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일, 그 순간을 기억하리라

admin

발행일 2009.08.03. 00:00

수정일 2009.08.03. 00:00

조회 2,579

무더위 속에서도 인산인해를 이룬 광장의 이모저모

광화문광장 행사시간은 오후 8시, 주말의 여유로운 시간을 덤으로 얻은 듯 가벼운 맘으로 행사장으로 갔다. 전날 사전공개에 이어 행사 당일 정오에 개방된 현장은 벌써 인파들이 몰리고 있었다. 발 빠르게 움직였다고 생각한 오후 5시는 막상 다른 시민에게는 한창 때였다.

광화문역에 연결된 해치마당은 비좁은 느낌이 들었다. 해치인형과 함께 하는 포토존은 이미 애들 차지였다. 다양한 해치조각상을 뒤로 하고 일단은 지상으로 올라갔다. 시원한 분수와 한층 늠름해 보이는 이순신 장군 동상이 시민을 반기고 있다. '분수12.23'이라 명명된 분수의 역사적 의미는 아이들에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뿜어대는 물줄기에 파묻힌 그들의 즐거운 모습 속에는 오늘 문을 연 광장의 축복이 담겨 있었다.

광장의 '플라워 카펫'은 시민에게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광장을 찾은 기념과 추억을 새기는 꽃밭으로 조성됐기 때문이다. 전통단청문양을 바탕으로 224537본(조선개국부터 광장 개장일까지의 일수와 동일)의 갖가지 생화를 심었는데, 그 중 수련의 아름다움은 장관이었다. 꽃길 사이와 계단식 조망대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연신 플래시가 터져 그 자체도 볼거리였다. 개인적으론 특별사진전을 추천하고 싶다. 광화문광장의 역사적 배경과 당위성에 대해 공부할 수 있고 처음 보는 진귀한 사진들이 많다. 광장 동서 양편에 길게 낸 '역사물길'도 역사와 문화를 담아낸 스토리텔링으로 눈길을 끌었다. 동쪽 편 물길은 과거와 현세 역사를 기록하고 서쪽 물길은 미래 역사를 기록하기 위해 비워 두었다고 한다.

한 바퀴 돌면서 보니 광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았다. 행사장이 차지하는 면적과 이순신 장군과 분수, 플라워 카펫과 역사물길 등 볼거리를 제외한다면 나머지 광장과 동선은 많은 사람을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으로 세종대왕 동상까지 들어선다면 광장은 더욱 좁아 보일 것이다. 따라서 서울광장과 달리 집회나 시위 같은 행사는 물리적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원구에서 구경 왔다는 김태원 씨 가족은 "시위하는 광장이 아닌, 편하게 북악산을 조망하고 조상의 발자취를 기리는 조용한 쉼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장을 관리하는 당국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 생각한다.

드디어 진행 아나운서의 개장을 알리는 선언이 있고 기념행사가 시작됐다. 광화문광장을 검토한 지 3년, 공사한 지 1년 3개월 만에 자동차의 공간이 시민공간으로 태어남을 선포하는 순간이었다. 하이라이트는 광화문의 대문 형상이 열리면서 한 줄기 빛이 레이저로 나오는 장면이었다. 행사 제목처럼 광화문광장에 비로소 '새빛'이 들어온 것이다. 그 빛은 서울과 대한민국의 희망이자 미래를 뜻한다. 시 관계자의 말마따나 광화문광장이 국가상징가로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동시에 누구라 할 것 없이 새 빛을 환영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리고 '희망의 나라로'를 부르는 합창단 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다. 마지막엔 백발의 패티김이 나타나 '서울의 찬가'로 대미를 장식했다. 바야흐로 8월 1일 광화문의 역사가 새로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광장에서 만났던 시민들로부터 몇 가지 불편이 제기된 것은 유감이다. 행사가 시작되기 한 시간 전, 광화문 광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세종문화회관 쪽 계단에만도 이미 수천 명이 앉아 행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느 보도기사에서 추산한 바에 의하면 이날 광장을 찾은 인파는 15만 명이라고 한다. 정확한 숫자는 아닐지라도 초대석과 일반시민과의 경계선이 자칫 무너져 언제라도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시민의 안전사고를 우려해 장내 아나운서도 운집한 시민들의 불편함에 대해 여러 차례 양해를 구했다.

일정에 쫓겨 만든 사진전시 내용 중에서는 일부 오자가 발견되기도 했다. 엉성한 쓰레기통은 광장에 어울리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또한 안양에서 온 한 시민은 세종대왕상이 들어설 광장인데 '플라워 카펫' 공간을 순 우리말로 바꿔야 되지 않겠냐며 제안을 하기도 했다.

큰 사고 없이 준공행사가 마무리된 것은 다행이다. 물론 서울시도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민의 광장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큰 것인지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몰려드는 인파에 대비한 적절한 안전 및 관리 대책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시민기자/이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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