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엔 왜 여기부터 생각나지? 용산 '전쟁기념관'

시민기자 이정민

발행일 2021.06.08. 10:50

수정일 2021.06.08. 16:30

조회 2,896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소소한 일상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벌써 올해도 하반기에 접어들었다. 이제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던 때가 새삼 낯설고 어색하면서 아쉬운 마음이 든다. 불과 몇 년 전 현충일 글짓기, 그림대회로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전쟁기념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최근 다시 찾은 ‘전쟁기념관’은 당시와 너무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1년 넘게 코로나 방역 지침에 잘 적응해 나가는 시민들의 일상이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다.
'전쟁기념관' 버스정류소
'전쟁기념관' 버스정류소 ⓒ이정민

용산 ‘전쟁기념관’은 전쟁의 교훈과 호국 정신 배양, 선열들의 호국 위훈 추모를 목적으로 지난 1994년 6월 개관했다. 정문 앞 버스 정류장에 내려 기념관을 바라보면 ‘6.25전쟁 조형물’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는 정전 50주년을 기념해 설치한 것으로 영원한 평화를 다짐하며 통일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은 내용의 글이 새겨져 있다. 
'6.25전쟁 조형물'을 세우는 뜻이 새겨진 안내글
'6.25전쟁 조형물'을 세우는 뜻이 새겨진 안내글 ⓒ이정민
'평화광장'에서 보이는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
'평화광장'에서 보이는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 ⓒ이정민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넓은 원형의 ‘평화광장’ 좌우로 ‘6.25전쟁 참전국 기념비’와 바람에 휘날리는 국기들이 보인다. 21개 참전국의 당시 나라별 상황 설명과 참전한 이들을 기억하겠다는 문구로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았다. 전시실 입구에는 전시 관람을 돕기 위한 ‘내 손안의 전쟁기념관’ 애플리케이션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다. 입구 문 안쪽에서 화살표를 따라가면 발열 및 QR코드 확인 후 전시실 안으로 입장이 가능하다. 
'내손안의 전쟁기념관' 애플리케이션 안내 배너
'내손안의 전쟁기념관' 애플리케이션 안내 배너 ⓒ이정민
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이 방역수칙에 따른 절차를 거치는 모습
전시실 입구에서 관람객이 방역수칙에 따른 절차를 거치는 모습 ⓒ이정민

본격적인 관람은 전시실 입구인 2층에서부터 시작한다. 마치 터널 같은 느낌의 ‘호국추모실’에 들어서니 수많은 호국영령들이 호국의 별이 되어 대한민국을 지켜주고 있음을 표현한 천장의 불빛들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호국추모실' 입구의 모습
'호국추모실' 입구의 모습 ⓒ이정민
'1952, 아주 보통의 나날들'이 전시 중인 2층 기획전시실
'1952, 아주 보통의 나날들'이 전시 중인 2층 기획전시실 ⓒ이정민

‘6.25 전쟁실’까지 둘러보고 마주한 기획전시실의 ‘1952, 아주 보통의 나날들’이란 제목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이곳은 2021 ‘Life goes on(삶은 계속되니까)’ 연작 전시 중 첫 번째로 마련돼 오는 7월18일까지 진행된다. 
1952년경 미 육군 소속 사진병 '폴 굴드 슐레신저'에 관한 설명들
1952년경 미 육군 소속 사진병 '폴 굴드 슐레신저'에 관한 설명들 ⓒ이정민
'평범하지만 찬란한' 그 시절 얼굴들
'평범하지만 찬란한' 그 시절 얼굴들 ⓒ이정민

전시에서는 1952년경 참전한 미 육군 소속 사진병 ‘폴 굴드 슐레신저’가 찍은 120여 점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당시 아이들과 어른들의 다양한 표정을 담은 인물 사진과 ‘평범하지만 찬란한’이라고 적힌 글에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아주 보통의 날에 다시 만나요. 삶은 계속되니까’ 인사를 건네는 듯한 전시 마무리 문구의 여운이 잔잔한 감동을 안긴다. 
'전사자명비'가 세워진 통로가 길게 보인다
'전사자명비'가 세워진 통로가 길게 보인다 ⓒ이정민

전시실을 나와 전사자의 이름을 새겨 추모하는 ‘전사자명비’를 지나 바깥쪽으로 걸어가다 보면 ‘어린이박물관’이 나온다. 우리나라 전쟁의 역사를 어린이의 눈높이로 전시하는 이곳은 안전을 위해 회차별 입장 인원을 30명으로 제한해 운영 중이다. 인터넷 사전예약 및 당일 현장 접수도 가능하니,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겠다. 엄마와 함께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보니 하루빨리 마스크 없이 신나게 뛰어다닐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해진다.  
'어린이박물관' 관람시간과 '현충일 온라인 그림 그리기대회' 포스터
'어린이박물관' 관람시간과 '현충일 온라인 그림 그리기대회' 포스터 ⓒ이정민

한편, 6월 6일 현충일을 맞아 제25회 '현충일 온라인 그림그리기 대회'가 6월 30일까지 펼쳐진다.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에 감사하는 마음이나 본인이 생각하는 평화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하면 된다.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문화행사로 열리는데, '전쟁기념관 홈페이지'에서 신청 후 그림 원본을 우편으로 보내면 참가신청이 완료된다. 대회 시상자는 100여 명으로, 대회에 걸린 총 상금은 630만원이다. 
일부 전시물은 접근방지용 안전 테이프로 체험을 제한한다
일부 전시물은 접근방지용 안전 테이프로 체험을 제한한다 ⓒ이정민
베트남전쟁 당시 우리 해병이 처음 도입한 '에어캣' 에어보트
베트남전쟁 당시 우리 해병이 처음 도입한 '에어캣' 에어보트 ⓒ이정민

‘옥외전시장’에는 6.25전쟁 당시 사용했던 대형 장비와 세계 각국의 항공기, 장갑차 등이 전시돼 있다. 기존에 체험이 가능하던 일부 전시물 등을 막고 있는 접근 방지용 안전 테이프가 답답해 보였지만, 코로나 상황을 감안했을 때 시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야겠다.
벤치에 앉은 시민들의 모습
벤치에 앉은 시민들의 모습 ⓒ이정민

관람을 마치고 나오다 바라본 연못 주변 벤치에 앉은 시민들의 모습이 평화롭게 느껴졌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작년엔 휴관과 재개관을 반복했던 ‘전쟁기념관’에서 만난 6월 오늘의 일상은 감사하고도 소중한 시간이었다.

■ 전쟁기념관

○ 위치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29(용산동 1가 8)
○ 교통편 : 지하철 - 삼각지역 (1번, 12번 출구), 남영역 (1번출구)
○ 이용시간 : 매일 09:30~18:00 (입장마감 17:30)
○ 휴무일 : 월요일 (월요일이 포함된 연휴때는 연휴 다음날 휴관)
홈페이지
○ 문의 : 02-709-3114

시민기자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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