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새단장한 '돈의문박물관마을' 가보다

시민기자 박은영, 문청야

발행일 2019.04.08. 15:44

수정일 2020.06.16. 18:12

조회 5,874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안내소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안내소

최근 ‘돈의문박물관마을’이 ‘근현대 100년, 기억의 보관소’ 콘셉트에 맞춰 새단장했다. 2017년 개관해 예술가들의 창작·전시 공간으로 활용돼왔던 이곳이 2019년 4월부터 일 년 내내 전시, 공연, 마켓, 체험교육 등이 열리는 참여형 공간으로 본격 운영된다.

4월 5일, 돈의문박물관마을 새단장을 알리는 행사가 있어 직접 다녀와 봤다. 공간은 크게 마을 전시관(16개동), 체험 교육관(9개동), 마을 창작소(9개동)로 구분된다. 16개동의 마을전시관은 80년대의 서울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다.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돈의문마을의 역사를 옛날이야기처럼 재미나게 들을 수 있다.

전문 도슨트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돈의문마을의 역사를 옛날이야기처럼 재미나게 들을 수 있다.

도슨트 프로그램도 매일 2회(14·16시) 진행하고 있는데, 해당 시간에 맞춰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하기를 추천한다. 조선시대 돈의문 안과 밖 다양한 삶의 모습과 달라진 풍경을 옛날이야기처럼 들을 수 있어 한결 이해가 쉽다.

돈의문은 1396년 처음 세워졌지만 1413년 폐쇄되었다가 1422년 정동 사거리에 새롭게 조성되었고 이때부터 돈의문에는 ‘새문’이라는 별칭이 붙었다고 한다. 돈의문 안쪽 동네는 새문의 안쪽동네라고 하여 ‘새문안 동네’라고 불렸다. 1915년 일제는 도시 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돈의문을 철거했다.

과외방이 사라지고 식당 집결지 시절 돈의문에 존재하던 식당들

과외방이 사라지고 식당 집결지 시절 돈의문에 존재하던 식당들

새문안 동네에는 인근의 명문고에 입학하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더불어 가정집을 개조한 과외방도 많이 생겼다. 그러다 명문고가 강남으로 이전하면서, 그 자리에 병원, 식당 등 고층건물이 들어섰다. 새문안 동네는 2003년, ‘전면 철거 후 근린공원 조성’이라는 또 다른 운명을 맞게 된다. 하지만 서울시는 철거 대신 보전을 선택한다. 한양도성 서대문 안의 첫 동네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후 마을 전체를 박물관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은 지금의 ‘돈의물박물관마을’을 탄생시켰다.

하루 4회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는 `새문안극장`

하루 4회 추억의 영화를 상영하는 `새문안극장`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돈의문전시관’을 비롯하여 ‘독립운동가의 집’, ‘돈의문구락부’, ‘생활사전시관’, ‘돈의문콤퓨타게임장&새문안만화방’, ‘새문안극장’, ‘서대문사진관’, ‘삼거리이용원’, ‘시민갤러리·작가갤러리’, ‘서울미래유산관’, ‘서울생활사박물관’ 등의 전시관이 있다. 1960년대 가정집을 개조하거나 1990~2000년대 후반까지 식당으로 운영되었던 건물을 활용했다고 한다.

도슨트를 따라 먼저 ‘돈의문전시관’을 둘러보았다. 돈의문전시관은 과거 새문안 마을에서 식당으로 운영되던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지오’와 한정식집 ‘한정’ 건물을 활용하여 새롭게 조성한 문화공간이다. 2층으로 되어 있고 인테리어도 잘 되어 있는 꽤 넓은 규모의 전시관이었다.

독립운동가의 방

독립운동가의 방

일본식 가옥을 개조해 만든 ‘독립운동가의 집’은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조성한 테마 전시관이다. 실내에는 ‘독립운동가의 방’으로 꾸며져 있어 다양한 활동을 펼친 독립운동가를 만날 수 있다.

