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를 사로잡는 엽전도시락과 옛 건축물, 서촌 골목 여행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2.03.31. 10:00

수정일 2022.03.31. 17:07

조회 2,854

[골목원정대] 포켓몬빵의 추억처럼 뉴트로(newtro)의 매력에 푹 빠지고 싶은 날
서촌에 있는 대오서점 내부. 음료 혹은 옆서를 구매하고 들어간다. ©조수연
서촌에 있는 대오서점 내부. 음료 혹은 옆서를 구매하고 들어간다. ©조수연

한 나라의 경제와 정치 중심지가 되는 수도(首都). 물론 어떤 나라는 정치와 경제, 생활 중심지가 각기 떨어져 있기도 하지만,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수도가 한 나라의 중심지였다. 현재 서울이 그러하듯 조선시대에는 한양이 중심지였던 것이다.

한양에서 경복궁은 중심 중에서도 중심으로, 조선 최고의 법궁(法宮)이었다. 화재로 인해 경복궁이 소실돼 창덕궁에서 거주한 기간만 제외하면, 경복궁에는 항시 임금이 거처했다. 경복궁을 중심으로 서촌과 북촌 등 주거지역을 명명하기도 했다.

이 중에서 서촌은 경복궁 서쪽에 있는 마을을 뜻하는데, 정확하게 말하면 인왕산 동쪽과 경복궁 서쪽 사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인근 동네가 서촌인 셈이다. 서촌은 인근 청와대로 인한 개발 제한으로 예스러움을 간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북촌처럼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관광객들은 어떤 이유로 서촌을 서울의 주요 관광지라고 보았을까? 수많은 한옥과 옛 거리들 사이에서 서촌은 어떤 매력을 보여주는 걸까? 서촌의 맛과 멋이 있는 골목골목을 걸어들어가 보았다.
통인시장 내 명물, 엽전도시락 안내문 ©조수연
통인시장 내 명물, 엽전도시락 안내문 ©조수연

금강산도 식후경, 통인시장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먼저 먹거리다. 서촌은 효자동을 중심으로 빵집과 커피숍이 많고, 고로케 등 간식을 판매하는 가게도 꽤 많다. 그 외에 전통 한식이 있고, 또 경기상업고등학교와 경복고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면 만두와 칼국수 등을 판매하는 가게도 있다.

그 중 특히 소개하고 싶은 곳은 서촌의 터줏대감인 ‘통인시장’이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거니와, 아주 특별하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인시장은 1914년 효자동 인근 일본인을 위한 공설시장으로 시작했으며, 현재처럼 점포가 갖춰지기 시작한 것은 6.25 전쟁 후부터이다.
통인시장 내 점포  ©조수연
통인시장 내 점포 ©조수연

역사와 함께 낡아가던 통인시장에 다시 사람들의 발길을 모은 건 작은 동전 하나, 바로 ‘엽전’이다. 2011년 통인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시장 상인회가 기업을 설립했고, 그 기업에서 엽전 도시락을 출시했다. 현재 통인시장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로 그 엽전 말이다.

엽전 도시락은 통인시장 가운데에 있는 상인회 건물 2층에서 구매할 수 있다. 엽전은 10개 단위로 판매하고, 10개당 가격이 5,000원이다. 엽전 하나당 500원인 셈이다. 
엽전 10개 한 묶음에 5천원이다. ©조수연
엽전 10개 한 묶음에 5,000이다. ©조수연

엽전을 구매하면, 엽전과 함께 플라스틱 도시락 용기를 내어준다. 통인시장의 치명적인 매력, 엽전 도시락이다. 이제 엽전을 들고 시장에서 맛있는 음식을 골라 담으면 된다. 엽전은 현금처럼 쓸 수 있다. 엽전은 ‘통인시장 도시락 카페 통(通)’이 적힌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으며, 음식 옆에 엽전 2개, 3개 등 필요한 엽전 개수를 친절하게 적어 놓은 상점도 있다. 
피카츄 돈까스와 다양한 분식 ©조수연
피카츄 돈까스와 다양한 분식 ©조수연

엽전을 들고 먹고 싶은 음식을 찾아다니며 시장을 구경했다. 과거 화폐로 사용됐던 엽전으로 구매하는 즐거움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조금씩 담아 다양하게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추가되었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조금만 먹어도 물리는데 이곳에서는 조화롭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았다.

