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진진 미션투어! 효창공원 누비며 '백년의 기억을 찾다'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11.19. 13:18

수정일 2021.11.19. 13:25

조회 1,460

“나를 찾아주세요, 나를 기억해주세요. 우리 해방된 조국에서 만납시다.”
효창공원 미션투어 '차원의 공간안내자'의 외침에 미션투어 참가자 모두 숙연해졌다. ⓒ김윤경
효창공원 미션투어 '차원의 공간안내자'의 외침에 미션투어 참가자 모두 숙연해졌다. ⓒ김윤경

'차원의 공간안내자' 말에 신나게 뛰어 다녔던 아이들도 조용하게 경청했다. 효창공원에서는 독립운동가의 삶을 주제로 역사와 기억을 되새기는 효창공원 미션투어 ‘100년의 기억을 찾다’가 진행되고 있다. 17일 순국열사의 날을 앞두고 필자도 지난 13일 토요일 오후 미션투어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이 시간에 맞춰 ‘효창공원 미션투어’ 출발점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김윤경
참가자들이 시간에 맞춰 ‘효창공원 미션투어’ 출발점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김윤경

미션투어 시작 시간이 되자, 참가자들은 효창공원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고귀한 불꽃’, ‘뜨거운 심장’ 등 8종류 상자가 있는 기억자판기에서 각자 원하는 걸 뽑았다. 열어본 상자 안에는 편지와 기자수첩, 볼펜, 마스크 스티커가 들어 있었다.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기억자판기 앞에 참가자들이 줄 서있다. ⓒ김윤경
투어에 참가하기 위해 기억자판기 앞에 참가자들이 줄 서있다. ⓒ김윤경
미션투어 상자, 각자의 미션이 다르다. ⓒ김윤경
미션투어 상자, 각자의 미션이 다르다. ⓒ김윤경

미션은 설정부터 흥미로웠다. 10년 전 한 기자가 독립운동가 취재기사를 쓰려다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결국 기자는 시간 내에 미션을 성공하지 못했고, 기자수첩을 통해 2021년 참가자에게 이후를 당부하며 깨알 같은 팁을 적어놓았다.  
상자에 들은 내용물을 활용해 미션을 푸는 방식이다. ⓒ김윤경
상자에 들은 내용물을 활용해 미션을 푸는 방식이다. ⓒ김윤경

수첩은 당시 시간별로 기자의 활동을 손글씨처럼 적어놓아 실감났다. 미션투어가 아니더라도, 효창공원에 있는 샘터나 조형물, 원효대사 동상이 있는 이유 등 유익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어 꼼꼼하게 읽어보면 많은 공부가 된다. 미션은 수첩이나 카드뿐만 아니라, 공원의 설치물과 QR코드를 통해 스마트폰도 활용하는 등 흥미롭게 짜여있다. 
넓은 공원에서 가을 낙엽을 밟으며 뛰는 아이들 ⓒ김윤경
넓은 공원에서 가을 낙엽을 밟으며 뛰는 아이들 ⓒ김윤경

“2시간 안에 성공하지 않으면 기억의 웜홀에 빠져 돌아올 수 없습니다.” 
이 말에 아이들은 재빨리 뛰었다. 아이들이 지나는 발자국 아래 붉고 노랗게 물든 낙엽들이 내는 바스락 바스락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미션은 조력자와 함께 하거나 개별적으로 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해도 곳곳마다 묶인 리본이 방향을 알려줘 미션 수행이 어렵지는 않다. 
원효대사 동상 아래에서 미션을 수행했다. ⓒ김윤경
원효대사 동상 아래에서 미션을 수행했다. ⓒ김윤경

우선 첫 번째 미션부터 인상적이었다. 원효대사 동상 앞에서 효창독립신문을 찾아 숫자로 된 암호를 해독하는 것인데, 그 암호가 실제 독립운동에 사용됐던 암호라고 한다. 그 말에 한 번 더 유심히 보게 됐다. 주위를 보니 모두들 미리 받은 암호해독표를 대조해가며 열심히 찾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으면서도 저절로 역사를 터득할 수 있는 기회였다. 
암호해독표(왼쪽),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정보를 얻는다.(오른쪽) ⓒ김윤경
암호해독표(왼쪽),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정보를 얻는다.(오른쪽) ⓒ김윤경

