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지나쳤던 '3.1독립운동의 성지'…생애 첫 방문기

시민기자 이준엽

발행일 2022.03.04. 09:00

수정일 2023.02.27. 17:18

조회 2,960

태화관 - 탑골공원 - 마포전차종점에 이르는 3.1독립운동의 흔적
탑골공원 정문의 삼일문 현판이 독립선언서 서체로 쓰여 있다 ⓒ이준엽
탑골공원 정문의 삼일문 현판이 독립선언서 서체로 쓰여 있다 ⓒ이준엽

3.1절이다. 가슴 벅찬 날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필자는 그 역사의 현장에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었다. 

백 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가보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 날의 함성을 느껴보고자 3.1운동의 흔적을 둘러보았다.
태화빌딩 옆 '3.1운동 100주년 기념비' ⓒ이준엽
태화빌딩 옆 '3.1운동 100주년 기념비' ⓒ이준엽

3.1독립선언식을 거행한 구 태화관, 태화빌딩

먼저 찾아간 곳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태화관이다. 태화관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태화빌딩(종로구 인사동5길 29)이 있다. 살면서 인사동에 수십 번을 왔건만 여기에 태화관이 있는 줄 상상도 못했다. 

태화빌딩에 도착하니 ‘삼일독립선언유적지’ 비석과 ‘3.1운동 100주년 기념비’가 나를 반겼다. 이제야 그 큰 비석들을 알아보다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제야 민족 대표 33인이 독립선언식을 거행하는 사진도 눈에 들어온다. 저절로 숙연해졌다.
태화빌딩 앞의 '3.1 독립선언광장’ ⓒ이준엽
태화빌딩 앞의 '3.1 독립선언광장’ ⓒ이준엽

태화빌딩 앞에는 ‘3.1 독립선언광장’이 있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서울시에서 조성한 공간이다. 3.1 독립선언광장이기에 숫자 3을 의미하는 소나무 세 그루와 1을 의미하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심어져 있다. 

광장에 심은 풀 한 포기, 바닥 조명, 돌기둥, 물길 하나하나 등 그 의미가 새겨지지 않은 곳이 없다. 
탑골공원 내 3.1운동 기념탑 ⓒ이준엽
탑골공원 내 3.1운동 기념탑 ⓒ이준엽
탑골공원 3.1운동 벽화 ⓒ이준엽
탑골공원 3.1운동 벽화 ⓒ이준엽

탑골공원, 독립운동의 성지

탑골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삼일문을 지나고,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천막을 옆으로 돌아 3.1운동 기념탑 앞에 섰다.  

“우리는 이에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오랜만에 독립선언서를 읽었다. 참으로 명문이다. 특히, 한용운의 주장으로 추가되었다는 ‘공약 3장’은 그 진수를 더했다. 

 ▲ 오늘 우리의 이번 거사는 정의, 인도, 생존, 존영을 위하는 민족적 요구이니, 오직 자유로운 정신을 발휘할 것이요, 결코 배타적 감정으로 치닫지 마라. 
 ▲ 최후의 한 사람까지, 최후의 일각까지 민족의 정당한 의사를 시원하게 발표하라. 
 ▲ 모든 행동은 질서를 존중하며, 우리의 주장과 태도를 어디까지나 떳떳하고 정당하게 하라.
탑골공원 내 팔각정은 과거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곳이다 ⓒ이준엽
탑골공원 내 팔각정은 과거 독립선언서가 낭독된 곳이다 ⓒ이준엽

100년이 넘도록 우리의 정신을 지켜주는 독립선언서를 가슴에 새기며 팔각정 앞으로 갔다. 바로 내 눈 앞에 보이는 탑골공원 팔각정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다. 

“1919년 3월 1일 오후 2시 탑골공원에서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정재용의 선언서 낭독이 끝난 뒤, 대한독립만세를 높이 외치며 거리로 달려 나가니, 서울은 순식간에 감격과 흥분의 도가니가 되었고, 그대로 파도와 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탑골공원을 둘러싼 3.1운동 벽화가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마포역 4번 출구 200m 거리에 있는 마포전차종점(3.1독립운동기념터) ⓒ이준엽
마포역 4번 출구 200m 거리에 있는 마포전차종점(3.1독립운동기념터) ⓒ이준엽

3.1운동만세시위지, 마포전차종점

답사 마무리를 위해 마포역으로 향했다. 3.1운동 만세시위지인 마포전차종점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지하철 5호선 종로 3가에서 여섯 정거장 만에 도착한 마포역. 그 4번 출구 200m 지점에 ‘3.1독립운동기념터; 마포전차종점’ 비석이 놓여 있었다.

아마도 점심에 탑골공원에서 시작된 3.1운동의 열기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일제에 의해 쌓였던 울분으로, 나라 잃은 설움으로 그렇게 서울시 여기저기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며 다녔을 것이다. 

어둑어둑 해가 질 무렵, 그 당시 세상의 끝이었던 마포의 전차 종점에 다시 모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시 모인 사람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다시 한번 크게 대한독립 만세를 불렀을 것이다. 
청량리-마포 구간을 운행하던 전차 모습의 공중화장실 ⓒ이준엽
청량리-마포 구간을 운행하던 전차 모습의 공중화장실 ⓒ이준엽

1919년 3월 1일. 대한민국이 꼭 독립될 것이라 믿는 사람들은 다시 연희전문학교로, 종로로, 밤늦도록 끊이지 않고 만세를 외쳤을 것이다. 학생들이, 시민들이, 독립운동가들이 그렇게 지켜온 대한민국이다. 

사실 서울에 꽤 오래 살았지만 살면서 처음으로 탑골공원에 들어가 봤다. 어쩌다 외국에 나가면 그렇게 유적지와 박물관을 찾아다녔건만 정작 우리나라 독립운동의 성지는 이제야 둘러봤다. 부끄러워지는 한편 이제라도 알게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민기자 이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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