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라미 현 "전세계 1,400명 6.25 참전용사를 찍는 이유"

내 손안에 서울

발행일 2021.06.03. 17:03

수정일 2021.06.04. 11:12

조회 12,271

2021 호국보훈의 달 꿈새김판
2021 호국보훈의 달 꿈새김판
서울시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서울도서관 꿈새김판을 새롭게 단장합니다. 이번 꿈새김판에서는 ‘라미 현(현효제)’ 사진작가가 찍은 국내외 6.25 참전용사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라미 현 작가는 전 세계를 돌며 참전용사를 찾아가 사진을 찍고 액자를 제작해 무료로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내 손안에 서울>이 라미 작가를 만나 참전용사 사진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코끝 찡한 메시지와 울림을 주는 그의 셔터 소리, 귀 기울여 들어보면 어떨까요? 더 늦기 전에 말이에요. 

서울시가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6.25 참전용사들에게 감사하고 그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서울도서관 꿈새김판을 6월 4일 새롭게 단장했다. 

‘마지막 한 분까지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국내외 6.25 참전용사들의 흑백사진이 돋보이는 이번 꿈새김판은 참전용사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자는 의미에서 기획됐다. 

흑백사진은 생존해 계신 6.25 참전용사들을 직접 만나 사진을 찍는 라미 현(현효제) 작가의 ‘프로젝트 솔저’ 작품이다. 라미 현 작가가 2017년부터 직접 만난 서울, 경기, 대전, 부산, 강원 등 전국 각지의 국군 참전용사와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UN군 참전용사 총 131명의 사진이 이번 꿈새김판에 담겼다. 

<내 손안에 서울>에서 이번 꿈새김판 작업에 함께한 라미 현 사진작가를 지난 1일 전화 인터뷰로 만나봤다. 꿈새김판에는 비록 참전용사 131명밖에 담지 못했으나, 그의 이야기를 통해 더 많은 참전용사들이 “기록”을 통해 오래도록 “역사”가 되길 바래본다. 

참전용사 사진 찍는 라미 현 사진작가 “더 늦기 전에 더 많은 분들을 기록해야 한다”

6.25 참전용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 솔저>의 라미 현 사진작가
6.25 참전용사를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로젝트 솔저>의 라미 현 사진작가

이번 서울시 꿈새긴판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결정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우선 호국보훈의 달이기도 하고요, 마침 시에서 국군 및 참전용사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기억하자는 꿈새김판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도 시내 지나갈 때 꿈새김판을 많이 봤어요. 국군 및 UN군 참전용사 사진을 꿈새김판에 걸어 그분들을 기억하는 일에 많은 시민 분들이 함께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참여하게 됐습니다.

많은 인물들 중에 특별히 국군과 참전용사 사진을 찍으시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2013년 군인 인터뷰 영상을 만들게 됐는데, 28년 군 생활하신 원사님을 만나게 됐어요. 군 생활 28년은 부끄럽지 않지만 한 가족의 아버지로서는 부끄럽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28년간 항상 가족보다 국가가 먼저였고, 2년 후에 30년 만기 전역을 하면 처음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그때 충격을 받았어요.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자기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인생까지 희생하는 분들인데 내가 너무 몰랐구나 부끄러웠죠. 제가 가진 재능으로 어떻게 하면 이들에게 감사함을 전할 수 있을까, 스스로 멋진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 하다가 사진을 찍게 됐습니다.

그렇게 군인 분들 촬영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고, 2016년 군복 사진전에서 참전용사를 만난 것을 계기로 한국전 참전용사를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일을 계속 해오고 있어요. 지금까지 군인 4,000여명, 참전용사는 1,400여명 정도 촬영한 것 같습니다.
한국전에 참전한 푸에르토리코(미국 자치령) 용사들. 2018년 5월(사진제공 프러젝트 솔저)
한국전에 참전한 푸에르토리코(미국 자치령) 용사들. 2018년 5월(사진제공 프러젝트 솔저)
영국군 참전용사들. 2018년 2월(사진제공 프러젝트 솔저)
영국군 참전용사들. 2018년 2월(사진제공 프러젝트 솔저)

국내외 참전용사를 만나시면서 이야기도 많이 나누셨을 텐데, 기억에 남는 말씀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참전용사 분들께 액자를 전달하면 얼마냐고 물어보세요.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같아요.
“이미 70년 전에 다 지불하셨습니다.”

그 말을 들은 미국 참전용사가 그러시더군요. 
“너희가 빚진 것 하나도 없다. 자유인에게 의무가 있다. 자유가 없거나 뺏긴 사람들에게 이를 찾아주고 지키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참전한 이유는 그 자유를 지키고 찾아주기 위함이다. 그러니 너희도 너희 동포들에게 자유를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

그 말씀이 기억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이들은 2차 세계대전을 관통한 세대예요. 자유와 민주주의가 가장 큰 가치였죠. 유엔군 참전용사들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이유는 자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신들이 프로페셔널 솔저로서 참전한 나라가 자유와 민주주의를 얻었고, 이를 기반으로 엄청난 발전을 이뤘으니 자부심이 대단할 수 밖에요. 
미국 시애틀지역 국군 참전용사들. 2019년 10월(사진제공 프러젝트 솔저)
미국 시애틀지역 국군 참전용사들. 2019년 10월(사진제공 프러젝트 솔저)

덧붙여 말씀드리면, 이에 비해 우리는 이기는 게 목적이었어요. 국군 참전용사는 일제강점기를 경험하신 분들이에요. 나라 잃은 설움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기에 절박했죠. 그래서 전쟁이 터졌을 때 필사적으로 싸우셨습니다. 휴전이 된 후에도 자기 삶을 산다기보다 내가 목숨 걸고 지킨 나라를 다시 복구하기 위해 인생을 다 쓰셨죠. 

하지만 우리는 그분들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어요. 그게 한스러운 감정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국군 참전용사를 뵐 때는 그 한을 어루만져주고자 더 노력합니다. 
서울시 호국보훈의 달 꿈새김판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서울시 호국보훈의 달 꿈새김판을 시민들이 보고 있다

이런 부분까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꿈새김판은 물론 작가님 사진을 보는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있으세요?


아직 늦지 않았어요. 우리가 조금만 주변을 살피면 국가 유공자란 모자를 쓴 참전용사인 분들을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호국보훈의 달에는 우리 주변의 참전용사 분들에게 감사한다는 말 전해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 감사하다는 한마디가 그분들의 인생을 가장 가치 있게 만들어 주죠. 그 말씀 꼭 드리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활동을 이어가고 싶으세요?


참전용사 분들이 원하시는 바는 이 땅에서 우리가 싸웠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는 것입니다. 결국 다음 세대가 이를 기억해야 되는 일이에요.

따라서 초·중·고, 대학 등 강연을 통해 또 전시를 통해 한국전 참전용사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드리고 싶고요, 일단 2023년 한국전 정전 70주년까지 참전 및 지원국 22여 개국을 방문해 참전용사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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