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내 차’처럼 여유롭게 타는 법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7.07.04. 09:00

수정일 2020.12.28. 17:06

조회 7,348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88) - 서울시 '버스혼잡정보' 서비스 의미와 개선방안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 단말기에 도착 예정 버스 혼잡도가 표시되고 있다. ⓒnews1

버스 정류장 정보안내 단말기에 도착 예정 버스 혼잡도가 표시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은 ‘혼잡’이다. 특히 버스 혼잡은 지하철보다 더 괴롭다. 일단 운행 중 진동이 심해서 옆 사람과 더 많이 부딪힌다. 차량 폭도 짧고 천장도 낮은 편이라 같은 혼잡이라도 지하철보다 심하게 느껴진다.

이에 서울시는 현재 `시내버스 차내 혼잡도 안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즉 버스가 도착하기 전 타려는 버스 차내 혼잡도를 미리 알려준다는 것이다. 이 정보는 현장성이 제일 중요하므로 PC보다는 현장에 설치된 전용기계나 승객이 들고 다니는 이동형 단말기를 통해 정보가 제공되어야 한다. 실제로 서울시내버스 혼잡도 정보는 버스정류장에 설치된 도착예정버스 안내 단말기(BIT)나 스마트폰 앱(서울대중교통 신버전)에서 제공되고 있다.

버스의 혼잡도를 계산하려면 일단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승객 인원수를 알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교통카드를 찍은 횟수로 계산하는데, 공식은 다음과 같다.

버스 안에 타고 있는 승객 수(재차인원)
= 타는 사람이 교통카드를 찍은 수 - 내린 사람이 교통카드를 찍은 수

다만 100% 정확한 것은 아니다. 일단 승객이 현금승차를 할 경우 교통카드 찍은 횟수가 누락된다. 예전에는 버스에 현금승차 영수증 발급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승객이 현금을 내면 운전기사가 일일이 버튼을 눌러 기록을 하기도 했었다. 그런 제도가 남아있다면 현금승차 인원도 계산되겠지만, 교통카드 이용률이 매우 높아진 지금 이 작업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아울러 카드를 찍지 않고 내리는 사람도 있다. 서울 버스는 경기도 일반버스와 달리, 버스를 딱 한번만 탈 때는 카드를 찍지 않고 내려도 된다. 원래 이 경우 최대거리를 이동한 것으로 간주되어 다음 교통수단 승차시 추가 요금을 물리는데, 서울 버스에서는 시민 편의와 장거리 승객 요금 절약을 위해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카드를 찍지 않고 내리는 사람도 꽤 있으며, 결국 재차인원이 실제보다 많게 계산되는 원인이 된다.

어쨌든 재차인원 계산이 끝났을 때, 이 수치를 그대로 승객에게 제공하는 게 아니다. 왜냐하면 버스 노선마다 차량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재차인원수가 같아도 차량이 크면 혼잡도가 낮아진다. 그래서 버스의 바닥면적까지 고려하여 혼잡도를 계산한다.

그래서 승객에게 알려주는 최종 혼잡도는 숫자가 아니라 여유, 보통, 혼잡이라는 3단계 상황 단어로 간략화하여 제공한다. 대체로 여유는 ‘빈 좌석이 있는 상태’, 보통은 ‘입석 승객이 손잡이를 하나씩 잡고 서 있는 정도’, 혼잡은 그 이상으로 구분한다.


시내버스 차내 혼잡도 구분 기준

시내버스 차내 혼잡도 구분 기준


예전에 버스승객은 지금 정류장에 도착한 차의 혼잡도만 눈으로 보고 알 수 있을 뿐, 뒤 차량 정보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먼저 온 차를 무조건 탈 수밖에 없었다. 이러다 보니 앞차는 갈수록 혼잡해지는데 정작 뒤차는 비어서 오는 경우도 흔했다. 그러면 더 많은 승객들이 더 심한 혼잡을 체험하므로 체감혼잡도가 높아지고, 뒤차 수송력은 낭비된다. 또한 앞차는 사람이 몰려서 점점 지연되고, 뒤차는 그러지 않으니 앞차와 뒤차가 점점 가까워져서 버스 여러 대가 몰려다니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혼잡 정보가 제공되면 승객은 버스를 좀 더 지능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이 문제가 해결된다. 뒤차가 덜 혼잡할 것 같으면 지금 온 차를 보내고 다음 차를 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장애인이나 부상자 같은 교통약자들은 사람 적은 버스를 타는 게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 때문에 이 같은 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


서울대중교통앱에서 확인한 시내버스 혼잡도 정보(좌), 경기도버스정보 앱에서 확인한 광역버스 잔여좌석수(우)서울대중교통앱에서 확인한 시내버스 혼잡도 정보(좌), 경기도버스정보 앱에서 확인한 광역버스 잔여좌석수(우)

서울대중교통앱에서 확인한 시내버스 혼잡도 정보(좌), 경기도버스정보 앱에서 확인한 광역버스 잔여좌석수(우)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일단 버스 혼잡정보는 현 시각 정보이지 현 위치 정보가 아니다. 즉 이번 버스가 ‘혼잡’이고, 다음 버스가 ‘보통’이라기에 이번 버스를 그냥 보냈더니, 다음 버스가 다가오면서 승객을 차곡차곡 태우고 와서, 결국 여기 도착하면 혼잡이 되어버릴 수 있다. 이래서야 앞차를 먼저 보낸 보람이 없다.

따라서 기다리던 버스가 이곳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 예상 혼잡도를 제공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다. 과거 운행기록, 현시간 교통수요, 버스끼리 간격 등 다양한 정보로 종합적인 연산을 시행하면, 기다리던 버스가 도착했을 때 혼잡도를 예측하여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혼잡도 정보는 현재 정보만 제공하고 있는데, 승객이 홈페이지에서 과거기록도 조회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 그러면 승객이 버스정류장에 나오기 전에 미리 어떤 버스를 이용할 것인지 계획을 수립하고 경로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서울시 시내버스 혼잡도 정보제공에 광역버스는 빠져있었다. 그러나 경기도에서는 예전부터 광역버스 잔여좌석수 정보를 앱과 웹을 통해 제공하고 있었다. 수도권 광역버스(빨간 버스)는 서울시 노선보다 경기도 노선이 훨씬 많으니 합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5월 말부터 시작한 서울시 시내버스 혼잡도 정보에 자극을 받아, 경기도에서도 7월부터 수원시 시내버스에 대해 혼잡도 정보를 새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울시와 달리 ‘혼잡’을 그냥 혼잡과 매우 혼잡 2단계로 나눈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버스혼잡도 안내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서로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는 게 주목된다. 향후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수도권 통합 교통정책기구인 수도권 광역교통청 시대가 도래하면, 버스 혼잡도 안내 같은 승객 친화적이고 지역 통합적인 서비스는 수도권 대중교통 전체 서비스의 고도화에 더욱 크게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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