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누군가의 영웅입니다…조혈모세포기증자 임민순 씨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2.04.25. 14:50

수정일 2022.05.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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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시민영웅] ④ 조혈모세포기증 두 번 한 임민순 씨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서울 곳곳을 밝히는 '우리동네 시민영웅'을 찾아서...
<내 손안에 서울> 에서는 세상을 훈훈하게 만드는 영웅,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영웅, 우리동네 화제의 영웅을 찾아 소개합니다. 거창한 일을 해야 '영웅'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영웅일 수 있습니다. 이번 '우리동네 시민영웅'은 세 아이에겐 태산 같은 아빠로서, 혈액암과 싸우는 환자에겐 고마운 조혈모세포 기증자로서 영웅 같은 분입니다. 
평소 봉사와 헌혈을 생활화 하고 있는 임민순 씨.  ⓒ김윤경
평소 봉사와 헌혈을 생활화 하고 있는 임민순 씨. ⓒ김윤경

“제가 ‘시민영웅’으로 인터뷰를 한다니까, 제 아내가 그러는 거예요.  ‘당신 영웅 맞잖아, 네이버 지식인 영웅!’ 제가 포털에 답글을 잘 달아주거든요.” 임민순(42)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내세울 만큼 해온 일이 있을까 몹시 고민했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에게 좋은 아빠 모습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고.

임민순 씨는 한 번 하기도 어려운 조혈모세포를 연달아 두 번 기증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로, 백혈병·재생불량성빈혈·악성림프종 같은 난치성 혈액질환 환자에겐 조혈모세포 이식이 꼭 필요하다. 고통스러운 '골수 이식'으로 잘못 알려진 탓에 조혈모세포 기증에 대한 공포심이나 편견이 많다. 하지만 최근엔 일반 헌혈하듯 절차가 많이 간편해졌으나, 여전히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이들이 많다. 

임민순 씨는 조혈모세포를 기증한 지, 두 어 달 만에 또다시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쉽진 않았다.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어린 자녀 셋을 키우면서 코로나 검사를 받으며 병원에 가는 건, 또 다른 도전이기도 했다. 체구가 커서 촉진제 주사를 두 배로 맞았는데, 평소 좋지 못한 허리가 아픈 점이 힘들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기증 과정이 많이 수월했지만, 코로나19라는 상황은 확실히 부담됐다. 

그는 대학 시절 우연히 조혈모세포기증 희망 등록을 했었다. 얼마 후 기증을 원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당시 시간이 나질 않아 할 수 없었고 늘 미안한 마음이 남아 있었다. 이후 15년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조혈모세포를 타인에게 기증할 수 있는 확률은 2만 분의 1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이번에는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조혈모세포 기증에 관련한 영상을 보여주며, 흔쾌히 동의를 얻었다.  
조혈모세포기증 하고 있다. ⓒ임민순
조혈모세포기증 하고 있다. ⓒ임민순
봉사라고 해서 거창한 건 없어요. 
단지 나의 시간을 조금 나누어 준 것뿐이죠. 

“그런데 또 전화가 왔어요. 물론 협회에서는 절대 강요는 아니니까 포기해도 된다고 했어요.” 조혈모세포 기증을 한 지 2주 만에 다시 연락이 왔다. 당연히 기증 후 건강 상태를 묻는 전화인 줄 알았는데, 한 번 더 기증을 해줄 수 있냐는 다급한 문의였다. 기증자가 선택할 수 있으니 포기해도 괜찮다고 했지만, 환자에게는 생명이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깊이 생각하면 못하게 될까 봐, 바로 가족에게 “조혈모세포 기증을 한 번 더 해야 할 거 같다”라고 말하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저는 봉사는 작은 곳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누구에게나 소중한 시간, 그 시간을 나눠주는 거랄까요. 저희 아이가 세 명이라, 10여 년째 유모차를 끌고 다녔는데 꼭 도움을 주는 사람을 만났어요. 가게 문을 잡고 기다려 주는 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는 분, 그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참 고마웠습니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에서 남을 위해 자기 시간을 흔쾌히 내어주는 건 쉽지 않으니까요. 저는 그런 분들이 보이지 않는 영웅이고 위대한 시민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나도 더 그래야겠구나 싶고요. 그런 모습을 우리 아이가 옆에서 보고 배웠으면 좋겠어요.”

