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타이어로 달리는 전철이 있다? 경전철 바퀴의 비밀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20.07.07. 15:44

수정일 2020.12.28. 15:42

조회 16,724


부산 4호선에 사용한 고무차륜 전동차. 신림선과 동일 모델이다 ⓒ부산교통공사

부산 4호선에 사용한 고무차륜 전동차. 신림선과 동일 모델이다 ⓒ부산교통공사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167) 경전철 바퀴의 종류와 장단점

최근 서부선, 위례신사선, 송파-하남 도시철도 등 서울 시내에 새롭게 지어지는 철도에 대한 소식들이 쏟아지면서 경전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전철(輕電鐵)이란 기존의 지하철 1~9호선이 크고 무거운 중전철(重電鐵)이었다는 점에서 상대말로 나온 것이다. 다만 경전철의 영어식 표현인 라이트레일(Light Rail)은 국제적 기준에 따르면 노면전차(트램)에 좀 더 가까운 시스템이긴 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경전철은 ‘소형 도시철도’라는 뜻으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이 완만해지면서, 이제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예전 같은 대규모 도시철도 공사를 하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지하철 규모의 대형 노선 설치는 기존선의 연장이나 신안산선, GTX 같은 광역철도 노선만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서울시내에는 여전히 지하철을 타기가 불편한 곳들이 많이 있으며, 이런 곳들에 서울시가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게 바로 경전철이다.

국내 최초의 경전철은 지난 2011년 개통된 부산 4호선이다. 이후 수도권에서는 의정부 경전철, 용인 경전철 등이 차례로 개통되었고, 서울시 최초의 경전철은 2017년 개통된 우이신설선이다.

지방권의 경전철들이 주로 고가 노선으로 달리다보니 ‘중전철은 지하, 경전철은 고가’라는 선입견이 퍼지기도 했지만, 서울시에 지어지는 경전철들은 모두 지하로 지어진다. 지금 운행 중인 우이신설선도 전 구간이 지하다. 특히 경전철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차량기지까지도 지하에 설치된다. 따라서 굳이 경전철이라고 부를 필요 없이 소형 지하철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


서울시 신림선 경전철 차량 디자인 모습서울시 신림선 경전철 차량 디자인 모습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중전철과 달리 경전철은 바퀴의 형식이 두 종류라는 것이다. 철차륜과 고무차륜이 그것이다. 철차륜은 우리가 지하철을 통해 익히 알고 있는 것이다. 철길 위에서 달리는 철바퀴는 전통적인 철도의 상징이기도 하다.

반면 고무차륜은 콘크리트 바닥 위에서 고무 타이어로 달리는 방식이다. 철차륜은 바퀴 안쪽에 솟아있는 테두리인 플랜지(Flange)가 철길에서 벗어나지 않게 잡아주지만, 바닥에 닿는 면이 평평한 고무차륜은 그런 것이 없다. 그래서 고무차륜은 별도의 안내 장치가 차량 옆쪽에 설치된다.

두 방식은 뚜렷한 차이가 있고, 그에 따라 장단점도 있다. 이를 아래 표를 통해 비교해보자. (대체적인 비교이며 구체적 차종에 따라 일부 다를 수 있음)

■ 철차륜과 고무차륜 비교


  철차륜 고무차륜
최고 속도 높음 낮음
등판능력 보통 우수
곡선 통과 능력 보통 우수
가감속도 보통 높음
열차간격 보통 제동거리가 짧아서
열차 간격을 좁힐 수 있음
기상(氣象)의 영향 적음 큼 (눈 올 때 취약, 지하는 상관없음)
소음 곡선 통과시 심해짐 낮음
하중을 견디는 능력 낮음
시설물, 차량 무게 높음 낮음
소모품 차륜과 레일의 삭정과

연마 관리 필요, 추후 교체

타이어만 교체
탈선 가능성 낮음 없음
축중 (우이신설선) 10.8톤 (신림선) 9톤
바퀴 지름 (우이신설선) 660mm (신림선) 946mm
궤간 (우이신설선) 1435mm(표준궤) (신림선) 1700mm
공통점 무인운전 가능 / 지하, 지상, 고가 등 어디든지 설치 가능
직류 750V를 주로 사용, 제3궤조 집전 방식
사용 노선(서울)
(굵은 글자는 운행 중)
우이신설선, 동북선 신림선, 위례신사선
사용 노선(서울 외) 부산김해경전철
인천 2호선
김포도시철도
부산 4호선, (부산)사상하단선,
(부산)노포양산선
의정부경전철,
인천공항 셔틀트레인
광주 2호선

전체적으로 비교를 하면, 철차륜은 곡선이 적고, 역간거리가 긴 노선에 적합하며, 고무차륜은 곡선이 많고 역간거리가 짧아 가감속을 자주 해야 하는 노선에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상대적인 비교일 뿐 절대적인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신림선 노선도. 신림선이 개통하면 서울지하철 역사상 최초의 고무차륜 철도가 된다.신림선 노선도. 신림선이 개통하면 서울지하철 역사상 최초의 고무차륜 철도가 된다.



서울시에서는 첫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이 철차륜으로 시작한 이후 고무차륜과 철차륜이 고르게 등장하고 있다. 특히 신림선은 관악구내 도림천의 S자 구간 곡선이 매우 심하다보니, 곡선에 강한 고무차륜을 선택한 것이 주목된다. 신림선이 개통되면 서울지하철 역사상 최초의 고무차륜 철도가 된다.

또한 철차륜은 전통적인 도시철도 기술을 거의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철바퀴의 지름이 좀 작은 것을 제외하면(지하철 860mm, 경전철 660mm) 기존 장비나 절차를 재활용할 수 있다.

한편 철차륜 경전철은 우리나라의 H그룹에서 주로 공급하고 있다 보니 사업자의 영향도 받는다. 예를 들어 당초 동북선은 고무차륜 경전철로 지어질 예정이었지만, 최초 추진했던 민자사업자인 K사의 부도로 H그룹 계열로 사업자가 바뀌면서 철차륜 경전철로 변경되었다.

이밖에 철차륜과 고무차륜의 차이는 집전 방식이다. 지하철은 터널 천장에 설치된 전깃줄(전차선)에서 집전기(팬터그래프)로 전기를 받아 사용한 뒤, 나머지는 철로를 통해 변전소로 돌려보내는 방식이다. 철차륜 경전철에서는 이와 유사하게 천장이 아닌 터널 측면에 있는 한 가닥 추가 선로인 제3궤조로부터 전기를 받아 사용한다

그런데 고무차륜은 바퀴와 바닥 모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재질이기 때문에, 애초에 측면의 제3궤조가 (+)와 (–)의 두 가닥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고무차륜 타이어는 타이어에 구멍이 뚫려 바람이 새어나올 때가 걱정될 수 있는데, 실제로는 펑크가 나도 어느 정도 형상이 유지되는 특수 타이어를 사용하므로 다음 역까지 저속 주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한다.

이와 같이 서울지하철은 경전철 시대를 맞이하여 새로운 차종을 도입하면서 혁신을 이루어가고 있다. 특히 경전철의 바퀴 형식은 철차륜과 고무차륜이 상호 보완하며 발전하고 있어 주목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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