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알아본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발행일 2014.08.22. 13:48
[서울톡톡] 명절 때마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명암을 비교하는 뉴스는 이제 하루 이틀 된 얘기가 아니다. 또한 대형마트와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의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계속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곳엔 '전통'이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은 지킬 때 더욱 빛나는 법이니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몇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분위기도 살펴보고 가격도 비교해봤다.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전통시장
25년 전만 해도 영등포 일대의 중심지로 북적거렸던 영등포시장을 지난 주말에 찾아가봤다. 주말인데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뜸해진 소비자들의 발길에 깜짝 놀랐다. 중앙통로변에 위치한 포장마차들도 휑하다 할 정도로 많이 줄었다. 주변 상인에게 물어보니 이미 영업을 접어버린 업소들이 오래란다.
영등포시장 안에서 가방만 30년도 넘게 취급했다는 박영례 상인은 "아휴, 말도 마. 예절에는 명절을 앞두면 영등포시장 안이 인산인해를 이뤄었지. 고향 내려가는 사람들이 가방을 구입하겠다고 가게 안은 물론 밖에까지 북새통을 이뤄 손님들이 오가기가 힘들 정도였어. 그런데 지금은 구경만 하는 손님도 하루에 다섯 명이 될까 말까 해"라고 말하며 마치 그 호시절이 꿈만 같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동복을 구입하기 위해 얼마 전 들러 본 남대문시장. 외국인들의 방문도 잦은 시장이지만 이곳 역시 영등포시장과 그 분위기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남대문시장 변두리에서 좌판을 벌여놓고 인절미며 절편, 송편이랑 꿀떡을 팔고 있는 한 할머니 상인. 그는 대추, 고구마, 밤, 솔잎 등 이것저것을 담은 바구니들을 갖다놓고 더덕다듬기에 한참이었다. "에효~ 예전에는 떡 한 가지만 해서 갖다놓고 팔아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금방 동이 났어요. 그런데 이젠 어림없어요. 아침에 해 온 떡이 오후 두 세 시가 되어도 손도 안타고 그대로예요. 하도 타산이 맞지 않아 지금은 이것저것 푸성귀며 곡류 등도 같이 갖다놓고 팔고 있는데, 그렇게 해야 그나마 하루 2~3만 원 벌까 합니다"라고 하소연한다.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가격비교
집에서 가까운 노량진 수산시장. 그나마 가장 큰 수산시장이기 때문에 곳곳에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손님이 뜸하다는 것을 한눈에 느낄 수 있다. 명절 제사용으로 가장 많이 쓰일 조기와 명태 수요와 가격이 궁금해 한 상인에게 물어봤다.
"지금은 추석도 아니고 손님도 많이 없어서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아요.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조기 한 바구니를 15,000~25,000원에 받고 있어요. 종류에 따라 가격도 엄청 다르죠. 토막 내지 않은 국내산 갈치도 마리당 15,000원에 팔고 있어요."
조기 바구니를 살펴보니 대략 10마리도 족히 넘게 담아져 있는 것 같다. 자주 찾는 대형마트와 가격을 비교해보니 대략 10,000원 이상이나 차이가 났다. 크기에 따라 가격이 제각각이지만, 인근 대형마트의 경우 22cm 조기 5마리가 21,000원이었다. 추석에 가격이 오르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만 원 이상이 저렴하다. 전통시장 및 대형마트 물가정보는 '서울시 물가정보 홈페이지(http://mulga.seoul.go.kr)'에서 손쉽게 비교해볼 수 있다.
이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를 살펴보니, 동일한 상품들의 가격차는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더라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비교 결과, 배추와 돼지고기 외에 많은 품목에서 재래시장이 조금 더 저렴했다. 물론, 이번 가격비교만으로 무조건 전통시장의 상품들이 마트보다 싸고 좋다고는 할 수는 없겠으나, 전통시장의 불편함(문제점)을 충분히 상쇄시켜줄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많았다.
전통시장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언제까지 정과 추억에 기대 소비자의 발걸음을 유혹할 수 없는 노릇이니깐.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제도와 자본도 중요하겠고, 그동안 전통시장이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게 소비자의 꾸준한 이용과 관심도 필요하다. 전통시장이 지닌 크고 작은 가치들을 잃기 전에, 올 추석엔 가까운 전통시장을 찾아보자. 커다란 장바구니 챙겨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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