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예술학교 같은 곳"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를 가다
발행일 2020.10.28. 15:38
"얘들아, 빨간색 원을 찾아볼까?!" 돌봄 교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이 바닥에 깔려있는 색색의 원들 중에서 빨간색 원을 찾아서 그 위에 섰다. 우왕좌왕하다가 아쉽게도 원을 차지하지 못한 아이는 자연스럽게 탈락되었다.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1호점에서 아이들이 원마커 놀이를 하고 있다. ©강사랑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초등학생을 위한 돌봄시설이다. 방과 후나 방학 중에 갈 곳이 마땅치 않은 학생들을 위해 서울시에서 조성한 우리동네키움센터는 현재 약 94곳으로 대부분 규모가 작은 일반형 키움센터로 운영 중이다. 일반형 키움센터는 집이나 학교에서 가깝다는 이점이 있지만, 공간이 좁아서 한창 뛰노는 시기인 아이들이 활달한 신체활동을 하는 데엔 다소 한계가 있다.
이에 서울시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의 문을 열었다. 거점형 키움센터 1호점은 노원구 동일로에 자리한 시립 시설로서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운영한다.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1호점이 지난 10월 노원구 동일로에 개소했다. ©강사랑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일반형 키움센터와 비교하면 훨씬 크고 넒은 시설과 공간을 갖추고 있다. 지하 1층에서부터 지상 5층까지 연면적 1,684m2 규모로 조성되어 아이들의 신체활동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 예술활동이 가능하다.
지상 1층에 들어서니 알록달록한 원색의 쿠션으로 조성된 거대한 놀이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대기하면서 휴식을 취하거나 발표 수업 등을 할 수 있다. 놀이방 한켠에 자리한 문을 통해 계단을 내려가면 또다른 지하 공간이 펼쳐진다.
놀이방을 연상시키는 1층 공간. 오른쪽 노란문을 통하면 지하 공간으로 내려갈 수 있다. ©강사랑
지하 1층은 플레이방으로 춤과 무용 등 다양한 신체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교구들이 가득하다. 한쪽 벽면 전체에 거울이 설치 되어있고 반대편 벽면 구석에는 클라이밍이 가능하도록 아기자기한 홀드가 박혀있다. 워낙 넓은 공간인지라 아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신체활동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센터측 설명에 따르면 플레이방의 일부 교구들은 일반형 센터에 대여할 수 있다고 한다.
다목적 체육실이 갖추어진 지하 1층 플레이방 모습 ©강사랑
1층과 지하 1층이 신체활동에 집중된 공간이라면 2층은 도서, 코딩, 보드게임, 미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정적인 공간이다. 마치 대형 카페처럼 편안한 소파와 관상식물을 활용한 아늑한 인테리어가 돋보인다. 좀더 들어가면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각종 보드게임이 진열된 서가가 눈에 들어온다. 책장에는 조만간 다양한 아동서적들이 빼곡하게 들어설 예정이다. 센터 측에 따르면 2층 공간은 특히 일시적으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긴급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2층은 도서, 코딩, 미술활동 등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강사랑
3층은 분리된 개별 공간으로 이루어진 복합 클래스 공간이다. 요리를 배울 수 있는 실습실, 3D 프린터를 활용한 활동 공간, 유튜버 체험을 할 수 있는 미디어실 등 다양한 개별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그만큼 아이들의 잠재된 창의력을 끌어내는 데 최적화된 공간이다.
3층에는 유튜버 체험을 할 수 있는 개별 공간도 있다. ©강사랑
그렇다면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수내 돌봄운영 팀장은 "노원, 도봉권 일반 키움센터와 지역아동센터 등 중소돌봄 시설 이용 아동을 대상으로 무료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일반형 키움센터 측에서 거점형 키움센터의 프로그램을 확인하고 예약한 뒤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방식"이라며 "거점형 키움센터는 일반형 키움센터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기에 일반 키움센터를 이용하는 아동들이 이곳에서 별도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2층 돌봄방 내 개별 공간 ©강사랑
취재 당일, 센터에서 '원마커 놀이' 등 신체활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은 '노원13호점 우리동네키움센터'에서 돌봄 서비스를 받고 있는 초등학생들이었다. 돌봄 교사의 인솔 하에 거점형 센터를 방문해 활발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거점형 센터가 자처하는 역할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창계초 5학년 황모 학생은 "오늘 처음 왔는데 공간도 넓고 놀이도 재밌었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원13호점 우리동네키움센터 관계자는 "거점형 센터를 10월 초부터 이용하게 되었다. 보통 일반형 센터는 공간이 좁아서 아이들이 원하는 신체활동을 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이곳에서는 제약이 없고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아이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앞으로도 꾸준히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대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일반형 키움센터에서 돌봄 교사의 인솔 하에 거점형 센터에 방문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강사랑
거점형 센터가 신체, 예술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자율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주목한 데에는 복지 선진국으로 잘 알려진 핀란드의 아동교육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는 거점형 센터를 준비하면서 핀란드 헬싱키시가 운영하는 아난탈로 아트센터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신체,예술교육을 통해 단 한명의 패배자도 만들지 않겠다'는 아난탈로의 교육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목표이다.
직접 거점형 센터를 둘러보니 마치 작은 예술학교처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시설과 프로그램을 갖춘 곳이라는 인상이 들었다. 모든 것은 아이들의 행복감을 위해 아이들의 사고와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겉으로만 아이들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타시설들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각오가 엿보였다.
다양한 신체활동이 가능한 거점형 키움센터는 앞으로 25곳 확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사랑
한편 거점형 키움센터는 주변 일반형 키움센터의 돌봄교사를 위한 연수, 재교육 시설로도 활용된다. 서울시는 올 11월 동작구에 거점형 2호점을, 내년 초 종로구에 종로·서대문 지역을 담당하는 3호점을 각각 오픈할 예정이다. 오는 2021년까지 약 25곳의 거점형 센터를 확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각종 학원을 전전하며 입시에 내몰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들이 과연 나이에 걸맞는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는 기본적인 돌봄 서비스에서 한발자국 더 나아가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모쪼록 건립 취지에 걸맞게 운영되어 방과 후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이 마음껏 웃고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 제1호 거점형 우리동네키움센터 (노원·도봉권) ○ 위치 : 서울시 노원구 동일로231다길 1D (상계동) ○ 이용대상 : 만6세~12세 (초등학생) ○ 운영시간 : 월~금요일(학기 중) 13:00~21:00, 토 10:00~18:00 ○ 운영내용 : 아동주도 문화·예술 중심의 창의체험, 긴급·일시 돌봄서비스 등 ○ 우리동네키움센터포털 : https://icare.seoul.go.kr/icare/ ○ 문의 : 02-810-54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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