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과 마주하는 곳, 여기는 '감정서가' 입니다"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1.12.10. 10:00

수정일 2021.12.10. 16:17

조회 3,518

어느덧 한 해의 마지막인 12월이다. 모두가 분주한 이 시기, 자신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때다. 필자는 용산구 서울예술교육센터 1층 ‘감정서가’를 찾았다. “예약하셨나요? 이건 공간 안내서입니다.” 입구에서 예약확인 절차를 거치고 이용안내서를 건네받았다. 안내서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당신의 마음이 담겨 있는 공간, 감정서가입니다.” 
‘감정서가’ 입구와 내부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이정민
‘감정서가’ 입구와 내부의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 ⓒ이정민

둘러보세요

처음 이 곳을 찾았다면 천천히 둘러보라고 안내를 받는다. 전시된 카드와 숨은 글귀를 살펴보며 마음을 울리는 문장을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1층 오른쪽 긴 테이블에는 감정카드와 개인의 콘텐츠를 엮어 만든 책들이 전시돼 있다. 하나의 문장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4주간의 워크숍을 통해 16명이 한 장 한 장 엮어낸 세상에 하나뿐인 책이다. 책의 크기와 색깔, 디자인 모두 제각각이다. 조금은 투박하지만 규격화되지 않고 개성이 담긴 ‘작품’인 것이다.  
‘감정서가’ 이용안내서 ⓒ이정민
‘감정서가’ 이용안내서 ⓒ이정민

귀여운 강아지가 표지에 등장한 책은 반려견으로 인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아하는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로 채워진 책, 자신의 아버지에 관한 글, 일기 등 주제도 다양하다. 그 맞은편으로는 ‘나’라는 책을 찾아가는 여정의 ‘책장’이 있다. 산책하며 걷다 눈에 띄는 책을 만나면 가만히 펼쳐보라고 돼 있다. 투명 파일로 된 책을 찬찬히 읽어내려 가다 보면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만나게 된다. 
감정카드와 개인의 콘텐츠를 엮어 만든 책들이 전시 중이다. ⓒ이정민
감정카드와 개인의 콘텐츠를 엮어 만든 책들이 전시 중이다. ⓒ이정민

‘감정서가’에선 보이는 모든 것이 책이다. 모서리에 적힌 글귀 하나도 꼼꼼히 둘러보게 되고 혹시 놓치는 게 없는지 뒷걸음질하게 된다. ‘행복한 삶도 어둠이 없으면 있을 수 없고, 슬픔이라는 균형이 없으면 행복은 그 의미를 잃어버린다’(칼 구스타프 융) 라고 검은색 벽 위에 하얀 글씨로 쓰여진 문구 앞에서 생각이 많아진다. 이곳에서 보내는 혼자만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은 건 중간중간 보이는 안내문 덕도 있는 것 같다.  
나라는 책을 찾아가는 여정의 책장 속 글들과 ‘칼 구스타프 융’의 명언 ⓒ이정민
나라는 책을 찾아가는 여정의 책장 속 글들과 ‘칼 구스타프 융’의 명언 ⓒ이정민

지켜주세요

‘지켜주세요’라는 안내문에는 고요, 몰입, 정돈하다, 소중하다 등이 순서대로 적혀있다. 소리를 낮추고, 마음에 집중하고, 가지런히 정리하고, 서가의 물건을 소중히 지켜달라는 뜻이다. 속삭이듯 적어놓은 정갈한 글들에 생각과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다. 입구 반대편에 크게 걸린 색연필 콜라주 작품도 차분한 기운을 더한다. 그 뒤로, 색색의 감정카드가 빼곡한 공간 ‘문장’이 있다. 마음이 담긴 소중한 글귀들을 천천히 둘러보다 마음에 와 닿는 순간, 테이블에 앉아 종이 위에 한 글자씩 꾹꾹 새기면 된다. 
정갈한 안내문이 생각과 마음 정리를 돕는다. ⓒ이정민
정갈한 안내문이 생각과 마음 정리를 돕는다. ⓒ이정민

