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쉬운 비보호 좌회전

시민기자 한우진

발행일 2016.11.08. 16:06

수정일 2020.12.28. 17:10

조회 9,465

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71) 헷갈리기 쉬운 교차로-2편 비보호 좌회전

헷갈리기 쉬운 교차로 통과 방법. 지난 호 `헷갈리기 쉬운 교차로-우회전 편`에 이어 이번에는 좌회전에 대해 알아보자.

교차로 좌회전 중에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이 비보호 좌회전이다. 비보호 좌회전은 신호등의 좌회전 화살표가 따로 없이 좌회전을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좌회전을 할 수 있는 신호등 색깔은 적색이 아니라 녹색이다. 예전에는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많았지만, 이제는 비보호 좌회전이 보편화되면서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① 비보호 좌회전 신호 ⓒ서울시

① 비보호 좌회전 신호


하지만 아직까지도 왜 녹색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적색일 경우 앞에서 오는 차가 없으므로 좌회전을 하기 쉬운데 왜 굳이 불편하게 녹색에서 하라는 것인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인다.

비보호 좌회전 교차로에서 자신에게 적색 신호가 켜졌다는 것은 좌우방향 도로에 녹색이 켜졌다는 뜻이다. 비록 앞에서는 차가 안 올지 몰라도, 이때 좌회전을 하다보면 왼쪽에서 다가오는 차량에게 측면 충돌을 당할 수 있다. 더구나 충격을 받는 곳은 운전석 바로 옆이다. 엔진실이라 완충공간 없이 충격을 그대로 받는 것이다.

더구나 앞에서 오는 차는 자신의 차와 마주하면서 긴 시간 동안 볼 수 있지만, 왼쪽에서 오는 차는 옆에 있기에 잘 보이지가 않는다. 이는 옆 차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적색신호 때 비보호 좌회전하는 것이 훨씬 위험하다.

이 때문에 법령에서는 비보호 좌회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을 때, 녹색신호 시와 적색신호 시를 다르게 처리하고 있으며 적색신호 시 사고가 나면 훨씬 심각한 상황이 된다. 이를 표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비보호 좌회전 중 사고발생할 경우


  녹색신호 시 적색신호 시
좌회전 운전자의 책임 교차로 통행방법 위반
또는 안전운전의무 위반
신호위반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의
11대 중과실
해당 안 됨 해당 됨
치상(致傷)사고 발생 시
형사처벌 여부
종합보험 가입 시 또는
피해자와 합의 시 형사처벌 면제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즉,전과자가 될 수 있음

아무리 뒤에서 빵빵거린다고 해도 적색 신호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면 안 된다. 뒤차는 절대로 당신을 대신해 전과자가 되어주지 않는다.


②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 ⓒ여수경찰서

② 비보호 겸용 좌회전 신호


한편 비보호 좌회전과 보호 좌회전의 장점을 결합한 비보호 겸용 좌회전이라는 것도 도입되고 있다. 즉 직진 신호에서는 비보호 좌회전을 하고, 직진 신호가 끝나고 나오는 녹색 화살표에서는 보호 좌회전을 하는 것을 말한다.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3개 좌회전 신호에 따른 신호등 및 표지판 표시 비교


  ① 비보호 좌회전 ② 비보호 겸용 좌회전 ③ 보호 좌회전
신호등의 녹색 화살표 없음 있음 있음
비보호 좌회전 지시 표지판 있음 있음 없음
‘직진 신호 시 좌회전 가능’보조 표지판 없음 있음 없음
좌회전 가능한 신호등 녹색 녹색 또는 녹색화살표 녹색 화살표

따라서 비보호 겸용 좌회전 교차로에서는, 녹색 신호가 나오면 맞은편 차가 없을 때 좌회전하면 되고 녹색 화살표가 나오면 보통의 교차로처럼 좌회전하면 된다. 이런 교차로에서는 좌회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남으로써 교통소통이 더 원활해지는 장점이 있다.


