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 작품이 왜 거기서 나와? 올가을 '서울라이트' 감상 포인트는 이것!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4.08.30. 14:40

수정일 2024.08.30. 17:14

조회 3,586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DDP 외벽 ⓒ김윤경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DDP 외벽 ⓒ김윤경

회색 벽에 점이 하나, 둘 번졌다. 곧 DDP 전면 외벽이 김환기 작가의 작품으로 피어나기 시작했다.

8월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이하 DDP)에서는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이 펼쳐진다. 매일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DDP 전면 외벽을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로 수놓고 있다. ☞ [관련 기사] 역대급! DDP 10주년 맞아 서울라이트 가을, 화려한 귀환!

같은 기간 디자인 둘레길과 잔디언덕 등에서 열리는 ‘DDP 디자인 &아트’에서는 글로벌 디자인 및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 [관련 기사] DDP 곳곳이 캔버스! 29일부터 '디자인&아트'…착시화·체험형 아트
옥상에서 내려다본 DDP 건물 ⓒ김윤경
옥상에서 내려다본 DDP 건물 ⓒ김윤경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개막 첫날인 8월 29일, DDP를 찾은 사람들은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기다리며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핸드폰 시간과 외벽을 바라보는 사람들 표정은 더없이 설레 보였다. 저녁 8시, 일제히 고개를 들어 빛이 만드는 찬란한 광경을 보고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술관에서 나온 작품은 미디어를 만나 동대문 일대를 밝게 물들였다.

올해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의 주제는 ‘퓨처로그((Future Log)’로, 과거에서 현재, 미래를 잇는 기록의 순간을 조화롭게 표현했다.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는 15분 동안 거장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버스데이의 ‘INVITATION(인비테이션)’, 두 작품이 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DDP 개관 10주년이자 김환기 작가의 사후 50주기로 이를 기념해 구성했다고. ‘인비테이션’은 말 그대로 전 세계에 보내는 초대장이라는 의미를 담아 그동안의 DDP의 여정과 앞날을 그렸다.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이 8월 29일 개막했다. ⓒ김윤경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이 8월 29일 개막했다. ⓒ김윤경
한 관람객이 핸드폰으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작품을 찍고 있다. ⓒ김윤경
한 관람객이 핸드폰으로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 작품을 찍고 있다. ⓒ김윤경

작가에게 직접 듣는 서울라이트 작품 감상 포인트

작품을 좀 더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환기미술관을 찾아 그림을 감상하거나 아티스트의 작품 소개를 찾아 보는 건 어떨까. 이날 개막식을 앞두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는 아티스트가 생생하게 자신의 작품에 관해 들려줬다. 각 아티스트의 설명을 들으며 작품별 감상 포인트를 짚어 봤다.
기자 간담회에서 작품 소개를 하는 아티스트들. ⓒ김윤경
기자 간담회에서 작품 소개를 하는 아티스트들 ⓒ김윤경

222m를 아우르는 초대형 미디어 파사드는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와 버스데이의 ‘INVITATION(인비테이션)’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됐다. 2021년 서울라이트 DDP 메인 작가로 참여한 박제성 감독이 연출을, 음악 전문가인 윤상 감독이 음악을 맡았다. ‘시(時)의 시(詩)’가 약 8분, ‘INVITATION(인비테이션)’이 약 7분간 펼쳐진다.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는 DDP ⓒ김윤경
미디어 파사드가 펼쳐지고 있는 DDP ⓒ김윤경

첫 번째 작품 -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

“해외에서 활동하면서도 한국 색이 강한 김환기 선생의 작품을 미래의 비전을 담아 표현하는 게 굉장히 의미 깊다고 생각해 준비했습니다.” 먼저 박제성 감독이 추상 미술의 거장 김환기 작가의 원작 9점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에 관해 입을 열었다.

옆에 있던 윤상 음악 감독은 “처음에는 김환기 작가 같은 거장의 작품을 맡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혹시나 작품에 흠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그렇지만 박제성 감독이 대중적으로 잘 풀어줘서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 미디어아트 ⓒ김윤경
김환기 작가의 작품을 재해석한 ‘시(時)의 시(詩)’ 미디어아트 ⓒ김윤경

'시(時)의 시(詩)'라는 제목은 김환기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수많은 시간에 중점을 두고 지었다. 작가가 점을 찍는 시간, 우리가 미디어 아트를 바라보는 시간, 함께 그리는 미래를 향한 시간 등 여러 시간의 개념을 묶어 실질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특히 이 작품은 김환기 작가가 그린 작품을 역순으로 구성했다. 뉴욕에서 돌아가시기 전 제작한 마지막 작품을 미디어 아트의 맨 처음에 놓았다.

