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서가'에서 또 다른 나의 감정에게 말을 걸다

시민기자 박지영

발행일 2021.12.09. 13:57

수정일 2021.12.09. 17:25

조회 3,475

지난 달 서울예술교육센터가 운영하는 ‘감정서가’에 다녀왔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우린 모두 소통의 부재와 단절에서 오는 고독함과 외로움을 겪고 있다. 누군가의 도움까진 아니더라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고 생각하던 차에 ‘감정서가’를 알게 됐다. ‘마음이 담겨 있는 공간, 나라는 책을 향해 가는 여정’이란 소개 글과 ‘감정과 마주할 수 있는 솔직한 공간’이라는 이용후기가 마음에 와 닿아 직접 찾아가 보았다.
안내데스크에 감정서가 첫 방문자가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적혀있다. ⓒ박지영
안내데스크에 감정서가 첫 방문자가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적혀있다. ⓒ박지영

‘감정서가’를 품은 서울예술교육센터

감정서가는 서울예술교육센터에 속해 있다. 2020년 11월 5일 개관한 용산구 소재의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시민의 일상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공간이다. 청소년과 예술가를 위한 예술 교육공간 ‘아츠 포 틴즈(ARTS FOR TEENS)’와 시민을 위한 문화 공간인 '감정서가'로 나눠져, 서로 다른 연령대의 시민을 대상으로 상시 예술 전문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필자가 방문한 감정서가는 빌딩 숲 사이 센트럴 파크타워 1층에 위치하고 있다. 무채색의 차분한 색감으로 꾸며진 공간은 1층과 중층 공간으로 나눠지는데, 입장(안내, 감정카드를 모으고 정리하는 곳), 문장(손글씨로 적은 다양한 문장이 수록된 감정카드가 담긴 곳), 원탁(감정카드를 작성하는 곳), 책장(‘나’의 감정이 모여 만들어진 글이 모여 하나뿐인 나만의 책이 되는 곳), 중층(전시실, 작업실, 편집실)이라는 세부적인 이름으로 구성됐다. 
감정서가 내부는 1층과 중층으로 나눠진다. ⓒ박지영
감정서가 내부는 1층과 중층으로 나눠진다. ⓒ박지영

‘감정서가’ 이용법

감정서가 첫 방문자라면 먼저 안내데스크를 방문해 간단한 설명과 안내 책자를 받자. 그 다음엔 둘러보고, 적어보고, 남겨보고, 만들어 보면 된다. 감정을 적어 낼 수 있는 종이와 펜이 공간 어디든 있다. 공간이 분할돼 있지만 아주 넓지는 않다. 한번 천천히 돌아본 후 원하는 자리에 앉아서 책상에 놓인 감정카드에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적어 내려가면 된다. 자리마다 비치된 다양한 필기구와 종이는 원하는 만큼 사용하고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된다. 

내 감정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넣어 데스크에 준비된 사서함에 넣으면 정기적으로 큐레이션 돼 이달의 문장에 전시되기도 하고, 꾸준히 글을 적어 입장(안내데스크)에 맡기면 나만의 감정 책이 돼 책장에 꽂히기도 한다. 나의 감정을 모아 쓴 글이 어느 정도 모이면 개인책을 만들어 서가에 꽂아 둘 수도 있다. 
감정서가 어디든 자리마다 종이와 펜이 구비돼 있다. ⓒ박지영
감정서가 어디든 자리마다 종이와 펜이 구비돼 있다. ⓒ박지영
감정서가 내부 문장과 원탁. 마음에 다가오는 문장이 진열돼 있어 타인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박지영
감정서가 내부 문장과 원탁. 마음에 다가오는 문장이 진열돼 있어 타인의 감정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박지영