임민순 씨 본인은 크게 한 일이 없고, 오히려 다른 사람을 보며 감동을 받았다고 했지만, 사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봉사를 해왔다. 말을 꺼내길 주저했지만, 필자의 설득 끝에 조심스레 들려줬다.  섬에 가서 페인트칠을 해주고, 힘든 이웃을 위해 밥을 짓거나 나눠주고, 어르신들 말벗을 하기도 하고, 해외에 여러 일을 돕는 등 많은 일을 해왔다.
임민순 씨가 핸드폰에서 봉사활동 당시 사진을 보여줬다. ⓒ김윤경
임민순 씨가 핸드폰에서 봉사활동 당시 사진을 보여줬다. ⓒ김윤경

무엇보다 본인은 ‘시민영웅’은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아이들에게는 ‘영웅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말이 가장 와닿았다.
 
“아이들에게만큼은 슈퍼맨 같은 아빠였으면 해요. 오래전, 아버지께서 뭐든 잘 고치셨거든요. 그랬었는데 어느새 제가 아이들에게 ‘맥가이버’라고 불리고 있더라고요.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닮아가면 좋겠어요.” 그는 겸연쩍은 듯 웃으면서 말했다. 또 이렇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는 아이들 영향도 컸다고 이야기했다.
 
“얼마 전, 길에 스티로폼이 떨어져 있길래 차들이 밟으면 날리고 쓰레기 치우기도 힘들까 싶어 발로 슬쩍 길 안쪽으로 밀어 넣었어요. 그런데 옆에서 아이가 보더니 주워서 쓰레기장에 갖다 놓더라고요. 말하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내 의도를 알고 있다는 걸 알았죠. 반성도 되고 평상시 행동을 잘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죠.” 그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선행을 베풀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큰 아이가 연탄 봉사를 하면서 하나씩 나르고 있다. ⓒ임민순
큰 아이가 연탄 봉사를 하면서 하나씩 나르고 있다. ⓒ임민순

“아이가 쪽방촌에 연탄 나르는 봉사를 신청했더라고요. 저는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자발적으로 신청한 걸 알고 깜짝 놀라 아이한테 말했어요. 자기 시간을 남을 위해 나누는 건 좋은 일이라고요. 그렇지만 아빠가 널 돕는 건 아니니까, 혼자 할 수 있을 만큼 하면 좋겠다고요. 처음엔 어린아이가 뭘 할 수 있을까 싶었죠. 어른들은 여러 개씩 나르는데, 아이는 한 개씩 나르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거기 계시는 많은 분들이 아이가 하는 걸 보니, 용기가 난다고 정말 흐뭇해 하시는 거예요.”

연탄 무게 하나는 약 3.65kg. 여기에 지게 무게까지 더해 6kg 정도였다. 아이가 무거운데도 포기하지 않고, 한 개씩 옮기는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당장 4월 18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다. 무엇보다 그동안 사람들의 지쳤던 마음 건강이 걱정됐다. 실로 미국 등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일상생활 회복과정에서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징후들이 보이고 있다. 배려나 봉사 역시 소극적이 됐을지 모르겠다. 우선 내 건강을 챙기는 게 또 타인을 위하는 방법이었기도 했으니까. 이 점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는데 무척 긍정적이었다.
선한 영향력이 돌고 돌아 따스한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는 임민순 씨. ⓒ김윤경
선한 영향력이 돌고 돌아 따스한 사회를 만들기를 희망한다는 임민순 씨. ⓒ김윤경

“저는 기대하는 바가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한 마음을 지녔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코로나19로 힘들었지만, 앞날은 또 밝을 거라고 믿어요. 물론 그렇기 위해서는 작더라도 선한 영향력을 많이 퍼뜨리는 게 중요할 거 같고요.”

획기적인 일이 아닐지라도 소소하고 선한 영향력이 돌고 돌아 사회를 따스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영향이 가정에서든, 혹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좋은 이웃이나 모임을 만나면서 시작이 가능하지 않을까.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던 모습. ⓒ김윤경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던 모습. ⓒ김윤경

“사실 헌신하신 분들에 비하면,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닌 거죠. 저는 어떤 훌륭한 일을 했다기보단, 단지 저의 시간을 조금 나누어 준 것뿐이잖아요. 조혈모세포 기증을 하게 돼, 검사하며 누워있었고 코로나19 상황이라 좀 불편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이로 인해 기증받은 사람, 또 그 가족의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이 진짜 뿌듯하더라고요. 이런 점을 느껴보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의 희망대로 선한 영향력이 꽃처럼 흩날려 모든 이에게 닿기를 기대한다. 작은 일이라도 모이면 큰 변화를 가져올 테니까.

조혈모세포 기증희망등록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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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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