마지막 순서인 거칠게 하트가 그려진 작품은 김환기 작가가 어머니의 부고를 듣고 사무치는 그리움을 드러낸 작품이다. 그의 이런 마음이 사람들에게 여운처럼 남게끔 마지막에 구성했다고 한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피어났다. ⓒ김윤경
김환기 작가의 작품이 미디어아트로 피어났다. ⓒ김윤경

색에도 신경을 썼다. 물감의 색은 변하지만, 빛의 색은 영원하기 때문이다. 물감과 미디어 빛의 색감이 달라 굉장히 고민과 연구를 많이 했다고. 그래서 김환기 작가가 당시 그림 속 점을 찍을 때 어떤 색이었을지를 되짚어 보며 학예사들과 함께 고민해 결과를 냈단다.
김환기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수많은 시간에 중점을 둔 '시(時)의 시(詩)' 작품 ⓒ김윤경
김환기 작가의 작품과 관련한 수많은 시간에 중점을 둔 '시(時)의 시(詩)' 작품 ⓒ김윤경

두 번째 작품 - 버스데이의 'INVITATION(인비테이션)'

’서울 라이트 DDP 2024 가을‘의 두 번째 작품은 ‘INVITATION(인비테이션)’이다. 이 작품 역시 박제성, 윤상 감독의 연출과 미디어 아트 레이블 버스데이의 창의성으로 위트 있게 탄생했다.

윤상 감독은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그래픽이 모여 마치 자신이 환상의 세계로 초대받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악은 미디어 아트에 몰입하도록 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아티스트들이 박수를 치며 간담회를 마쳤다. ⓒ김윤경
아티스트들이 박수를 치며 간담회를 마쳤다. ⓒ김윤경

'DDP 디자인&아트'

지난해 처음 시작된 ‘DDP 디자인&아트’ 전시는 관람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에 힘입어 더 크게 확대했다. 올해 ‘DDP 디자인&아트’는 크게 3가지 전시에 주목해 보면 좋다. ‘아퍼처(Aperture)’와 ‘아워 비팅 하트(Our Beating Heart)’, 착시 아트인 ‘색 모양 움직임(Colors Shape Movements)’이다.
‘DDP 디자인&아트’도 8월 29일 개막했다. ⓒ김윤경
‘DDP 디자인&아트’도 8월 29일 개막했다. ⓒ김윤경

아틀리에 시수의 '아퍼쳐(Aperture)'

DDP 팔거리. 적막 같은 암흑 속에 다양한 구멍들이 가득한 작품이 보인다. 호주의 아티스트 그룹인 아틀리에 시수의 작품 ‘아퍼쳐’다. 이 작품은 서로 교차하도록 설계된 모듈형 조각으로 내부 조명이 세심하게 돼 있어 낮과 밤에 각각 주목해 보면 좋다.

밤에는 일루미네이션 조명에서 비추는 아름다운 빛을 보며, 낮에는 흰 캔버스 위에 구멍과 액자식 개구부를 통해 빛이 오가는 걸 볼 수 있다. 작품의 음악은 조세프 바에스 씨가 맡았는데, 그의 아내가 프랑스 집 문이 끼이익 거리는 소리에 영감을 받았단다.
아틀리에 시수의 ‘아퍼쳐(Aperture)’. ⓒ김윤경
아틀리에 시수의 ‘아퍼쳐(Aperture)’ ⓒ김윤경
 아틀리에 시수는 호주의 아티스트 그룹이다. ⓒ김윤경
아틀리에 시수는 호주의 아티스트 그룹이다. ⓒ김윤경

반짝이는 대형 하트 미러볼 '아워 비팅 하트(Our Beating Heart)'

잔디언덕에 세워진 약 4m 높이를 가진 '아워 비팅 하트'는 영국 아티스트 그룹인 스튜디오 버티고의 작품이다. 대형 미러볼의 원리를 웅장한 스케일로 끌어올렸고 관람객들은 빛과 회전을 통해 이색적인 경험을 느껴 볼 수 있다.
‘아워 비팅 하트(Our Beating Heart)'. ⓒ김윤경
‘아워 비팅 하트(Our Beating Heart)'. ⓒ김윤경
영국 아티스트 그룹인 스튜디오 버티고의 작품이다. ⓒ김윤경
영국 아티스트 그룹인 스튜디오 버티고의 작품이다. ⓒ김윤경