자주 찾을 계획이 선다면 멤버십에 가입하는 게 좋다. 모든 시민과 방문자는 무료로 가입이 가능하다. 회원이 되면 감정카드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다양한 필기구 키트를 대여 받을 수 있고, 작성한 감정카드가 필명으로 아카이빙돼 감정의 기록을 차곡차곡 쌓아 둘 수도 있다. 멤버십 가입자에게는 특별히 제본 실습이 가능한 미니 키트도 선물한다. 이를 통해 나만의 감정서가를 만들 수도 있다. 
멤버십에 가입하면  미니 제본 키트를 1회 제공받고, 방문시마다 빌려쓸 수 있는 다양한 필기구를 선택할 수 있다. ⓒ박지영
멤버십에 가입하면 미니 제본 키트를 1회 제공받고, 방문시마다 빌려쓸 수 있는 다양한 필기구를 선택할 수 있다. ⓒ박지영
2층 책 제본 편집실. 무채색의 다른 공간과 달리 색색의  실들과 종이를 만날 수 있다. ⓒ박지영
2층 책 제본 편집실. 무채색의 다른 공간과 달리 색색의 실들과 종이를 만날 수 있다. ⓒ박지영

감정서가의 또 다른 매력, ‘작업의 감(感)’

감정서가에는 ‘작업의 감(感)’이라는 워크숍을 부정기적으로 진행한다. 나의 감정과 마음을 예술로 표현하는 이 워크숍은 동시대 아티스트와 함께 예술가가 감정을 다루는 방법과 표현 방식, 공감과 사유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프로그램은 1회 및 다회차로 진행된다. 필자는 네이버 '서울예술교육센터' 사전 예약을 통해 11월에 진행된 작업의 感 워크숍 중 ‘감정, 또 다른 나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키네틱(kinetic) 아티스트 정민정 작가의 지도로 해학적인 표현과 다양한 움직임에서 시각적 재미를 만드는 오토마타(automata)를 만들어 봤다. 오토마타는 과학적 움직임의 원리와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예술 조형물이다. 움직이는 인형이나 장난감을 떠올리면 된다. 타인의 시선에 따라 부여된 내가 아닌, 나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드는 과정이다.
나무 판 위에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그리는 작업 ⓒ박지영
나무 판 위에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그리는 작업 ⓒ박지영
판위에 그린 형태는 모두 줄톱을 사용해 오려내고 사포로 맨들맨들하게 다듬는다. ⓒ박지영
판위에 그린 형태는 모두 줄톱을 사용해 오려내고 사포로 맨들맨들하게 다듬는다. ⓒ박지영
줄톱으로 자른 나무 조각들과 조립을 해야할 기본 토막들이다. ⓒ박지영
줄톱으로 자른 나무 조각들과 조립을 해야할 기본 토막들이다. ⓒ박지영

수강자는 필자 포함 3명과 작가 2명으로 화목한 분위기로 진행됐고, 처음 다뤄보는 줄 톱과 여러 재료들을 자르고 다듬고 끼고 누르는 동안 오롯이 현재의 행위에 집중할 수 있었다. 3시간의 수업은 작가의 작품 소개, 나를 표현할 부캐 만들기, 실제로 나무를 깎고 부속을 조이고 조합하는 과정과 이 과정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들, 깨달은 것들을 참여자들과 서로 나누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과정은 꽤 만족스럽고 유익했다. 
나무 조각을 조립하고, 부속을 끼우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과정 ⓒ박지영
나무 조각을 조립하고, 부속을 끼우고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 과정 ⓒ박지영
시간 안에 완성은 못했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형태의 오토마타를 만들었다. 손잡이를 돌리면 맨 위의 캐릭터가 움직인다. ⓒ박지영
시간 안에 완성은 못했지만 기본적인 움직임이 가능한 형태의 오토마타를 만들었다. 손잡이를 돌리면 맨 위의 캐릭터가 움직인다. ⓒ박지영

필자는 기쁜 날, 지친 날, 힘든 날, 평범한 날 언제라도 이곳을 찾아 나의 감정 흔적을 남기고 ‘마음의 휴식처’로서 지난 기록을 되짚어 보며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 해가 저물어간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감정서가를 방문해 예술체험을 통해 감정을 소통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감정서가는 예약제로 운영되니 사전 예약 후 방문해보자. 

감정서가

○ 주소 :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7, 센트럴파크타워 1층
○ 운영시간 : 매주 화~토요일 11:00~19:00 (일·월·공휴일 휴관)
○ 주차 : 최초 10분 1,000원 추가 10분당 1,000원
서울예술교육센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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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02-3785-3199

시민기자 박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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