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누운 곳을 따라 걷는 '와룡공원'

시민기자 송의현

발행일 2019.11.12. 11:26

수정일 2019.11.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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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공원 성북동 쉼터 방면 입구 전경 ©송의현
와룡공원 성북동 쉼터 방면 입구 전경 ©송의현

단풍이 절정에 달하는 가을이 되면 꼭 가봐야 하는 곳이 있다. 이 숲길에 진 나무들의 단풍을 보면 마치 붉고 노란 용의 비늘을 보는 듯한 곳, 와룡공원이다.

와룡공원에서 보는 성북동과 북악산 ©송의현

와룡공원에서 보는 성북동과 북악산 ©송의현

와룡공원은 성북구 성북동과 종로구 명륜동의 경계면에 걸친 곳이다. 이 경계면을 이야기하는 데 빼 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한양도성'이다. 와룡공원은 한양도성의 북쪽 도성 성곽면을 따라 1984년에 조성되었다. 이 한양도성의 성곽을 따라 바깥쪽은 성북동에, 안쪽은 명륜동 (조선시대 당시에는 창경궁과 성균관)에 걸친 곳이다.

와룡공원에서 단풍이 멋진 길 중 한 곳인 서울과학고 담벼락쪽 숲길 ©송의현

와룡공원에서 단풍이 멋진 길 중 한 곳인 서울과학고 담벼락쪽 숲길 ©송의현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 사이트에 따르면, 와룡공원의 명칭은 와룡공원의 길이 누워있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 하여 지었다고 한다. '정말 그런가?' 해서 지도 정보를 찾아보았더니 현재 와룡공원이 위치한 성균관대 후문에서 성북선잠박물관 앞 구간의 모양이 정말 용이 누운 모양과 비슷해 보였다. 처음에는 남산에 있는 와룡묘(제갈량을 '와룡'이라 부르기도 했는데 제갈량을 모신 사당이다)와 위치 상 대칭을 이루려고 와룡공원이라고 지었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와룡공원 첫번째 갈림길인 서울국제고등학교 쪽 길목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송의현

와룡공원 첫번째 갈림길인 서울국제고등학교 쪽 길목엔 어린이 놀이터가 있다. ©송의현

와룡공원이 지도 정보상으로 누워있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는 특징은 '갈림길'이다. 그러면 용의 앞뒷다리에 해당하는 부분은 와룡공원 안에 난 갈림길들이라고 생각하면 정확하다. 하나는 서울국제고등학교 담벼락 쪽으로 나 있는 샛길이고, 또 하나는 성균관대학교 양현관으로 나가는 샛길 이렇게 2개의 샛길이다.

와룡공원 두번째 갈림길인 성균관대학교 양현관쪽 길목. 창경궁으로 갈 수는 있으나 좀 많이 걸어야 한다. ©송의현

와룡공원 두번째 갈림길인 성균관대학교 양현관쪽 길목. 창경궁으로 갈 수는 있으나 좀 많이 걸어야 한다. ©송의현

이 두개의 샛길을 지나고도 다시 갈림길이 나온다. 이번에는 세 갈래길이다. 왼쪽 와룡공원 가압장 방향으로 숲길 산책로가 있고, 가운데로는 한양도성 성곽을 올라가며 걸을 수 있는 순성길 산책로이다. 그런데, 하나의 길이 더 있다. 바로 작은 출입구가 난 오른쪽 길이다. 이 오른쪽 길로 나가면 성북동 북정마을로 나갈 수 있다.

와룡공원에 난 세 갈래 길 중 한양도성 성곽을 올라가며 걸을 수 있는 순성길 산책로 ⓒ송의현

와룡공원에 난 세 갈래 길 중 한양도성 성곽을 올라가며 걸을 수 있는 순성길 산책로 ⓒ송의현

와룡공원에 난 세 갈래 길 중 가압장 방향 숲길 산책로 ⓒ송의현

와룡공원에 난 세 갈래 길 중 가압장 방향 숲길 산책로 ⓒ송의현

와룡공원에 난 세 갈래 길 중 성북동 북정마을로 향하는 작은 출입문 ©송의현

와룡공원에 난 세 갈래 길 중 성북동 북정마을로 향하는 작은 출입문 ©송의현

와룡공원은 한양도성 숙정문 구간에서 혜화문 구간을 잇는 길인 만큼 전체적인 고도가 높다. 그래서 처음 올라가는 사람들에게 있어선 인왕산 구간과 함께 “이거 완전 등산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저절로 나올 만한 곳이다. 그러나 그 고통을 잠시만 이겨내고 돌계단을 올라보자. 날씨가 정말 좋은 날이라면 성곽 안쪽에서건 바깥쪽에서건 정말 멋진 서울의 경치를 볼 수 있다. 성곽 안쪽에서는 성균관대학교 명륜캠퍼스에서 창경궁 일부와 DDP, 남산까지 이어지는 풍경, 그리고 날씨가 좋으면 저 멀리 잠실 롯데월드와 롯데타워까지도 볼 수 있다. 성곽 바깥쪽에서는 성북동과 돈암동 고지대, 그리고 북악 스카이웨이와 하늘길 끝에 걸린 북악 팔각정까지 볼 수 있다. 또한 와룡공원 안에 심어진 벚나무와 단풍나무는 단풍이 절정에 달할 때 가장 빨갛게 변한다. 그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장관인 곳은 오직 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와룡공원에서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 없는 날에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의 전경 ©송의현

와룡공원에서 날씨가 좋고, 미세먼지 없는 날에 감상할 수 있는 서울의 전경 ©송의현

와룡공원의 가장 위, 용머리에 해당하는 정자까지 올라가면 와룡공원은 끝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길이 끝난 것은 아니다. 거기서 다시 두개의 갈림길이 나온다. 하나는 성균관대 후문과 감사원을 거쳐 삼청공원까지 이어지는 계동 산길 산책로이고, 나머지 하나는 말바위까지 이어지는 한양도성 순성길이다.

와룡공원 마지막 구간인 와룡공원 정자와 성균관대 후문 앞길 ©송의현

와룡공원 마지막 구간인 와룡공원 정자와 성균관대 후문 앞길 ©송의현

와룡공원 마지막 구간인 와룡공원 정자와 성균관대 후문 앞길 ©송의현

그 많은 갈림길 중에서 어느 길로 갈지는, 여러분의 자유다. 하지만 공통점으로 남는 하나는, 어느 길로 걷더라도. 용이 누워있는 서울의 북쪽은, 이 가을에 가장 멋진 곳들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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