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함께 600년 전 역사 속으로~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 현장

시민기자 엄윤주

발행일 2023.06.20. 09:51

수정일 2023.06.20. 18:10

조회 552

2016~2019년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던 광화문 앞 의정부지 현장이 6월 17~18일에 공개되었다. ©엄윤주
2016~2019년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던 광화문 앞 의정부지 현장이 6월 17~18일에 공개되었다. ©엄윤주

2016년 7월부터 2019년 8월에 거쳐 발굴조사가 진행되었던 광화문 앞 의정부지 현장이 6월 17~18일 양일간에 걸쳐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이번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는 '의정부지 600년의 시공간을 거닐다'라는 주제로 사전 신청을 통해 도보해설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한번쯤 서울 명소인 광화문에 와 봤다면 몇 년간 펜스가 처진 의정부지 발굴조사 공간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을 것이다. 의정부지는 4년 간 발굴조사 후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사적 제 558호로 지정되었다. 이번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는 문화재 보존을 위한 유적 정비 공사를 앞두고, 의정부의 공간적 실체를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의정부지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를 담아 진행되었다.
의정부지는 4년간 발굴조사 후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2020년 사적 제558호로 지정되었다. ©엄윤주
의정부지는 4년간 발굴조사 후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사적 제558호로 지정되었다. ©엄윤주

오늘날 ‘의정부’ 하면 누군가는 경기도 의정부시를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의정부는 서울 광화문 바로 코앞에 자리했었다. 의정부는 조선시대 행정관청으로 정승을 비롯한 재상들로 구성된 최고 의결 또는 심의기관이었다. 모든 관료를 통솔하고 국정을 총괄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행정기관이었다는 점에서 조선시대 최고 관청이라 손꼽힌다.

의정부는 전신인 1398년 도평의사사 건립을 시작으로 의정부로 명칭 변경되었다가 임진왜란으로 소실된다. 다시 고종 임금 때 중건된 후 이동, 명칭 변경 등의 과정을 거쳐 해방과 함께 경기도청으로도 사용되었다. 안타깝게도 1990년 건물이 철거되고, 한동안 광화문 시민 열린마당이 조성되었다가 발굴조사가 진행되어 오늘에 이른 역사를 지녔다.
시민들이 의정부지의 유구 원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의정부지 현장공개행사(투어)’ 프로그램 ©엄윤주
시민들이 의정부지의 유구 원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던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 ©엄윤주

의정부지 현장 공개 행사 첫 날, 때 이른 무더위 속에서도 참가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다. 필자도 사전 신청을 통해 의정부 600년 시공간을 거닐어 볼 수 있었다.

첫 일정은 의정부터가 한눈에 담기는 조망 명소,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옥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마치 전체 도면을 펼쳐 살펴보듯 발굴을 마친 의정부터는 생각보다 무척 넓어 보였다.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의 1.5배쯤 되는 먼적이라고 한다. 이곳에서 전문가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설명과 함께 발굴된 건물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동안 광화문을 즐겨 찾았는데, 인근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의정부지 정본당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사용하던 사무공간으로, 전면기초와 기단, 기단석렬 일부가 확인되었다. ©엄윤주
의정부지 정본당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사용하던 사무공간으로, 전면기초와 기단, 기단석렬 일부가 확인되었다. ©엄윤주
석획당은 정1품~종2품 제재가 사용하던 공간으로, 전면기초와 기단 일부가 확인되었다. ©엄윤주
석획당은 정1품~종2품 제재가 사용하던 공간으로, 전면기초와 기단 일부가 확인되었다. ©엄윤주

이어 안전모까지 꼼꼼히 쓰고 직접 들어가 본 의정부지 현장투어는 더욱 흥미진진했다. 의정부 중심이던 정본당과 석획당, 협선당 건물터는 물론이고, 연지와 정자가 있던 후원, 내부청사, 민가터와 우물 등 지금은 터만 남았어도 규모와 위용을 짐작케 하는 유구가 더욱 실감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의정부터에 있던 연지와 정자에 대한 설명에 참가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의정부터의 연지는 정본당 동쪽에 정자와 함께 자리했는데, 건물 안에 경관을 위한 연못을 조성했다는 것, 또 경사 등을 활용해 수맥을 슬기롭게 관리했다는 설명을 들으며 상상만으로도 무척 아름다웠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투어 참석자 중에는 서울 여행을 겸해 신청했다는 대구에서 온 청년 역사학도와 2021년 공개 때도 참여한 이들이 있어 우리 역사에 대한 시민들의 높은 관심에 놀랐다.
6월 17일 의정부지 현장투어는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설명과 함께했다. ©엄윤주
6월 17일 의정부지 현장투어는 김영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의 설명과 함께했다. ©엄윤주

이날 의정부지 현장공개투어를 진행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김영재 교수는 “이번 ‘의정부지 600년의 시공간을 거닐다’ 현장공개투어를 통해 의정부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어 뜻깊었습니다. 최근에 발굴되고 있는 다른 지역들도 있는데, 의정부지 투어를 계기로 점차 이런 기회가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민가터에 남아있는 우물은 최대 깊이 4.4m로 경기도청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엄윤주
민가터에 남아있는 우물은 최대 깊이 4.4m로 경기도청에서 쓰인 것으로 추정된다. ©엄윤주
연지와 정자터는 참가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유구로 정본당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엄윤주
연지와 정자터는 참가자들의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유구로 정본당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엄윤주
2021년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번 투어에도 참여한 박정희 시민은 역사 속 현장을 직접 거닐 수 있다는 것에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엄윤주
2021년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이번 투어에도 참여한 박정희 시민은 역사 속 현장을 직접 거닐 수 있다는 것에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엄윤주
의정부터는 올 연말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윤주
의정부터는 올 연말 시민들에게 완전 개방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엄윤주

투어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굴곡진 역사만 아니었어도 의정부터가 궁궐처럼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면 얼마나 멋진 곳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그나마 격변기 여러 차례 공사에서도 지하층을 만드는 신축이 없어 지금의 유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참가자 중 한 시민은 “내가 이런 역사 현장 속에 직접 들어와 거닌다는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게 느껴집니다. 복토하기 전 의정부지의 실체를 본다는 것도 제게는 큰 의미입니다. 중년이 된 후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요. 이런 의미 있는 곳에 오면 역사에 투영하여 나 자신을 함께 돌아보게 되더군요”라는 소감을 전했다. 필자의 마음과도 그대로 맞닿아 있었다.

시민기자 엄윤주

서울 토박이 숲해설가 입니다. 숲을 즐겨 찾는 저를 따라 서울의 초록 숲 산책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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