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서울시자원봉사 '기빙&줍깅' 현장 속으로!

시민기자 윤혜숙

발행일 2021.11.16. 13:30

수정일 2021.11.16. 17:47

조회 2,135

서울시자원봉사센터, 와이퍼스와 함께 기빙(Giving)과 줍깅(Plogging) 진행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앞에 집결한 기빙&줍깅 자원봉사자들 ⓒ윤혜숙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앞에 집결한 기빙&줍깅 자원봉사자들 ⓒ윤혜숙

지난 13일 토요일 아침 9시 30분. 서둘러 집을 나와서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앞에 도착했다. 기온이 0도에 가까워 장갑을 끼지 않으면 손이 시릴 정도로 추운 날씨였다. 추운 겨울의 주말이라면 이불에서 나오기 싫을 법한데 이곳의 상황은 다르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 곳곳에서 이곳으로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다. 기빙&줍깅을 하기 위해서다.
기빙&줍깅에 필요한 장갑, 집게, 쓰레기봉투를 받았다. ⓒ윤혜숙
기빙&줍깅에 필요한 장갑, 집게, 쓰레기봉투를 받았다. ⓒ윤혜숙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직원들이 참석자의 명단을 확인하고 장갑, 집게, 쓰레기봉투를 나눠주었다. 봉사자들에게 나눠주는 물품은 모두 친환경으로 제작됐다고 한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V세상 파트너단체 ‘와이퍼스’와 함께 줍깅(Plogging)하고 지역사회에 기빙(Giving)도 하는 봉사활동이 진행되는 첫 날이다. 플로깅으로 알려진 줍깅은 조깅을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다. 스웨덴에서 시작된 플로깅은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기빙&줍깅 시작 전 자원봉사자들이 OX퀴즈를 맞추고 있다. ⓒ윤혜숙
기빙&줍깅 시작 전 자원봉사자들이 OX퀴즈를 맞추고 있다. ⓒ윤혜숙

멀찍이 떨어져 혼자 서 있는 청년에게 참여 이유를 물었다.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하는 최동헌씨(26세)는 “서울시민의 자원봉사 플랫폼인 V세상의 소식을 살펴보면서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전공이 환경공학이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참가했다”면서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런 활동이 지속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가방 안에 텀블러를 챙겨 다니고 있는 다른 젊은 참가자들, 윤지희(24세)씨, 안예린(24세)씨는 인터넷에서 플로깅 활동을 검색하다가 이번 행사를 접하게 됐다고 한다. 그들은 “한강공원을 자주 찾는데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한강공원 곳곳에 배달 음식 쓰레기가 쌓여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며 “오늘 한강공원에 버려진 쓰레기를 주우면서 우리가 자주 찾는 한강공원의 깨끗해진 모습을 기대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자원봉사자들이 한강공원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윤혜숙
자원봉사자들이 한강공원 곳곳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있다. ⓒ윤혜숙

간단한 체조 후 환경보호에 대한 상식을 넓히는 OX퀴즈 문제로 몸풀기 시간을 가졌다. 이어서 5명이 한 조가 되어서 조장의 인솔하에 봉사자들은 조별로 맡은 구역의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다. 필자는 1조와 동행했다. 

한강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겉으로 보기엔 깨끗하고 아름다웠다. 이 날따라 유난히 푸른 하늘이 투영되어 한강 물빛도 푸르렀다. 그러나 바닥 곳곳에는 담배꽁초를 비롯한 쓰레기가 버려져 있었다. 매의 눈으로 바닥을 살펴가며 봉사자들은 집게로 쓰레기를 주워 봉투에 집어넣었다. 산책로 아래 한강 쪽으로 내려가니 바위 틈 사이로 일회용 컵, 음료수병 등이 있었다. 한강의 수위가 높아질 때 강물에 휩쓸려 온 쓰레기들이다.  
한강에 인접한 바위 틈새에도 강물에 휩쓸려 온 쓰레기가 많다. ⓒ윤혜숙
한강에 인접한 바위 틈새에도 강물에 휩쓸려 온 쓰레기가 많다. ⓒ윤혜숙

