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거리로 나왔다! 평화문화진지에서 만난 캬라반 '봄'
발행일 2022.05.18. 11:00
정말 오랜만에 시민들이 많이 찾는 장소에 거리예술이 찾아왔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22일까지 도심 속 시민들의 일상 공간인 공원, 광장 등에서 거리예술 캬라반 '봄'이 열리고 있는 것. 마침 방문한 평화문화진지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미처 공연 계획을 모르던 시민들도 시간과 장소를 안내하는 스태프들 덕분에 공연에 참여할 수 있었다.
평화문화진지에 거리예술 캬라반 ‘봄’이 찾아왔다. ⓒ이선미
평화문화진지에서 만난 공간서커스살롱의 공연 <풀어내다>는 특별히 어르신들의 정서를 상기하고 자극할만 했다. ‘풀어내다’라는 말에는 우리 민족에게 무척 특징적인 정서가 담겨 있다. 인고의 세월을 살아야 했던 이들이 한평생 가슴에 쌓인 ‘한’을 풀어내고 편안하기를 기원하는 공연이었다.
편안하게 자리잡은 시민들이 살풀이를 재해석한 공연 <풀어내다>와 만나고 있다. ⓒ이선미
연기자가 온몸을 천으로 돌돌 감고 걸어나왔다. 무대 중앙에 선 그는 자신을 옭아매는 천을 천천히 풀어냈다. 그리고 이내 서커스가 시작됐다. 제목에서 이미 알게 되듯이 <풀어내다>는 ‘살풀이’를 재해석한 현대서커스라고 한다. 코로나 상황이 아직 마침표를 찍지 않은 지금, 모두의 평안과 안녕을 기원하는 한 판 굿 같았다. 때로 아찔하게 보이는 연기를 보여준 배우에게 시민들은 뜨겁게 화답했다. 배우도 고조된 반응에 상기된 표정이었다.
모두의 평안과 안녕을 바라는 현대서커스 <풀어내다> ⓒ이선미
이어진 공연 <인어인간>과 <활력, 청소부!>는 둘 다 주인공이 청소부였다. 마임이스트 백승환이 코믹하게 시작하는 공연은 바다청소부 이야기였다. 코믹한 마임이스트의 행위 하나하나에 웃음이 터졌다. 청소부는 알람 소리에 잠이 깨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하고 축제 공간에 들어온다. 그리고 아이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일을 한다.
바다청소부 이야기 <인어인간> ⓒ이선미
즐거운 시간도 잠시, 뜻하지 않은 상황이 벌어지고 청소부는 놀라고 힘들어하고 절규한다. 바다청소부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바다청소부에게 찾아온 위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선미
<활력, 청소부!>는 이보다 더 역동적이고 재밌는 공연이었다. 시작부터 어린이들과 친숙하게 공연을 풀어나가던 ‘청소부’는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관객을 불러 모았다.
"길을 비켜요, 청소부 나갑니다!" ⓒ이선미
청소부의 동작 하나에 뜬금없이 음악이 튀어나오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사운드에 너나없이 동작을 멈추고 섰다. 청소부는 시민들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시민들과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간 이동형 공연 <활력, 청소부!> ⓒ이선미
<티핑포인트>는 좀 더 심각하고 무거운 공연이었다. 등장하는 세 배우의 표정부터 심상치 않았다. 너무나 뜨거워진 지구에서 결국 ‘녹아버린’ 빙하를 애도하는 추모 퍼포먼스였다. 지금 이 순간도 녹고 있는 빙하 이야기는 곧 빙하의 장례식 이야기다.
평화문화진지에서 <티핑포인트>를 공연하고 있다. ⓒ이선미
배우들은 줄곧 비장한 표정으로 연기를 하고 있는데 앞자리에 앉은 어린이들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연기자들의 표정이나 몸짓이 재밌어 보이는 모양이었다. 한참 심각한 상황인데 아이들의 웃음이 당황스러웠다. 이런 공연에는 대강의 이야기를 먼저 알려주는 것이 더 나은 일일까, 보이는 그대로를 만나는 게 좋은 것일까 좀 헷갈렸다.
<티핑포인트>는 ‘죽어버린’ 빙하를 애도하는 추모 퍼포먼스였다. ⓒ이선미
시민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처럼 시대의 고민을 고발하고 공유하자는 권유 같은 공연이었다. 수도 서울을 방어할 목적으로 대전차 방호시설이 배치됐던 곳, 마침내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평화문화진지에서 만난 거리예술이라 기분이 더 남달랐다.
분단의 아픔 속에서 수도 서울을 방어하기 위한 군사시설이 이제 문화공간이 되었다. ⓒ이선미
평화문화진지에서는 캬라반이 끝난 후에도 매주 토, 일요일에 <2022 진지한 버스킹, 팔레트>가 펼쳐지고,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는 우리 음악으로 가득 채울 <평화취타대> 공연이 시민들을 기다린다.
서울창포원에는 붓꽃이 한창
평화문화진지에서 바로 이어지는 서울창포원은 서울둘레길 '수락∙불암산 코스1'의 일부이기도 하다. 130여 종의 붓꽃이 피고 지는 생태공원에 녹음이 싱그러웠다. 2009년 조성돼 이제 제법 세월의 흔적이 깊어가는 곳곳에 시민들이 편안하게 휴식하고 있었다. 위드코로나 시기에 지친 몸과 마음을 서울창포원의 녹음과 꽃으로 위로해도 좋겠다.
붓꽃이 피고 있는 서울창포원의 편안한 일상 ⓒ이선미
서울창포원의 붓꽃은 점점 피어나고 있다.ⓒ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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