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고치는 시계가 없다 ‘종로 예지동 시계골목’

시민기자 김창일

발행일 2019.02.07. 15:00

수정일 2019.02.07. 17:07

조회 18,770

저렴한 시계부터 고가 시계까지 다양한 시계를 만날 수 있는 종로 예지동 시계골목

저렴한 시계부터 고가 시계까지 다양한 시계를 만날 수 있는 종로 예지동 시계골목

종로 예지동 시계골목은 서울 한복판에 있지만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주변 광장시장, 청계천, 종묘와 달리 예지동 시계골목으로 들어서면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하다.

예지동 시계골목은 1960년대 청계천 상인들이 자리를 잡으며 자연스럽게 생겼다. 호황기였던 1970~80년대에는 사람들로 북적였지만, 대형백화점과 멀티플렉스가 생기면서 예지동 시계골목도 시간 속에서 멀어져 갔다. 2006년 재정비촉진지구 지정으로 많은 상인이 세운스퀘어로 이동했고, 지금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 몇몇만이 남아 있다.

광장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예지동 시계골목 입구

광장시장 맞은편에 위치한 예지동 시계골목 입구

예지동 시계골목에서는 만 원대의 저렴한 시계부터 고가의 시계까지 다양한 시계를 접할 수 있다. 무엇보다 숙련된 시계 장인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숙련된 수리공이 저렴하게 수리해 주고, 시계줄도 직접 만들어준다. 나만의 개성 넘치는 시계줄을 만들고 싶다면, 예지동 시계골목이 제격이다.

40년 넘은 경력을 자랑하는 장인이 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40년 넘은 경력을 자랑하는 장인이 시계를 수리하고 있다

마침 시계를 수리해야 해서 수리점에 들렸다. 예지동 시계골목엔 40년 이상 시계만을 수리한 숙련공이 많다. 물론 예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시계를 수리하면서 시계의 구조, 주의할 점 등에 대해서도 친절하게 들을 수 있었다. 일반 매장에서는 건전지 하나를 교체해도 2만원이 훌쩍 넘었는데, 예지동 시계골목에서는 5,000원이면 족했다.

저렴한 수리비에 깜짝 놀라 장인에게 물었더니 “수리비까지 많이 청구하면 예지동 골목의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되묻는다. “이렇게 하니 한 번 온 손님이 두 번 오고, 그러다 단골이 된다”며 “꾸준히 시계 수리를 맡기는 손님이 있어 다행”이라고 대답한다.

벽에는 마에스터 인증서가 붙어 있다(좌), 시계줄을 만드는 다양한 부자재들(우)

벽에는 마에스터 인증서가 붙어 있다(좌), 시계줄을 만드는 다양한 부자재들(우)

수리점을 둘러보니 인증서가 보였다. ‘다시·세운 프로젝트 마이스터 선정 사업’의 장인으로 인정한다는 인증서였다. 오랜 시간 한 길만 걸어온 기술 장인의 모습에 믿음이 갔다.

실력 있는 장인의 솜씨를 저렴한 비용에 누릴 수 있는 예지동 시계골목이 다시금 북적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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