청주에서 올라온 조장 황다정 씨(38세)는 와이퍼스에 가입해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었지만 혼자 무엇을 해야 할지 막막해하던 차에 와이퍼스를 알게 됐다고 한다. 황씨는 “마음이 있어도 망설이는 분들이 많다. 나도 처음엔 용기 내어 참가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실천이 하나 둘씩 모이고 모이다 보면 언젠가는 변화할 것”이라면서 “나의 수고로 한강공원이 깨끗해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풍재민 씨(39세)는 쓰레기 줍기의 달인인 듯 벌써 쓰레기봉투가 불룩하다. 열심히 쓰레기를 줍는 조원들 중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쓰레기를 주웠다. 비결을 물어보니 “등산을 하든 산책을 하든 집 밖을 나서면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가 보인다. 그럴 때마다 눈에 보이는 대로 쓰레기를 줍고 있다”고 한다. 일상이 된 쓰레기 줍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지구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그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담배꽁초, 마스크, 스티로폼 조각, 비닐, 일회용 컵 등 쓰레기 종류도 다양하다. ⓒ윤혜숙
담배꽁초, 마스크, 스티로폼 조각, 비닐, 일회용 컵 등 쓰레기 종류도 다양하다. ⓒ윤혜숙

학생도 눈에 띄었다. 중학교 2학년인 박수민양(15세)은 “올해 벌써 4번째 크고 작은 플로깅에 참여하고 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면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자원이 무한정으로 많지 않다. 언젠가 고갈될 텐데 자원을 절약하고 환경을 생각하면서 사람들이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해 어른인 필자를 뜨끔하게 만들었다. 기말시험을 앞둔 중학생도 지구 환경을 걱정하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어른인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이다.  

자발적인 봉사활동이어서 다들 주어진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부지런히 쓰레기를 주웠다. 1시간이 지나서 되돌아가야 한다는 조장의 말에 봉사자들은 발길을 돌리면서도 연신 바닥의 쓰레기를 줍고 또 줍는 모습이다. 한강공원을 산책하던 시민들도 “수고 많습니다”라며 응원을 보낸다. 봉사자들의 선한 영향력이 한강공원을 찾는 시민들에게도 전해지는 듯 했다. 어느새 추위는 가시고 주위는 온기로 채워지고 있다. 봉사자들 모두 지친 기색 없이 얼굴 표정이 환했다.  
쓰레기봉투에 담아 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 이날의 봉사활동은 끝났다. ⓒ윤혜숙
쓰레기봉투에 담아 온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면서 이날의 봉사활동은 끝났다. ⓒ윤혜숙

담배꽁초, 마스크, 스티로폼 조각, 비닐, 일회용 컵 등 다양한 쓰레기들에 대해 분리수거까지 마치니 봉사활동이 마무리됐다. 봉사자들에게는 커피찌꺼기로 만든 양초, 대나무로 만든 칫솔 등 선물도 전달됐다. 이날 수거한 쓰레기양만 무려 35.67kg. 100명이 함께 13일, 14일 이틀간 50kg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데 첫날 절반 이상을 채웠다. 목표 무게를 달성하면 아름다운재단에서 지원하는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커피큐브에서 제작한 커피박 연필 300개를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시자원봉사센터가 의도했던 기빙&줍깅이 실현되는 것이다. 
수거한 쓰레기 총량은 35.67kg으로 오늘의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윤혜숙
수거한 쓰레기 총량은 35.67kg으로 오늘의 목표를 초과달성했다. ⓒ윤혜숙

봉사활동에 참여한 봉사자들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연령도 직업도 다양했다. 하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만은 똑같았다. “한강공원의 쓰레기를 줍고 나니 기분이 좋다”, “다음에도 이런 봉사활동이 있다면 꼭 참가할 거다” 다짐하듯 이야기하는 봉사자들이 있어 든든했다. 이른 주말 아침부터 환경보호에 나선 그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싶은 시민이라면 누구나 서울시자원봉사센터의 문을 두드려보자.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함께 우리 주변의 환경을 바꿔나가며 희망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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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윤혜숙

시와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다양한 현장의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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