게, 표구 가게, 화랑 거리가 조성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삼각지역에서 볼 수 있는 삼각지의 역사 Ⓒ김은주
삼각지역에서 볼 수 있는 삼각지의 역사 Ⓒ김은주
용산기지 둘레길 한강로 산책에 참여한 이들이 용산을 걷고 있다. Ⓒ김은주
용산기지 둘레길 한강로 산책에 참여한 이들이 용산을 걷고 있다. Ⓒ김은주

신용산과 삼각지까지 이어지는 길을 걸으며 역사 스토리텔링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이 가진 가치와 의미를 좀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둘레길 산책과 함께 보기 좋은 곳으로 녹사평 용산공원 플랫폼과 용산도시기억전시관, 용산박물관을 추천하고 싶다. 녹사평 용산공원 플랫폼은 녹사평 전철역 안에 조성된 공간으로 문화 체험 공간, 기획전시 공간 등 다양하게 꾸며져 있어 잠시 머물다 가기 좋다. 
용산역사박물관도 함께 관람하며 용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 좋다. Ⓒ김은주
용산역사박물관도 함께 관람하며 용산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기 좋다. Ⓒ김은주

용산기지 둘레길 산책

○ 하반기 산책 일정: 2022년 9월 1일(목) ~ 11월 19일(토)
○ 모집 인원: 각 산책 코스별 선착순 12명
○ 코스 안내: 용산공원 시민소통공간 홈페이지
○ 예약: 네이버 예약
○ 문의: 02-333-4882

시민기자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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