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 집처럼 편해서 좋다" 노원구 우리동네키움센터

시민기자 김수정

발행일 2019.03.21. 16:42

수정일 2020.06.16. 17:47

조회 2,965

노원구 상계 8동의 우리동네키움센터 실내 모습

노원구 상계 8동의 우리동네키움센터 실내 모습

3월이 되면 학부모들은 전쟁 같은 일상을 맞이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아이들이 잘 적응할까 바짝 신경을 쓰면서, 매일 같이 날아오는 가정통신문을 꼼꼼하게 챙기고 새로운 준비물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하지만 그 정도 신경을 쓰는 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다. 무엇보다 3월이 힘든 이유는 방과 후 아이들의 스케줄을 짜야 하기 때문이다.

맞벌이 가정의 경우, ‘돌봄교실’에 선정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아이들 학원까지 스케줄이 연결된다. 학교 돌봄교실은 대기자가 늘 넘쳐나기에 돌봄에 선정되는 것도 운이 좋아야 한다. 돌봄교실에 선정되지 않은 친구들을 부모님의 퇴근 시간까지 몇 개의 학원을 뺑뺑이 돌게 된다. 돌봄교실에 선정된 친구들이 운이 좋은 편이긴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은 마음 편히 쉬기에는 긴장을 늦출 수 없다.

키움센터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집처럼 편하게 쉴 수 있다

키움센터에서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집처럼 편하게 쉴 수 있다

서울시는 아이들에게는 학교를 마친 후 친구와 놀면서 집처럼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과 학부모들에게는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줄 ‘우리동네키움센터’를 확충할 계획이다. ☞ ‘방과후 돌봄공백 채워줄 ‘키움센터’ 400개 생긴다’ 기사 보기

2022년까지 초등학생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400개소까지 늘려 내 집 앞이나 학교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센터가 있도록 한다. 우리동네키움센터는 작년 4곳에서 첫 선을 보였는데, 서울시의 운영방안에 맞춰 각 자치구마다 지역의 특성에 맞게 운영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자리한 우리동네키움센터, 초등학교 근처라 아이들이 이용하기 더욱 편리하다

아파트 단지 내 자리한 상계8동 키움센터, 초등학교 근처라 아이들이 이용하기 더욱 편리하다

노원구에서는 우리동네키움센터의 일환으로 ‘아이휴센터’라는 이름으로 현재 8곳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11월 문을 열어 탄탄하게 자리를 잡은 상계 8동의 아이휴센터 1호점에 방문해 보았다.

상계주공10단지아파트 내에 있고, 근처에는 동일초등학교가 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아파트에 있는 시설이라 이웃집처럼 안락하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내부도 깨끗하다. 거실 한쪽 벽면에는 책이 가득 꽂혀 있고, 방 한 곳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보드게임도 마련되어 있다. 간식을 먹을 수 있는 주방과 몸이 아픈 친구를 위한 침대까지 있다.

아이돌봄키움센터의 일환인 노원구 ‘아이휴센터 1호점’을 운영하는 박금옥 센터장

아이돌봄키움센터의 일환인 노원구 ‘아이휴센터 1호점’을 운영하는 박금옥 센터장

박금옥 센터장님께 기존의 지역아동센터와 어떻게 다른지 질문을 드렸다.

“기존의 지역아동센터는 이용시간이 길고 돌봄취약 자녀로 대상이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이곳 ‘아이휴센터’는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초등학생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시간과 요일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맞벌이 가정 아이 중 학교 돌봄교실을 이용하지 않는 아이들은 학원을 이용하게 되는데 부모님이 퇴근하시기 전까지 2~3개의 학원을 계속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 친구들에게 아이휴센터는 가정 역할을 해줍니다. 잠깐 쉬기도 하고 간식도 먹을 수도 있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지요.”

친구들과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방

친구들과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보드게임 방

노원구의 우리동네키움센터인 아이휴센터는 학교가 끝난 시간부터 저녁 8시까지 2시간을 탄력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 긴급한 사정이 생겼을 경우에는 사전에 연락을 하면 2시간 이상 이용할 수도 있고, 저녁 9시까지도 아이들을 돌봐준다.

키움센터에서의 활동사진을 벽면에 게시해 놓았다(좌), 이번 달 간식표(우)

키움센터에서의 활동사진을 벽면에 게시해 놓았다(좌), 이번 달 간식표(우)

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등록을 해야 한다. 등록 시 맞벌이 가정일 경우 부모의 재직증명서와 건강보험납부확인서가 필요하다. 이용요금은 무료이고, 간식비로 월 2만원만 내면 된다.  소득 수준과 무관하게 돌봄이 필요한 만 6~12세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중 초등 저학년이 우선으로 이용 가능하다.

아이들의 출석부가 벽면에 부착돼 있다

아이들의 출석부가 벽면에 부착돼 있다

기본적으로 센터에서는 아이들의 출결을 체크하고, 손을 씻고 간식을 먹는 등 생활지도를 한다. 그 외에 독서, 숙제, 신체활동 등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다. 방학 동안에는 특별활동 선생님이 오기도 한다.

“교사가 있는 안전한 공간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이 아이휴센터만의 장점입니다.” 인터뷰를 끝내며 센터장님이 활짝 웃으셨다.

키움센터에서 친구들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키움센터에서 친구들과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과 낮은 출산율은 육아를 오롯이 가정에만 책임지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동네키움센터가 그 밑거름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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