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땡땡~ 서울전차 381호 타고 추억여행
발행일 2018.02.19. 16:20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전차길 레일에 못을 올려놓고 납작하게 만들어 썰매 지팡이로 사용했던 기억, 전차를 타고 학교를 오가면서 남몰래 연애편지를 주고받던 기억 등 요즘 지하철보다 더욱 정감 있게 다가오는 것이 옛날 ‘서울전차’가 아닐까 싶다.
최근 서울시가 반세기 전 서울전차를 원형 그대로 복원·전시했다는 얘기를 듣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길 건너에서 바라보니 지금 막 정거장에 멈춘 듯 전차는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에 전시돼 있었다. 전차 앞에는 어머니가 도시락을 챙기지 못한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드는 작품이 놓여져 있었다.
전차 안에는 ‘자나 깨나 불조심’, ‘불평 따라 간첩오고 자랑 속에 비밀 샌다’, ‘선데이 서울’, ‘깨끗한 가정모여 깨끗한 마을, 깨끗한 마을모여 깨끗한 나라’ 등 당시 시대상황을 알 수 있는 문구와 포스터들이 가득했다. 1950~60년대를 떠올리는 작은 박물관이었다.
서울전차는 1899년부터 1968년까지 서울 시내에서 운행하던 노면전차를 통칭하는 표현이다. 일제강점기에는 경성전차로도 불렸으며, 해방 이후 경성전기주식회사에서 운영하여 경전전차 또는 경전으로도 부르기도 했다. 청량리~동대문~세종로에 이르는 본선을 비롯하여 총 11개 노선 72개의 역이 있었다.
그 시절 서울전차는 총 176대가 운행되었고, 현재 2대만이 남아있다. 하나는 서울어린이과학관에 있는 제363호 전차이고, 다른 하나는 이곳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전시장에 있는 ‘제381호 전차’이다. 이곳 전차는 1973년부터 서울어린이 대공원에 전시되어 오던 것을 2007년 이곳으로 옮겨왔다. 381호 전차는 1929년 도입되어 1968년까지 서울 시내를 누비던 바로 그 전차란다.
2007년 12월 서울역사박물관으로 이전 당시, 최초 제작된 형태가 아닌 탑승인원을 늘리기 위해 개조된 1960년대 형태로 복원했으나 이번에는 최초의 원형 그대로 보존처리작업을 했다고 한다. 즉 1966년~1968년 사이에 전차가 개조됐다는 사실과 철물 제작에 사용된 접합방식 등을 새롭게 밝혀냈고, 과학적 분석을 통해 차체외부 도장 색상을 복원하는 등 1960년대 자료를 바탕으로 최초 그 모습 그대로 복원을 마쳤다.
전시장에서 만난 여든의 김원섭 할아버지(돈암동, 가명)는 “차안에서는 삐거덕, 밖에서는 덜커덕 소리. 보통 때는 “땡 땡 땡”하고 다니다가 ‘삐익’하고 경적소리가 울렸다“며 전차로 통학하던 그때의 기억을 들려주었다.
전차는 나직하고 은근한 경적이 매력적이라 했다. 전차에 호감을 갖는 것도 그 은근한 경적소리 때문이 아닐까. 증기기관차의 경적처럼 우렁차며 요란하지 않고, 자동차 클랙슨처럼 날카롭지도 않다. 조금은 둔탁한 듯 그러나 낮고 부드럽다. ‘땡~땡~땡~’ 종소리를 내는 소형전차, ‘뚜~붕~’하며 굵은 소리를 내던 대형전차. 서울의 새벽은 첫 전차의 경적으로 깨어나고, 밤은 ‘끼익~’하고 멈추는 막차의 바퀴소리를 들으며 잠자리에 든다고 했다.
전차가 사라진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 전시된 제381호를 보노라면 그때의 경적소리가 은은하게 맴도는 것 같다. 바쁘게 흘러가는 도시 삶에서 전차가 주는 느림의 미학을 체험하고 싶다면 서울역사박물관 야외전시장으로 떠나보자.
■ 전차381호 야외전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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