③ 보호 좌회전 신호 ⓒ서울시

③ 보호 좌회전 신호


■ 좌회전 유도차도(Extended Bay)란?

교차로 직진 신호 중에 좌회전을 기다리다 보면 공간의 낭비를 발견하게 된다. 차들이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맞추어 기다리고 있는데, 사실 횡단보도 정지선부터 교차로 중심까지는 그냥 빈 공간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직진 신호 중이므로 이 공간에는 좌우로 교차하는 차들이 들어오지도 않고, 직진 차량들도 들어오지 않는다. 횡단보도에도 물론 보행자가 없다. 그런데 이 공간을 그냥 비워두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공간이 아까운 것은 물론이고, 좌회전 대기열이 길어져 뒤쪽의 직진 차로를 가로막기도 한다. 심지어 뒤쪽에 있던 좌회전 대기차량이 오른쪽 차선으로 앞지르기를 하여 이 공간에 쏙 들어오는 새치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좌회전 유도차로’다. 직진 신호 중에 좌회전을 기다리는 차량은 횡단보도 정지선에 맞춰 기다리는 게 아니라, 교차로 안쪽으로 뻗어있는 좌회전 유도차로까지 들어가서 기다린다. 그러다가 좌회전 화살표 신호등이 켜질 때 또는 녹색 신호에서 비보호로 좌회전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신호 1주기당 몇 대의 차량을 더 좌회전시킬 수 있고, 1시간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통행개선이 가능하다. 특히 좌회전 대기열이 뒤로 길거나 도로가 좁을 때 큰 효과가 있다. Extended Bay란 대기차로(Bay)가 교차로 안까지 뻗어(Extended)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다만 교차로 신호가 적색일 때는 여기에 들어가면 안 된다. 교차로 좌우로 통행하는 차량들을 가로막게 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좌회전 유도차로는 ‘직진 후 좌회전’ 신호에서만 운영이 가능하다. ‘좌회전 후 직진’ 신호에서는 직진신호 후에 적색신호가 켜지며, 이때는 좌우 교통량이 생기기 때문에 직진신호 중에 좌회전 유도차로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이것은 정부에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정책을 시행하면서 신호등 표시 순서를 예전의 ‘좌회전 후 직진’에서 ‘직진 후 좌회전’으로 바꾼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이 같은 좌회전 유도차로는 경찰청에서 지난 2010년에 시범 실시한 적이 있었으며, 서울에서는 성동구 답십리역 사거리나 송파구 삼전사거리 등에 설치된 적이 있었다. 실제로 답십리역 사거리의 전농로는 좌회전 교통량이 매우 많아 좌회전 유도차로로 좌회전 처리 용량을 늘이면 효과가 큰 곳이었다.

하지만 홍보부족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직진 신호인데도 좌회전 유도차로 들어가지 않고 있는 등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다가 현재는 흐지부지된 상태다. 특히 좌회전 유도차로를 시행하려면 교차로 건너편에 신호등 설치가 필수인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신호등을 횡단보도 쪽으로 당기는 추세와 어긋나는 문제도 있었다.


답십리역 사거리의 좌회전 유도차로. 현재는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있다. ⓒ한우진

답십리역 사거리의 좌회전 유도차로. 현재는 더 이상 쓰이지 않고 있다.


한우진 시민기자어린 시절부터 철도를 좋아했다는 한우진 시민기자. 자연스럽게 공공교통 전반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시민의 발이 되는 공공교통이야말로 나라 발전의 핵심 요소임을 깨달았다. 굵직한 이슈부터 깨알 같은 정보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입장에서 교통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전하고 있는 그는 교통 '업계'에서는 이미 꽤나 알려진 '교통평론가'로 통한다. 그동안 몰라서 이용하지 못한, 알면서도 어려웠던 교통정보가 있다면 그의 칼럼을 통해 편안하게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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