20세기 초 한국에 살았던 외국인들과 개화파 인사들의 사교모임이 이루어졌던 공간을 재현한 `돈의문구락부`

20세기 초 외국인들과 개화파 인사들의 사교모임이 이루어졌던 공간을 재현한 `돈의문구락부`

가장 화려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돈의문구락부’는 엣 시절의 클럽을 옮겨놓은 듯 감각적인 공간이다. 20세기 초 한국에 실제 마을에 거주했던 프랑스인 부래상, 미국인 테일러 등 외국인들과 우리나라 인사들의 파티와 문화교류가 이뤄졌던 공간이다. 옛 시대를 그대로 재현한 듯한 공간에서 그 시대의 풍류를 읽을 수 있었다. 샹들리에, 바닥의 카펫, 바닥의 원목 등은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었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는 `미래유산 전시관`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 명소들을 소개하고 있는 `미래유산 전시관`

돈의문박물관의 ‘미래유산 전시관’은 1938년 출간된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 구보씨가 하루 동안 전차를 타고 다니는 종로, 동대문, 을지로 지역의 미래유산 10개를 소개하고 있다. 소설과 미래유산을 한꺼번에 알리는 재미있고 특별한 기획이 돋보였다.

60~70년대 이발소를 재현한 `삼거리이용원`

60~70년대 이발소를 재현한 `삼거리이용원`

6080 시대를 재현한 `생활사전시관`

6080 시대를 재현한 `생활사전시관`

그밖에 ‘달려라 하니’, ‘칠수와 만수’ 같은 추억의 영화를 하루 4회 무료로 볼 수 있는 ‘새문안 극장’, 옛 오락실 게임기가 있는 게임장, 만화책 1,300여 권을 읽을 수 있는 만화 등을 만나볼 수 있는 ‘서대문 사진관’과 ‘삼거리이용원’ 등의 전시관은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대로 돌아간 것만 같다. 삐삐, 카폰, 시티폰 등 무선통신기기 등을 전시한 ‘시민갤러리’와 ‘작가갤러리’, ‘서울생활화박물관 홍보관’ 등의 공간도 그 시절의 많은 것을 조명하고 있었다.

한지공예, 통기타 가배차 등 8개 주제 일일 체험교실이 열리는 한옥

한지공예, 통기타 가배차 등 8개 주제 일일 체험교실이 열리는 한옥

옛 것을 재현한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은 근현대 100년의 다양한 문화예술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한옥체험공간’도 마련했다. 한지공예, 서예, 화장·복식, 음악예술, 자수공예, 닥종이 공방 등 다양한 생활공예를 체험해 볼 수 있다. 마을마당에서는 마을 스탬프 투어, 소규모 공연과 플리마켓 등 축제와 문화행사를 수시로 개최할 계획이다.

뻥튀기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해 놓은 트릭아트 포토존, 골목마다 그려진 벽화를 보는 재미도 크다

뻥튀기 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해 놓은 트릭아트 포토존, 골목마다 그려진 벽화를 보는 재미도 크다

새롭게 단장한 돈의문 박물관은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장애인들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였다. 오래된 시설을 보존·보수하면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도 하여 돈의문박물관 마을이 만들어졌는데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았다.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가끔 아날로그 시대가 그립기도하다. 조선시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는 건물과 옛 골목길을 간직한 돈의문박물관마을에서 그 시대의 감성에 빠져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오래된 것과 마주한다는 것은 순수함을 소환하는 일이기도 하다. 돈의문박물관마을에는 시대를 품은 역사와 더불어 오랜 시절의 우리네 추억이 있었다. 전시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아서 가족나들이 장소로도 좋을 것 같다.

■ 돈의문박물관마을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송월길 14-3

○교통 :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4번 출구 강북삼성병원 방향 도보 6분

○관람시간 : 평일·공휴일 10:00~19:00(매주 월요일 휴관)

○홈페이지 :

○문의 : 돈의문박물관마을 운영팀(02-739-6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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