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거리두기’ 실천하며…경복궁 이색 투어

시민기자 김창일

발행일 2020.05.08. 14:00

수정일 2020.09.01. 18:05

조회 2,833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시행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6일부터 생활방역 체계인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었다. 신규 확진 환자 수와 집단 발생 건수, 감염경로 불명비율과 방역망 내 관리 비율 등이 안정화되면서 시행된 조치다. 생활 속 거리두기는 전 국민이 고통을 분담하면서 이끌어낸 성과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된 게 아니기에 개인방역 기본수칙과 집단방역 기본수칙 등은 여전히 꼭 지켜야 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복궁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경복궁 ⓒ김창일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실천하면 오랜만에 경복궁을 산책했다. 때 이른 더위에 마스크를 쓰는 게 불편했지만, 코로나19 확진을 받아 질병과 싸우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찾은 경복궁 입구에는 손소독제가 있었고, 코로나19 예방수칙이 영어, 중국어 등으로 안내돼 있었다. 또한 해설관람 프로그램을 잠정 중지한다고 알리고 있다.

저렴하게 궁궐을 입장할 수 있는 궁궐통합관람권
저렴하게 궁궐을 입장할 수 있는 궁궐통합관람권 ⓒ김창일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된 후 궁궐을 다니기 위해 '궁궐통합관람권'을 구입했다. 궁궐통합관람권은 1만 원으로 구입일로부터 3개월간 경복궁, 창덕궁(후원포함), 덕수궁, 창경궁, 종묘를 모두 관람할 수 있다. 후원입장료까지 포함된 가격이라 개별적으로 구입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궁궐이라고 하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덕수궁 등이 있지만, 경희궁은 궁역과 전각도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다.

경복궁 근정전
경복궁 근정전 ⓒ김창일

경복궁을 들어서며 근정전을 바라봤다. 궁궐 전통건축 구조 전문가는 아니지만, 어떤 구조인지 알고 싶어 '홍순민의 한양읽기 궁궐'(상,하)와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근정전 가장 위로 지붕 중앙에 주된 마루인 용마루, 양쪽 끝의 취두, 기와장식의 용두, 잡상, 토수가 보였다. 층과 층 사이 편액, 추녀, 처마, 서까래, 기둥, 주춧돌도 알아볼 수 있었다. 근정전은 2층의 돌기단이 있는데, 계단 중간을 어계, 밑에 층을 하월대, 위에 층을 상월대라고 한다. 건물에 월대가 있다는 건 그만한 자격을 갖춘 건물이란 의미다. 임금이 머물던 강녕전에도 월대가 있다.

근정전의 칠조룡
근정전의 칠조룡 ⓒ김창일

근정전 내부 어좌 천장에는 두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있는 칠조룡이 있다. 용은 머리는 낙타,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며 81개의 비늘이 있는 상상의 동물이다. 이런 용의 모습 때문에 임금의 얼굴을 용안, 공식 행사 때 입는 옷을 곤룡포라고 했다. 중국과 우리나라 용의 발가락은 세개부터 다섯개까지 있다. 다섯개의 발톱이 있는 용을 오조룡이라고 했다. 오조룡은 왕을 상징한다. 용의 발톱수는 용의 격을 드러내는 것인데, 근정전의 용 발톱은 일곱개이다.

조선시대의 과학기술을 알 수 있는 양부일구
조선시대의 과학기술을 알 수 있는 양부일구 ⓒ김창일

임금이 평상 시 정사를 돌본 곳은 사정전이다. 사정전에는 세종 16년에 처음 만들어진 해시계의 일종인 양부일구가 있다. 시계판이 가마솥 같이 오목하고 하늘을 우러러 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양부일구에는 세로선 7줄, 가로선 13줄이 있는데 세로선은 시각선이고 가로선은 계절선이다. 절기마다 태양의 고도가 달라 그림자 길이를 보고 24절기를 알 수 있었는데 13개의 선 한가운데 춘분선과 추분선이 있고, 맨 위의 선이 동지선, 맨 아래 선이 하지선이다.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이 아름다운 아미산
사시사철 다양한 모습이 아름다운 아미산 ⓒ 김창일

교태전 뒤에는 빼어난 모습의 아미산이 있다. 아미산은 중국 쓰촨성에 있는 산이름이며, 경회루 연못을 파면서 나온흙을 옮겨 쌓아 만든 동산이다. 아미산의 굴뚝과 주변 경치를 보면 경복궁 내부에서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일 듯하다.

