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요" 디지털 소외계층 위한 키오스크 눈길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1.08.30. 15:15

수정일 2021.08.30. 16:57

조회 11,861

“이거 어떻게 하는 건지 좀 알려 줄 수 있어요?”
얼마 전, 집 앞에 새로 생긴 무인 가게에서 한 어르신이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도 키오스크가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가끔 키오스크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을 보며, 기기사용이 훨씬 빠른 아이들에게 넘기기도 한다. 코로나19로 비대면이 늘며 여러 곳에서 급속하게 디지털화가 되고 있다. 현재 주변만 보더라도 이곳저곳 디지털 기기들이 설치돼 있는 걸 볼 수 있다. 즐기는 차원을 넘어 물건을 사고 행정을 처리하는 등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비대면’, ‘무인화’ 추세로 키오스크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비대면’, ‘무인화’ 추세로 키오스크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김윤경

성동구, 디지털 소외계층 배려…'느려도 괜찮아' 캠페인

며칠 전, 성동구 왕십리역사 내 마트를 지나다 특별한 홍보물을 보게 됐다. 여러 키오스크 중 한 곳에 붙어 있던 ‘느려도 괜찮아’ 라는 홍보물이다. 함께 세워진 배너에는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으니, 좀 느리더라도 기다리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닥에는 캠페인 문구가 적힌 거리두기 대기선이 부착돼 있어 찾기 쉬웠다. 필자도 확실히 편한 마음으로 주문을 할 수 있을 듯 싶었다. 
바닥에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 문구가 붙어 있다.
바닥에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 문구가 붙어 있다. ⓒ김윤경

1층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에서도 이 캠페인을 만날 수 있었다. 필자가 갔을 때는 붐비지 않은 시간인데다 캠페인 문구를 봤는지, 그 키오스크는 비워놓고 주문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영화관에서 ‘느려도 괜찮아’를 보니, 찬찬히 영화를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 더 유용해 보였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한 곳에 캠페인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패스트푸드점 키오스크 한 곳에 캠페인 홍보물이 부착돼 있다. ⓒ김윤경

성동구에서 진행하는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지 못한 어르신 등 디지털 소외계층들이 기기에 대해 천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배려를 장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캠페인은 시민들의 아이디어로 탄생해 의미를 더한다. 이 캠페인은 올해 성동구에서 실시한 ‘제3회 생활밀착정책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성동구는 지난 2월 15일부터 3월 31일까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생활밀착정책 아이디어 공모전’ 을 진행했다. 총 138건 중 9건 수상작을 선정해 추진하고 있다. 
영화관 키오스크에서도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을 발견했다.
영화관 키오스크에서도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을 발견했다. ⓒ김윤경

이를 통해 성동구는 ‘느려도 괜찮아’와 ‘스마트 디지털 봉사단’을 운영하며 어르신들이 디지털 세상에 소외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스마트 디지털 봉사단’은 일대일 교육으로 디지털 소외 계층에게 기초적 조작법부터 동영상 편집까지 친근하게 가르쳐 준다. 또한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은 상점의 협조를 받아, 지난 8월 초 성동구 왕십리 이마트와 CGV, 롯데리아와  메가박스 성수 등 네 곳에 설치를 완료했다.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을 패스트푸드, 영화관, 마트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을 패스트푸드, 영화관, 마트 등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김윤경

2호선과 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환승역이자 서울 동북부의 교통 거점 중 하나인 왕십리역사는 큰 역인 만큼 여러 세대가 이용하고 있다. 그러기에 더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할 듯싶다. 물론 캠페인은 시민들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매장 앞에 놓인 주문용 키오스크 모습. 디지털 소외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매장 앞에 놓인 주문용 키오스크 모습. 디지털 소외 격차를 줄여나가려는 다양한 시도가 돋보인다. ⓒ김윤경

서울시, 고령층 친화 디지털 사업 본격화

한편 서울시는 디지털 문해학습장을 확대하고, 공공 와이파이 까치온 및 어르신 스마트폰 보급 등 디지털 포용사업을 본격화해 나가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서울디지털재단은 ‘고령층 친화 디지털 접근성 표준’을 전국 최초로 개발했다. 글자크기 14포인트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용어를 사용하며 읽을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해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홈페이지에 시범 적용했다.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보니, 확실히 큰 글자와 쉬운 언어로 알아보기 쉬웠다. 

또 지난 5월 서울디지털재단과 CJ CGV는 1년간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 개발을 협약한 바 있다. 이를 위해 서울디지털재단 담당자와 CGV 직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인터뷰와 의견 등을 수렴했다. 
큰 글자 등으로 디지털 접근이 용이한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메인 화면
큰 글자 등으로 디지털 접근이 용이한 '시립용산노인종합복지관' 메인 화면 ⓒ김윤경

“기기에 익숙하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화면에 나오는 집 모양 아이콘이 홈이라는 것을 모르는데, 다른 기능까지 사용하긴 힘들잖아요. 그래서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최대한 간편하게 줄이고 글자 크기는 키웠습니다. 어르신들이 잘 쓰지 않는 기능 등은 과감하게 빼버렸고요.” 
극장에서 직접 조사를 했던 서울디지털재단 담당자의 말이다. 담당자는 현재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를 개발하고 있으며, 완성되면 목동 CGV에 시범 설치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마트서울맵에서 키오스크 체험존을 찾아볼 수 있다.
스마트서울맵에서 키오스크 체험존을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이제 디지털과 생활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메타버스에서 회의와 교육을 하며 동물과 전시를 본다. 디지털은 거대한 빌딩부터 일상의 소소한 영역까지 깊숙이 스며들었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런 환경에 누구나 익숙해지도록 배려해주고, 어렵지 않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 여기저기서 다양한 키오스크를 만나게 된다.
일상생활 여기저기서 다양한 키오스크를 만나게 된다. ⓒ김윤경

당장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부모님, 아니 앞으로 우리 세대 역시 디지털이 주는 빠른 변화에 당황할지 모른다. 그런 면에서 ‘느려도 괜찮아’ 캠페인과 ‘고령층 친화 키오스크’ 및 ‘디지털 배움터 확대’ 등이 추진되는 건,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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