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집 같은 쪽방에서 꿈을 키운 '금천순이'를 아시나요?

시민기자 최은영

발행일 2021.12.02. 15:00

수정일 2021.12.02. 15:08

조회 3,112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기획전시, 체험프로그램 운영

‘벌집’. 1960~1980년대 구로공단 여성 노동자들이 주로 거주하던 쪽방을 말한다. 공단 주변에 무질서하게 만들어지면서 다닥다닥 붙어 있는 모습 때문에 ‘닭장집’, ‘토끼장’이라고도 불렸다. 성인 한두 명만 누워도 꽉 차는 쪽방에선 4~10명이 칼잠을 자며 생활했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 외관 ⓒ최은영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 외관 ⓒ최은영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꿈과 애환이 서린 벌집을 재현한 곳이 있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이다. 지하철 1·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1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 사이에 자리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2층 구조로 여공들이 살았던 쪽방을 복원하고 당시의 생활상을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쪽방'을 재현한 모습 ⓒ최은영
노동자들이 거주했던 '쪽방'을 재현한 모습 ⓒ최은영

구로공단 노동자체험생활관의 애칭인 ‘금천순이의 집’은 주민 공모로 그 시절 가장 흔했던 이름인 ‘순이’로 정해져 친근한 느낌을 준다. 지하 1층에는 노동자들의 생활공간인 ‘쪽방체험관’이 있다. 테마별로 쪽방을 복원한 쪽방 6개(패션방, 문화방, 공부방, 추억방, 봉제방, 생활방)와 벌집골목 등을 볼 수 있다.
쪽방들이 있는 벌집골목 ⓒ최은영
쪽방들이 있는 벌집골목 ⓒ최은영

패션방은 당시 유행패션, 악세사리 등을 볼 수 있는 여가문화를 재현했고, 문화방은 통기타, 노래테이프, 시집 등 노동자들의 문화 활동을 볼 수 있다. 공부방은 노동자의 공부와 꿈을, 추억방은 노동자의 애환과 슬픔을, 봉제방은 재봉틀, 바느질도구 등 노동자의 취미생활을, 생활방은 노동자의 일상생활을 재현했다.
테마별로 복원한 쪽방에선 당시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이 느껴진다. ⓒ최은영
테마별로 복원한 쪽방에선 당시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이 느껴진다. ⓒ최은영

특히 지상 1층에는 노동자들의 성장이야기를 다룬 ‘기획전시관’이 있다. 벽면에는 구로공단의 역사와 여공들의 노동과 생활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앳된 얼굴의 여공들이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사진과 명절이 되면 고향에 가기 위해 긴 줄을 서서 버스에 올라타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사진 속에 남아있다. 
구로공단의 역사와 노동자들의 생활상 등을 보여주는 기획전시관 ⓒ최은영
구로공단의 역사와 노동자들의 생활상 등을 보여주는 기획전시관 ⓒ최은영

기획전시관 옆으로는 여공의 방을 재현한 ‘순이의 방’이 있다. 작은 옷장, 연탄, 밥상, 편지, 급여봉투 같은 곳곳에 놓인 소품들이 어제까지 여공이 머물렀던 것처럼 생생하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희망을 안고 밤늦게까지 공부하던 희망의 방, 좁은 공간에서 몰래 소리통을 통해 대화를 나누던 비밀의 방, 여럿이 찬물에 세수하던 공동세면장이 조성돼 있다. 공동 화장실은 수십 명이 사용해서 아침마다 수십 분에서 1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여럿이 찬물에 세수하던 공동세면장 모습 ⓒ최은영
여럿이 찬물에 세수하던 공동세면장 모습 ⓒ최은영

지상 2층에는 한국경제를 일군 노동자들의 삶을 볼 수 있는 ‘영상관’이 있다. 여기서는 지난 10월 6일부터 12월 31일까지 <구로공단 시대를 담다>라는 특별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구로공단을 배경으로 창작 된 문학, 영화, 음반 등 대중예술작품 속에서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던 그 시절 구로공단 노동자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구로공단 시대를 담다’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영상관 ⓒ최은영
‘구로공단 시대를 담다’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영상관 ⓒ최은영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 저), <돼지꿈>(황석영 저), <비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양귀자 저), <외딴방>(신경숙 저) 등 다양한 문학작품이 전시돼 있고, <구로아리랑>(박종원 감독), <장밋빛인생>(김홍준 감독), <박하사탕(이창동 감독)>, <위로공단(임흥순 감독)> 등의 영화가 소개돼 있다.
쪽방 옆에 붙어있는 조그만 부엌 ⓒ최은영
쪽방 옆에 붙어있는 조그만 부엌 ⓒ최은영