경복궁의 여러 건축물 중, 아름다움보다는 담담하게 지어진 건축물인 태원전이 있다. 어진을 모시거나 임금이나 왕비가 승하했을 때, 시신을 모시는 빈전이나 신주를 종묘에 부묘하기 전 혼전으로 쓰인 건물이다.

궁궐 추녀마루의 잡상
궁궐 추녀마루의 잡상 ⓒ김창일

경복궁을 돌아보며 추녀마루에 있는 잡상이 눈에 띄었다. 추녀마루에는 짐승 모양의 '잡상'이 있다. 잡상은 대당사부, 손행자, 저팔계, 사화상, 마화상, 삼살보살, 이구룡, 찬상갑, 이귀박, 나토두 등의 이름이 있는데, 장식 효과와 잡귀들의 접근을 막는 벽사의 의미가 있다.

잡상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건 대당사부인데, 당나라 때 승려로 법명은 삼장법사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불경을 찾아 떠난 승려이다. 삼장법사는 실제 인물이기에 사람의 형상에 삿갓을 쓰고 있다. 손오공으로 알려진 손행자는 원숭이 얼굴을 하고 삿갓을 쓰고 있다. 저팔계는 저(猪)는 돼지, 팔계(八戒)는 부처님이 싫어하는 여덟 가지 음식을 뜻한다니 이름부터 재밌다. 사화상은 사오정으로 옥황상제를 모신 짐승이라고 한다.

교태전 7개의 잡상
교태전 7개의 잡상 ⓒ김창일

이귀박은 중생이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욕구인 낙을 얻으려는 득구와 낙을 즐기려는 명구를 뜻한다. 이구룡 머리에는 두 개의 귀가 나있고 입도 두 개로 보인다. 마화상은 말의 형상을 하고 있다. 삼살보살 가운데 삼살은 세살(歲煞), 겁살(劫煞), 재살(災煞) 등으로 살이 끼어서 불길한 방위라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고, 보살은 부처님에 버금가는 성인이다. 그러니 삼살보살은 모든 재앙을 막아 주는 잡상이라고 볼 수 있다.


11개의 잡상이 있는 경회루 ⓒ김창일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 서울에 있는 궁궐을 자주 다녔지만, 잡상에 대해서는 눈여겨 보지 않았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잡상을 찾아보니 서유기와 잡상의 수는 건물의 지위와 격에 따라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5개지만, 경복궁 근정전에는 7개, 숭례문에는 9개인데, 경회루에는 11개나 된다. 우리나라 건물들 중 가장 많은 잡상이 올려진 건물도 경회루이다. 건물마다 잡상이 모두 설치되어 있는 건 아니다. 궁궐의 정전, 왕의 침전, 궁궐의 정문, 도성의 성문, 궁궐안의 누정, 왕릉 왕비릉의 정자각, 종묘, 성균관, 동묘 등에는 잡상이 있지만 민가, 사원, 서원, 지방향교 등에는 잡상을 설치하지 않았다.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
일상을 즐기는 시민들 ⓒ김창일

요즘은 길을 걷다가 사람이 많으면 깜짝 놀라게 된다. 다시 잠시 생각해보면 서울 시내에 사람이 적은 적이 있었던가. 코로나19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새로 시작되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잘 지켜 코로나19도 이겨내고 예전처럼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거리를 걷고 싶다.

■ 경복궁 관람안내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사직로 161
○ 관람시간 : 화요일 휴궁, 09:00 -18:00 (6~8월은 18:30분까지)
○ 입장료 : 개인 3,000원, 단체 2,400원
○ 무료 : 만 6세 이하 어린이, 만 7세~24세 이하 청소년, 만 65세 이상 국민, 한복을 착용한 자 등
○ 홈페이지: http://www.royalpalace.go.kr/
○ 문의 : 02- 3700-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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