근처에 조선시대부터 있었다는 샘터가 보였다. 기록에는 1786년 정조대왕 큰아들 장례에 이 샘물이 넘쳐 흘렀다고 한다. 몰랐던 사실이었다. 220년이 넘은 지금도 솟아나는 샘물을 보며, 역사도 이처럼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가자가 기억의 파편을 통해 인물기록카드의 훼손된 부분을 작성하고 있다. ⓒ김윤경
참가자가 기억의 파편을 통해 인물기록카드의 훼손된 부분을 작성하고 있다. ⓒ김윤경

산책로에 있는 터널에는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카드가 걸려 암호를 해독해 각자 인물을 찾아야 했다.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어 훼손된 카드에 글자를 적으며 몰랐던 역사와 기억 속 인물을 되새겼다. 필자가 찾은 인물은 '조성환 선생'이었다. 매번 효창공원의 조성환 선생 묘소를 지났지만, 자세한 일화는 이번 기회에 처음 알게 됐다. 
참가자가 설명을 들으며 내용을 적고 있다. ⓒ김윤경
참가자가 설명을 들으며 내용을 적고 있다. ⓒ김윤경

“침입자인지, 조력자인지 어떻게 알아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알게 될 것이오.” 
아이들이 던지는 질문에 불쑥 나타난 조력자는 진지하게 답해준다. 미션투어에서는 길을 헤맬 때마다 마스크에 스티커를 붙인 조력자가 살며시 나타나 도움을 줬다. 독립운동을 비밀리에 했던 당시처럼.
인물을 찾은 후 참가자들이 QR코드를 이용해 영상을 보고 있다. ⓒ김윤경
인물을 찾은 후 참가자들이 QR코드를 이용해 영상을 보고 있다. ⓒ김윤경
독립 70주년에 조성된 광장의 여러 태극기 ⓒ김윤경
독립 70주년에 조성된 광장의 여러 태극기 ⓒ김윤경

QR코드를 통해 내가 찾던 인물을 스마트폰 영상을 통해 보고, 광복 70주년에 조성된 광장에서 여러 종류의 태극기도 둘러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모든 미션을 성공하면 하얀 국화를 받아 각자가 찾은 인물의 묘소에 헌화하며 마무리했다.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며 묵념을 하고 투어를 마무리한다. ⓒ김윤경
국화 한 송이를 헌화하며 묵념을 하고 투어를 마무리한다. ⓒ김윤경

서울시는 효창공원 일대를 독립운동 기념공간으로 조성하고자 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동안 시민참여 유도와 홍보, 네이밍, 슬로건, 작품공모 등을 통해 효창공원을 알리기 위해 노력해왔다. 시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효창공원의 역사와 공간적 의미에 대해 접할 수 있도록 정보 제공 및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미션투어가 시작되는 기억자판기가 있는 효창공원 정문 ⓒ김윤경
미션투어가 시작되는 기억자판기가 있는 효창공원 정문 ⓒ김윤경

효창독립 100년 메모리얼 프로젝트 ‘효창공원 100년의 기억’은 12월 12일까지 매주 금, 토, 일 오후 이어진다. 또한 전문가와 함께 역사를 탐방하는 효창공원 ‘100년의 길을 걷다’ 및 효창공원 역사와 미래를 담은 전시 ‘100년의 미래를 말하다’도 함께 진행된다. 
5명의 독립운동가들의 무궁화가 표식과 있다. ⓒ김윤경
5명의 독립운동가들의 무궁화가 표식과 있다. ⓒ김윤경

낙엽이 내린 효창공원은 고즈넉했다. 순국선열의 날을 앞두고 참여한 미션투어는 재미와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직접 참여해보면 예상을 넘는 즐거움과 놀라움, 나라를 위했던 당시의 울림과 감동을 만날 수 있으니 꼭 해보길 추천한다. 

효창독립 100년 메모리얼 프로젝트 ‘100년의 기억을 찾다’

○ 미션시간 : 2021. 11. 5.(금)~12. 12.(일) 매주 금, 토, 일요일
○ 운영시간 : 오후 1시~오후 5시
○ 홈페이지 : https://hyochangpark.com/
- 온라인 사전예약 바로가기 : https://hyochangpark.com/missiontour
○ 문의 : 02-458-3315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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