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했어!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검은색 벽돌건축물`

시민기자 이나미

발행일 2014.08.26. 11:14

수정일 2014.08.26. 11:14

조회 3,181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로 탄생한 공간사옥 전경. 사진제공 아라리오 갤러리

[서울톡톡] 안국역 3번 출구 서울 종로구 율곡로에는 현대그룹 사옥과 창덕궁 가운데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검은색 벽돌건축물'이 있다. 그 '건축물'은 '유리외벽 건축물'과 소담스러운 '한옥'을 안고 있다. 이채로운 건축물들 용도는 건축사사무소였지만 서울시민이면 그냥 지나쳐선 안 되는, 반드시 찾아 봐야 할 서울의 명소다.

이 3개 건축물들은 한국 현대건축사의 걸작 중 하나이자, 20세기 종합예술이 펼쳐졌던 문화사랑방 '공간사옥(등록문화재 제586호)'이다. 그리고 지금 공간사옥은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란 이름으로, 건축과 문화의 '창작공간'에서 시민들이 찾는 '전시공간'으로 돌아왔다. 어떻게 '공간'에서 '아라리오'로 명칭이 바뀌었는지 왜 서울시민이라면 꼭 봐야 할 건축물인지를 살펴본다.

'공생'을 실현한 건축물, '공간사옥'

김수근(1931 ~ 1986), '한국 현대건축 1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건축가이다. 이보단 건축가 역할을 넘어, 한국 현대문화예술의 부흥을 이끈 인물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그는 한국전쟁 시기에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중퇴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대에서 건축을 배우며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김수근건축연구소(현 공간그룹 전신)를 개소한 그는 60~70년대 서울 주요 지역에 많은 건축물들을 설계하였다.

그의 많은 대표작들 중 시민들에게도 친숙한 서울지역 건축물들을 몇 가지 꼽자면, '세운상가'를 시작으로 '경동교회', '샘터사옥', '아르코미술관', 과거 MBC 정동 사옥이었던 '경향일보 사옥'과 '88 서울올림픽 주경기장' 등이 있다.

그럼에도 그의 대표작 중 가장 백미는 역시 '공간사옥'이다. 71년 착공되어 중축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졌으며, 77년 4월 완공되었다. 본인은 물론 직원들과 실제 건축물을 이용하면서 한국인의 특성에 맞게 조금씩 필요한 부분을 보완, 수정한 건축물이다. 고층건물도 3년 이내는 완공되는 현재에 비춰봤을 때 보기 드문 설계과정으로, 건축물은 그의 장인정신으로 가득찼다.

김수근은 이 공간사옥 설계 당시 창덕궁과 주변 한옥들과의 조화를 위해 기왓장 느낌을 주고자, '전돌'을 건축물 외벽 주재료로 삼았다. 여기에 건축물이 주변 환경과의 상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돌 외벽에 담쟁이덩굴을 심어 장식하였다.

작은 오솔길 혹은 미로같은 삼각 나선 계단은 지하부터 5층까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김수근 건축관인 '공생'이 가장 잘 드러난 건축물로, 한국 전통건축의 본질적 특성을 현대적 기법으로 해석했다는 점에서 '국내 현대건축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50년이 채 되지 않은 건축물임에도,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아 초기 건축물이자 1동인 구 사옥은 지난 2월 27일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만약 그가 이 사옥에 소극장과 갤러리를 만들지 않았다면 혹은 '공간' 잡지를 창간하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김덕수 사물놀이'도, 고 '공옥진의 병신춤'도, 공간 기자출신인 유홍준의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도 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공간사옥은 한국 문화예술의 다양성과 질적 성장이 이뤄질 수 있었던 산실 역할을 하였다.

과거 소극장이어던 자리에 설치된 피에르 위그의 작품을 설명 중인 아라리오 그룹의 김창일 회장.

설계사무소에서 시민의 미술관으로 태어난, '공간사옥'

그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 가까이 된 지금, 이제 설계사무소이자 편집실, 문화사랑방이었던 이 '공간사옥'은 아라리오 그룹 소유의 대규모 '뮤지엄'으로 재탄생했다.

지난해 공간그룹이 경영 위기로 사옥을 경매로 내놓았는데, 11월 이 사옥을 인수한 이는 7년째 '세계 200대 컬렉터'이자 천안에 위치한 '아라리오 그룹'의 김창일 회장이었다. 150억 원에 사옥을 매입한 그는 인수 9개월 후, 사옥에 자신이 35년 동안 수집한 현대미술품들을 전시하였다. 공간사옥의 주인과 기능은 바뀌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한국 현대건축과 문화계에 획을 그은 명소가, 이젠 관계자만의 공간에서 시민의 공간이 되었단 사실이다. 설계디자인 작업으로 늘 불이 켜져 있던 내부는 연중무휴, 최신 현대미술들로 전시되어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다.

공간사옥이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라는 시민들의 미술관으로 태어났다.

'건축', '현대미술', '문화유산' 까지 만끽하는 문화명소

오는 9월 1일(월)부터 열리는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개관전 'Really?'는 총 43명 작가의 작품 100여 점이 전시되었다.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 영국, 인도, 동남아시아까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작가들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 작품들을 표현하고자, 구 사옥 내부 전 구역 모두, 한 공간에 한 작가라는 기준을 세워 각 공간별로 전시가 구성되었다. 지하층에서 시작하여 지상 5층으로 삼각 나선 계단을 오르면서 관람객들은 백남준 작품을 시작으로, 키스 해링, 마크 퀸, 강형구 등 최근 세계 미술계를 이끄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감상하게 된다. 동시에 시간의 흐름을 머금은 70년대 건축물에서 마치 현대미술을 위한 작은 미로를 다니는 경험을 하게 된다.

1동 구사옥인 벽돌건물 내부. 과거 이 곳은 공간사옥 건축설계팀 직원들이 사용했던 자리다.,내부 야외 테라스에 설치된 키스해링의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김수근에 이은 2대 대표 건축가 고 장세양(1947 ~ 1996)이 설계한 2동 '유리외벽 신사옥'과 현재 공간그룹 이상림 대표가 중개축한 3동 '한옥'은 각각 레스토랑과 카페로 변신한다. 특히 장세양 건축가의 신사옥 내부는 창덕궁 전경을 안고 있어 관람객들은 창덕궁을 가까이 두고 식사를 하는 특별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그야말로 한 공간에서 '건축'부터 '현대미술'과 '문화유산' 모두를 만끽하기에 충분한 문화명소다.

2동 유리외벽 신사옥 내부에 비친 창덕궁 전경,카페로 쓰일 3동 한옥건물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www.arariomuseum.org)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83
 ○ 문의 : 02 - 736 - 5700, info@arariomuseum.org, www.facebook.com/arario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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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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