전시관 밖으로 나오면 야외 전시공간에 추억의 구멍가게를 재현한 ‘가리봉상회’가 있다. 1960~1980년대 추억의 먹거리와 생필품이 있는 구멍가게다. 그 시대 광고와 영화 포스터 등도 붙어 있어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중장년층은 아마도 60~80년대 당시의 추억을 회상하고, 젊은 세대는 신기해하기도 하며 색다른 느낌에 젖을 것 같다.
야외 전시공간에는 추억의 구멍가게를 재현한 ‘가리봉상회’가 있다. ⓒ최은영
야외 전시공간에는 추억의 구멍가게를 재현한 ‘가리봉상회’가 있다. ⓒ최은영
 ‘가리봉상회’에 있는 추억의 먹거리와 생필품 ⓒ최은영
‘가리봉상회’에 있는 추억의 먹거리와 생필품 ⓒ최은영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에는 역사 및 진로체험, 먹거리 체험, 봉제 및 공예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전면 중단되었다가, 최근에 특별체험 프로그램을 다시 시작했다. 바로 ‘벌집 17번방의 선물’로, 체험관 관람 후 워크북 활동(오프라인)을 하면 재택 온라인으로 네온사인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온·오프라인 병행 체험프로그램이다. 11월 23일 시작해 내년 2월 28일까지 매주 화, 목요일에 진행된다. 
특별체험 프로그램 '벌집 17번방의 선물' 워크북 활동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특별체험 프로그램 '벌집 17번방의 선물' 워크북 활동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을 둘러보는 일은 구로 공단의 역사와 우리나라 한강의 기적을 일으키는데 밑거름이 되어 준 노동자들의 삶과 애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열악한 환경 속 장시간 노동과 때로는 ‘공순이’라는 멸시를 받으면서도 ‘잘 살고 싶다’는 자신과 사회의 꿈을 잃지 않고 달려 온 언니와 누나들에게 존경과 감사를 보내드린다.

체험관 관계자는 이제 6080세대 노년이 되어 체험관을 찾은 그 시절 언니, 누나들은 그 시절의 고생을 힘겹고 고통스럽게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잘 사는 나라를 이루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밝은 얼굴로 그 시절을 회상하곤 한다고 한다. 
특별체험프로그램 ‘벌집 17번방의 선물’ 안내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특별체험프로그램 ‘벌집 17번방의 선물’ 안내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이제 구로구 구로동과 금천구 가산동에 걸쳐있는 구로 디지털산업단지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벤처· 패션메카로 자리 잡았다. 중소벤처기업의 집적지로 탈바꿈하며 ‘구로, 금천’의 영어 이니셜 ‘G’에 미국 실리콘밸리의 ‘밸리’를 합성한 ‘G밸리’라는 별칭으로 더 많이 불려지고 있다.

첨단 산업의 집적지가 되어 가고 있는 ‘G밸리’의 역사 속에는 구로공단 앳된 여공들의 청춘을 바친 노동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그 시절의 열정과 역사를 생각해 보기 위해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을 방문해 보고, 우리에게 주는 특별한 선물인 ‘벌집 17번방의 선물’도 체험해 보길 바란다. 

구로공단 노동자생활체험관 ‘금천순이의 집’

○ 주소 : 서울시 금천구 벚꽃로 44길 17 
○ 가는법 : 가산 디지털단지역 1,2번출구 방향 
○ 관람시간 : 월~토요일, 10:00~17:00 (입장마감 16:30)
○ 휴관일 : 매주 일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홈페이지 : https://gchistory.kr
○ 문의 : 02-830-8426

‘벌집 17번방의 선물’ 특별체험프로그램

○ 일시 : 2021. 11. 23. ~ 2022. 2. 28. (매주 화, 목요일)
- 10:00~11:00 (1회차) / 14:00~15:00 (2회차)
○ 수강료 : 무료 
○ 체험 신청 : 금천구청(www.geumcheon.go.kr) - 교육/강좌 - 체험 프로그램

시민기자 최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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