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서 봉수의식 보고, 종각에서 보신각 타종 체험해요!
발행일 2022.12.02. 10:28
하나의 봉수만 올리는 1거화 의식. 평상시를 나타낸다. ⓒ최은영
서울시에는 전통문화 체험을 할 수 있는 행사가 의외로 많다. 남산타워 근처에 가면 조선시대 통신수단을 재현한 남산 봉수의식을 볼 수 있고, 종각역에 가면 보신각 타종행사를 체험해 볼 수도 있다.
남산 봉수의식
남산공원에서 한양도성을 따라 걷다 보면 남산타워 근처에서 남산 봉수의식을 볼 수 있다. 월요일과 국가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12시 30분까지 진행돼 오가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남산봉수대의 봉수의식 행사를 위해 봉수군들이 들어서고 있다. ⓒ 최은영
남산봉수의식이 시작되며 순찰의식을 마친 봉수군들이 수위의식을 하고 있다. ⓒ최은영
‘봉수’란 '봉(熢:횃불)'과 '수(燧:연기)'로써 높은 산에서 불을 피워 밤에는 불빛으로, 낮에는 연기로 변방의 긴급한 군사정보를 중앙에 알리는 통신 제도였다. 봉수제도는 말이나 사람이 직접 전달하는 것보다 시간이 단축되어 신속한 효율성을 발휘했다. 또, 지방의 급변하는 민정 상황이나 국경에서 적의 동태를 중앙에 연락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봉수의 신호방식은 평상시에는 하나의 봉수만 올리는 1거, 적이 나타나면 2거, 적이 경계에 접근하면 3거, 경계를 침범하면 4거, 경계에서 아군과 전투를 벌이면 5거의 불을 올린다. 남산봉수대는 전국의 봉수가 도달하게 되는 중앙봉수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다.
연기로 군사정보를 알리는 거화의식 ⓒ최은영
정오 12시에는 신호방식 중 평상시를 나타내는 1거화를 올리는 의식이 진행된다. 거화 의식 전에 남산봉수대 주변을 봉수군이 순찰하는 순찰의식, 남산봉수대를 봉수군이 수비하는 의식인 수위의식이 진행된다.
봉수군들의 순찰의식, 수위의식, 봉화의식을 보았는데, 질서 있고 체계적인 의식에 따라 봉수의식이 진행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연기가 나는 거화의식을 재현할 때 냄새가 나지 않는 연기가 올라가는 것도 신기했다.
횃불과 연기를 이용하여 군사정보를 알리는 남산봉수대 ⓒ최은영
조선시대에 이렇게 체계적으로 군사적 신호를 주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특히 그 시대 신속하게 군사정보를 전달하는 통신체계를 통해 적으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냈다는 점도 놀라웠다. 옛것을 잘 배워 새로운 것에 어떻게 적용해 볼 것인가 잘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남산 봉수대 근처에서 바라본 멋진 서울 경치 ⓒ최은영
종각 보신각종 타종 체험
남산에서 30분 거리인 종각 보신각(종로구 종로 54)에 와 보니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생각났다. 새해를 맞아 총 33번의 보신각종을 치는 행사인데, 1953년에 시작해서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하지만 작년에는 코로나로 인해 제야의 종 현장 행사는 67년 만에 처음으로 취소되었다.
1619년 광해군 11년에 관철동 보신각으로 옮겨진 보신각종 ⓒ최은영
제야의 종 타종행사는 기본적으로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 의장, 서울시 교육감 등이 참석하고, 1994년부터 각계 시민대표들이 추천을 받아 참석해 왔다. 보신각종을 33번 치는 의미는 조선시대 태조 5년 1396년부터 도성의 문이 열리는 새벽 4시경에 큰 쇠북을 33번 친 일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보신각 타종 전 순라의식 ⓒ최은영
보신각은 ‘종각’이라고도 하는데, 1895년 고종 32년에 보신각이란 사액을 내린대서 유래한다. 보신각종은 1468년 세조 14년에 주조되어 원각사에 있었다. 절이 없어진 후 1619년 광해군 11년에 서울 한복판인 관철동의 보신각에 옮겨져 오전 4시 파루에 33번, 오후 10시 인정에 28번 울려 도성의 4대문과 4소문을 일제히 여닫는 일과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종은 수명을 다하여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었으며, 지금의 종은 국민 성금을 모아 1985년 새로 복원한 것이다. 서울시는 특정일에만 타종하던 것을 서울시민 누구나 참여하여 염원을 기원하는 상설 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보신각 타종을 준비하고 있다. ⓒ최은영
상설 타종행사는 수위의식, 순라의식, 타종준비, 타종행사의 순서로 진행된다. 정오 12시를 알리는 행사로 시민들이 직접 보신각종을 12회 타종한다. 행사는 국가공휴일과 월요일을 제외하고 시민들이 매일 참여할 수 있다. 보신각 타종 시민 참여 방법은 남산 봉수의식 등 서울의 전통문화 재현행사 누리집 보신각 타종 행사체험에서 신청하면 된다.
보신각 타종 행사에 참여해 보니 보신각 종의 깊은 울림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최은영
종종 새해를 맞이하며 제야의 종소리를 들을 때, 보신각종을 실제 쳐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올해 서울시 문화행사를 찾아보다가 보신각 타종 상설 행사를 알게 되어 체험신청을 해 보았다. 보신각종을 쳐 보았는데 종이 크고 웅장해서 그 울림이 달랐다.
오랫동안 우리나라의 역사를 함께 해서인지 은은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정성을 들여 종을 치면서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차분하고 정성스럽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2번 종을 정성 들여 친 후 보신각종에 손을 얹고 소원도 빌어 보았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보신각종과 함께 빈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보신각 종을 수위하는 군사들 ⓒ최은영
이제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때가 다가오고 있다. 한 해 동안 자기 자신을 잘 돌아보면서 소원을 생각해보고, 종각역 보신각에 와서 상설 타종행사에도 참여해 보았으면 한다. 시민들과 함께 해 온 천년의 종소리를 들으며, 남은 한 해를 잘 정리하고 소원도 빌고 이루어 보았으면 한다.
종각역 근처 보신각 전경 ⓒ최은영
서울시 전통문화 재현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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