이 작품은 약 1만 1,000여 개의 미러 타일로 구성되어 있으며 철제로 받쳐 주고 있다. 작가는 디스코볼에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작품에서 빛이 가장 중요한 존재예요. 물론 작품 모양인 심장(하트)도 그렇지요. 빛이 곳곳에 번지는 건 우리를 둘러싼 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고 볼 수 있어요.“
'색 모양 움직임(Colors Shapes Movements)'. ⓒ김윤경
'색 모양 움직임(Colors Shapes Movements)'. ⓒ김윤경

착시 아트 '색 모양 움직임(Colors Shapes Movements)'

“어머 여기서 보니 신기하다.”
“사진 찍으니 DDP가 아니라 다른 곳에 온 것 같아.”

관람객들이 둘레길을 보며 한마디씩 하고 사진을 찍었다. 세 번째 작품은 아나모픽 기법을 사용, 착시 아트로 유명한 아티스트 펠리체 바리니의 작품 '색 모양 움직임'이다. 이 작품은 DDP둘레길과 융합돼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며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걸 체감할 수 있다.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 재미도 준다.
전시를 살펴보는 관람객 ⓒ김윤경
전시를 살펴보는 관람객 ⓒ김윤경

이 작품의 사진을 잘 찍기 위한 팁이라면, 좀 더 멀찌감치 떨어져 여러 시각에 따라 찍는 걸 추천한다. 멀리서 볼 때야말로 그 묘미가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하 2층(B2)이 시작점이지만 거꾸로 끝에서부터 봐도 상관없다.

무엇보다 작가가 말하는 이 작품의 중요한 점은 산책이라는 걸 기억하자. 산책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면서 밑에서 꼭대기까지 산책하는 걸 뜻한다. 물론 작가는 단지 산책만이 아니라 산책을 하면서 많은 걸 발견하고 느껴 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개막식 행사 ⓒ김윤경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개막식 행사 ⓒ김윤경
둘레길 갤러리의 'Greencanvas in ddp(그린캔버스 인 디디피)' ⓒ김윤경
둘레길 갤러리의 'Greencanvas in ddp(그린캔버스 인 디디피)' ⓒ김윤경

DDP에서는 이 외에도 놓치기 아쉬운 전시와 프로그램들이 진행되고 있다. 갤러리문에서 열리는 ‘뇌파와 인공지능 예술’과 둘레길 갤러리에서 진행하는 'Greencanvas in ddp(그린캔버스 인 디디피)'다. 작품들과 관련한 아트 토크 및 투어에 참여해 보고 싶다면 DDP 누리집에서 확인해 보자.
미디어 피사드로 재해석한 김환기 작품 ⓒ김윤경
미디어 피사드로 재해석한 김환기 작품 ⓒ김윤경

밤이면 제법 부는 바람이 가을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이 아름다운 시기, DDP에서 펼쳐지는 행사를 보며 더위로 퇴색된 감성을 찾아 보길 추천한다. 9월 8일까지 열리는 11일간의 향연, 미술관을 빠져나온 거장의 작품이 머무르는 DDP를 마음껏 즐겨 보면 어떨까.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과 ' DDP 디자인&아트'

서울라이트 DDP 2024 가을

○ 일시 : 2024. 8. 29.(목) ~ 9. 8.(일) 20:00 ~ 22:00
 ※ 작품별 세부 관람 시간은 DDP 누리집 참고
○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면 외벽
○ 주제 : 퓨처로그(Future Log) “오늘보다 찬란한 내일을 꿈꾸며, 빛으로 기록하는 미래”
○ 콘텐츠 : 초대형 미디어파사드 2개 작품
 - 김환기 ‘시(時)의 시(詩)’ (8분 내외)
 - 버스데이 ‘인비테이션(INVITATION)’ (7분 내외)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DDP 02-2153-0000 / 다산콜센터 02-120

DDP 디자인&아트

○ 일시 : 2024. 8. 29.(목) ~ 9. 8.(일) 10:00 ~ 22:00
○ 장소 :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어울림광장, 잔디언덕, 팔거리 등 실내외 공간
○ 주요 콘텐츠
 - '아퍼쳐' (2024. 8. 29. ~ 9. 8. 팔거리)
 - '아워 비팅 하트' (2024. 8. 29. ~ 9. 8. 잔디언덕)
 - '색 모양 움직임' (2024. 8. 29. ~ 2025. 3. 30. 디자인둘레길)
○ 관람료 : 무료
누리집
○ 문의 : DDP 02-2153-0000 / 다산콜센터 02-120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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