윤동주의 시, 외국 소설 속 문장들, 드라마의 대사, 명언 등 카드마다 다른 글들로 적혀있다. 수많은 구절들을 짧은 시간 동안 다 볼 순 없지만, 유난히 마음에 남는 글과 단어가 콕콕 마음에 박힌다. 이제야 비로소 이용안내서의 두 번째 ‘적어보세요’를 해볼 시간이다. 테이블 위에 놓인 빈 감정카드와 필기구로 평소 마음에 담고 있던 문장이나 영화의 한 구절 등을 적으며 나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색색의 감정카드를 감상한 후 마음에 담고 있던 문장 등을 직접 적어봤다. ⓒ이정민
색색의 감정카드를 감상한 후 마음에 담고 있던 문장 등을 직접 적어봤다. ⓒ이정민

처음이라 그런지 엽서 크기의 감정카드가 훨씬 크게 느껴진다. 가지런히 놓인 연필과 지우개, 미니 연필깎이는 정겹다. 마음을 다듬듯 골라든 연필을 깎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한다. 앞서 본 감정카드의 글 중 기억에 남는 글을 골라 연필로 써 내려간다. 사각사각 오랜만에 연필로 쓰는 글씨가 손끝엔 어색해도 예전 그대로의 소리가 친근하다. 어느새 감정카드 3장을 채웠다. 다 쓴 카드는 앞에 놓인 봉투에 한 장씩 넣었다.
마음을 다듬고, 글을 쓰기 좋은 분위기의 공간이다. ⓒ이정민
마음을 다듬고, 글을 쓰기 좋은 분위기의 공간이다. ⓒ이정민

벌써 입장한 지 한 시간 반이 지났다. 계단을 이용해 2층에 오르니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될 때 개방되는 편집실과 작업실이 보이고, 현재 지난달 워크숍의 창작물이 전시 중이다. ‘기억극장: 일렁이는 이미지’ 작품은 제목답게 모빌 모양의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1층과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2층, 조용한 공간에서 바라보는 거리 풍경도 묘한 대비를 이룬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기억극장: 일렁이는 이미지' 전시 ⓒ이정민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과 '기억극장: 일렁이는 이미지' 전시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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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쇼룸에선 459개 필기구가 진열된 ‘찬란한 문구점’ 전시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도 내 감정에 맞는 빛깔과 모양의 펜을 골라 한 자 한 자 마음을 적는다. 손에 쥔 펜의 색에 따라 감정도 다르게 느껴져 여러 감정들을 적어봤다. 이렇게 모은 나만의 감정카드를 사서함에 넣으면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추가 전시된다고 한다.
1층 쇼룸에서 전시 중인 '찬란한 문구점'과 그 펜들로 적어보는 감정카드 ⓒ이정민
1층 쇼룸에서 전시 중인 '찬란한 문구점'과 그 펜들로 적어보는 감정카드 ⓒ이정민

필자는 이날 ‘감정서가’ 멤버십에 가입하고 북키트를 선물로 받았다. 무엇보다 나의 감정과 오롯이 마주한 ‘감정서가’에서의 3시간은 한 해를 정리하는 큰 선물이 되었다.
감정카드를 넣는 사서함과 멤버십 가입 후 선물로 받은 북키트 ⓒ이정민
감정카드를 넣는 사서함과 멤버십 가입 후 선물로 받은 북키트 ⓒ이정민

서울예술교육센터 ‘감정서가’

○ 주소: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센트럴파크타워 1층
○ 운영시간 : 매주 화~토요일 11:00~19:00 (일·월·공휴일 휴관)
○ 감정서가 방문 예약하기(네이버 예약) : https://bit.ly/2YvoM3o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gamjungseoga
○ 문의 : 02-3785-3199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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