엽전으로 도시락 하나를 가득 채웠다. 국과 밥은 통인시장 상인회 2층에서 각각 1,000원(엽전 2개)씩에 구매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반찬류를 중심으로  5,000원어치를 담았다. 최근 포켓몬빵 열풍을 떠올리며 구매한 피카츄 돈까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치킨팝콘, 신선한 채소로 식단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구매한 구절판, 통인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기름떡볶이까지, 국과 밥을 포함해도 7,000원이다. 서울 도심에서 먹는 점심 치고 꽤 괜찮은 가격이다.
엽전으로 가득 차린 한상 ©조수연
엽전으로 가득 차린 한상 ©조수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

통인시장에서 ‘맛’을 느꼈다면, 이제 서촌이 간직한 ‘멋’을 느껴볼 차례. 북촌한옥마을처럼 한옥을 구경할 수도 있지만, 서촌에 왔다면 근현대의 분위기를 천천히 즐겨 보자.

그 첫 번째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서점으로 알려진 '대오서점'이다. 이곳은 조대식, 권오남 부부가 1951년에 개점한 헌책방이다. 부부의 이름을 따 대오서점으로 지었다. 한옥의 창고를 개조해 만들었는데 서점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창고 밖의 한옥 내부에도 책장을 두어 책을 진열해 놓았고, 현재는 카페로 운영 중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대오서점 ©조수연
서울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대오서점 ©조수연

아이유의 앨범 재킷 촬영 장소로 입소문을 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가 되기도 했다. 2020년부터는 뉴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 한번 MZ세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대오서점의 내부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주문하는 곳과 사진 찍는 곳, 그리고 차 마시는 곳이다. 먼저 주문을 해야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서점을 카페로 꾸민 곳이라, 내부는 아담하다.
대오서점 내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조수연
대오서점 내부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조수연

1층과 2층을 합쳐서 테이블은 7~8개 정도 있다. 2인 테이블과 4인 테이블이 섞여 있으며, 간단히 커피를 마시고 일어나는 분위기다. 그 속에서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중년 부부의 모습도 보였다. 아마도 이들에게는 이곳이 과거 추억을 되살리는 타임머신일지 모른다.

수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좀 더 특별한 사연의 책이 있다. 바로 BTS 가사집이다. BTS 가사집의 판매액은 전액 기부를 한다. 아마도 BTS의 리더 RM(랩몬스터)가 대오서점을 자주 찾으며 이를 SNS에 올리다 보니 서점에서도 이에 화답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가옥 그 자체로 둘러볼 만한 박노수미술관 ©조수연
가옥 그 자체로 둘러볼 만한 박노수미술관 ©조수연

과거 건축 양식이 살아있는 박노수미술관

대오서점이 MZ세대라면, 박노수미술관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건축물의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예술 및 건축 마니아들에게 인기다. 종로구립 박노수미술관은 서울시 1종 등록미술관으로 박노수 화백의 기증 작품과 컬렉션(고미술품, 수석, 고가구) 등 총 1,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백미(白眉)는 가옥 그 자체다. 1층은 온돌과 마루, 2층은 마루방 구조이고, 3개의 벽난로가 설치되어 있다. 이 가옥은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문화재자료 제1호(1991년)로 등록되었다. 
전시가 한창인 박노수 미술관 입구 ©조수연
전시가 한창인 박노수 미술관 입구 ©조수연

박노수미술관은 현재 개관 8주년을 맞아 박노수 화백의 쪽빛 작품 '산'을 비롯한 1980년대 수작들과 사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타이틀은 ‘화가의 비망록’. 비망록은 ‘잊지 않으려고 중요한 골자를 적어 둔 것, 또는 그런 책자’라는 뜻으로 화가 박노수가 남긴 비망록을 통해 다양한 박노수의 모습, 특히 화가이기 이전의 인간적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용현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과자세트 ©조수연
김용현베이커리에서 판매하는 과자세트 ©조수연

그 외 서촌에서 놓치지 말아야할 것들

북촌과 인사동처럼 서촌 역시 한복 대여가 활발하다. 한복을 입으면 경복궁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기도 하고, 서촌과 경복궁 옆 북촌까지 도보로 이동하며 예스러움을 간직한 거리에서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한복과 함께 서촌에서는 빵도 유명하다. 김용현베이커리와 효자베이커리 등 유명 빵집이 묵묵히 서촌을 지키고 있다. 특히 통인시장 옆 김용현베이커리는 40년 넘게 효자동을 지키며 부추빵, 만주세트, 케이크, 카스텔라, 맘모스빵 등 50여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빵을 만들어낸다.

최근 포켓몬빵 열풍으로 다시금 뜨거워지는 뉴트로 감성. 진정한 뉴트로를 느껴보고 싶다면 서촌을 즐겨보자. 봄꽃이 피어나면서 서촌은 하루가 다르게 더 멋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특색 있는 골목을 찾아서 '골목원정대'가 간다!

서울시민기자가 '골목원정대'가 되어 서울의 특색 있는 골목·거리·가게를 소개합니다! 시민기자가 찾은 보물 같은 골목에 많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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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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