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 껍질과 지구는 무슨 사이? 무포장 가게 다녀왔어요~

시민기자 김지유

발행일 2022.04.29. 12:10

수정일 2022.05.02. 10:34

조회 1,388

지구의 날, 무포장 가게 체험으로 생태 감수성을 키우는 아이들

지난 4월 22일, 태릉입구역 5분 거리에 자리한 카페 '마을과 마디'에 20여 명의 아이들이 들이닥쳤다. 공릉꿈마을협동조합(이하 ‘꿈협’)이 운영하는 이 카페에는 지역 수공예품 가게인 '마디상회', 독립서점 '지구불시착' 외에도 무포장 가게 '새록'이 입점해 있다.

용원초등학교 6학년 2반 체험학습추진위원회는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생태와 관련한 각별한 체험을 스스로 선택하고 현장 학습 장소로 '마을과 마디' 카페 내의 무포장 가게 '새록'을 선정했다. 담임 선생님 인솔 하에 줄지어 가게에 들어선 이들의 눈은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심으로 초롱초롱 빛났다. 아이들은 우선 공릉꿈마을협동조합(이하 꿈협) 이선옥 이사장님이 직접 들려주는 생태 이야기를 들으며 환경 보존과 탄소 줄이기 실천 행동의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시간을 가졌다.
카페 '마을과 마디' 내 무포장 가게 '새록'에 진열된 상품들
카페 '마을과 마디' 내 무포장 가게 '새록'에 진열된 상품들 ⓒ김지유

'새록'은 지구를 새록새록 살아나게 한다는 뜻에서 이름 붙여졌다. 가게에서는 생태 살리기를 실천할 수 있는 상품들인 장바구니, 텀블러, 다회용 빨대와 빨대 세척솔, 대나무칫솔과 고체치약, 천연수세미, 샴푸바, 설거지바, 밀랍랩, 손수건 등 불필요한 포장을 과감하게 뺀 물건들을 판매한다. 포장 없이 알맹이만 판다는 마포 '알맹상점'에서 가져온 물건들도 있고 공릉동 수공예 작가들이 직접 만든 생태 관련 물품들도 있다.
'마을과 마디' 카페 입구에 놓인 우유팩, 병 뚜껑 분리수거통
'마을과 마디' 카페 입구에 놓인 우유팩, 병 뚜껑 분리수거통 ⓒ김지유

아이들은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뜻의 ‘제로 웨이스트’에 관해서는 이미 숙지하고 있었지만, 대부분 한 번도 집에서 직접 써 본 적이 없는 물건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들은 여러 모둠으로 나누고, 모둠별로 영역을 정해서 각각의 용품들을 살피고 탐구하는 방식으로 체험을 이어 나갔다. 손으로 직접 만지고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그 물건이 생태를 살리는 원리와 제조법, 사용법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꼼꼼하고 진지하게 탐구했다. 또한 모둠별로 가장 관심 가는 용품 몇 가지를 골라 직접 구매하고 실제 사용해 본 뒤 보고서를 쓰기로 했다.

'새록'에서는 자원을 수집하는 일도 한다. 우유팩의 경우 아무리 수고스럽게 씻어 말려도 종이와 함께 내놓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실제로 고급 펄프로 재생할 수 있는 우유팩의 경우 재활용률은 15%에 불과한 실정이다. 플라스틱병 뚜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에 '새록'에서는 우유팩, 테트라팩, 플라스틱병 뚜껑과 브리타 정수기 필터 등을 수거해 '행복중심동북생협'과 '되살림사회적협동조합'으로 보낸다. 주민들은 우유팩을 갖다 놓고 고체 치약을 선물 받아가기도 한다.
고체 형태의 치약을 사용하면 플라스틱 튜브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고체 형태의 치약을 사용하면 플라스틱 튜브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김지유
코코넛 껍질을 이용해 만든 수세미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았다.
코코넛 껍질을 이용해 만든 수세미는 아이들에게 단연 인기가 높았다. ⓒ김지유

아이들은 표백하지 않은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박스의 유용함에 공감하며 나무를 베지 않아도 종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기뻐하는 눈치였다. 몇몇은 가장 신기하고 인상적인 물건으로 고체치약과 코코넛 수세미를 꼽았다. 치약을 고체로 만들면 플라스틱 치약 튜브도 필요 없고 작은 조각으로 되어 있어  휴대에도 용이하니 참 좋은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코코넛수세미는 단연 인기 상품이었다. 손에 닿는 느낌이 좋다며 코코넛 껍질을 벗겨 만든 수세미를 한참이나 만져본 여러 명의 아이들은 지구와 코코넛 껍질의 관계에 대해 새삼스럽게 깨달은 듯 보였다.

약 1시간 가량 전문 크리에이터 못지 않은 열정으로 치밀한 계획을 체크하며 카메라로 가게 이곳저곳을 빠짐없이 촬영하고 중요한 사항들을 기록한 아이들은 마지막으로 색색의 플라스틱 병뚜껑 분리배출을 직접 체험해 본 뒤 자리를 떠났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4종의 색깔별로 분리하여 수집한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4종의 색깔별로 분리하여 수집한다. ⓒ김지유

우리나라의 생태전환 교육은 시작된지 몇 해 되지 않았고 세계적인 기준에 아직 미치지 못하는 실정으로 보인다. 경제성장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지구촌에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정도라고 여겨진다. 그런 맥락에서 보다 본격적이고 전방위적인 생태전환 실천이 요구된다. 각급 학교에서 진행되는 체험학습을 넘어, 삶의 현장에서 생태 살리기 실천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낯선 물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낯선 물건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김지유

처음에는 다소 낯선 경험일 수 있으나 매주 한 번, 매월 하루라도 시간을 내어 무포장 가게나 생태용품 판매처에 들러보면 어떨까? 나들이 삼아 가족 단위로 들러서 좋은 소비를 위한 물건을 고르고 집에서 직접 사용하며 실생활에 스며드는 생태전환을 실천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코코넛 껍질과 지구가 그렇고 그런 사이였다는 비밀 아닌 비밀을 이웃에게도 귀띔해 주면 어떨까? 

최소한 카페 내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생태전환 학습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가게 바깥 화단에 어른들이 버린 담배꽁초가 나뒹구는 부끄러운 현실이 조금씩 변화되었으면 한다. 
'마을과 마디'에서는 '지구의 날' 포스터 그리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마을과 마디'에서는 '지구의 날' 포스터 그리기 행사가 진행되었다. ⓒ김지유

오전에 치러진 ‘지구의 날’ 포스터 그리기 행사에서 한 고등학생이 카페에 남긴 포스터 그림처럼 지구는 '충전'이 필요해 보인다. 어른들보다 위대한 생태 감수성으로 무포장 가게를 향한 아이들의 기특함에 지구가 조금은 위로받았기를 기대한다.

공릉꿈마을협동조합 카페 '마을과 마디'

○ 주소 : 서울시 노원구 화랑로 464 1층
○ 운영일시 : 화~일요일 10:00~21:00,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무포장가게 새록 인스타그램
○ 문의 : 02-977-1318

시민기자 김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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