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할아버지 댁에 놀러오세요

이장희

발행일 2016.02.16. 15:36

수정일 2016.02.16. 18:04

조회 742

윤극영 가옥

서울의 오래된 것들 (11) 반달 할아버지 윤극영 가옥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동요로 뿐만 아니라 자장가를 비롯해 아이들의 놀이에서도 빠지지 않고 불렸던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온 국민 사이에서 애창되었던 국민 동요 ‘반달’.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노래를 만든 음악가에 대해 아는 이 또한 많지 않으니 ‘반달 할아버지’로 불렸던 윤극영 선생의 가옥에 대한 생소함은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서울시는 윤극영 선생의 가옥을 매입하여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였다. 천천히 라도 옛이야기들을 간직한 도시로 바뀌어가는 서울의 변화가 반갑기만 하다.

윤극영 가옥

지하철 4호선 수유역에 내려 느꼈던 도시의 분주함은 마을버스를 타고 4·19국립묘지 부근에 이르자 거짓말처럼 차분해졌다. 낮게 내려앉은 회색빛 겨울 하늘에 포근함이 묻어 있던 조용한 오후였다. 개발로 인한 다층 연립주택들 사이에 기와를 얹은 단층집 하나가 유난히 눈에 띈다. 바로 윤극영 선생이 마지막 노후를 보냈던 집이다. 좁다란 마당에 들어서자 처마 아래 놓인 작은 스피커에서 그가 만든 동요들이 나지막하게 흘러나왔다. 몇 번을 들어도 질리지 않는 음율. 어느새 함께 따라 부르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윤극영 가옥

1903년 종로구 소격동에서 태어난 윤극영 선생은 홍난파, 박태준 등과 함께 동요 작곡계의 개척자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일본말 노래가 주를 이루었던 당시 우리말 노래를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보급했다는 점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 가운데 1924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창작동요라고 일컬어지는 ‘반달’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누이의 부고 소식을 듣고 서쪽 하늘을 바라보며 지었다고 하니 더욱 애틋함을 남긴다.

“내가 다섯 살 때 시집간 맏누나가 고생만 하다 서른여섯 살에 세상을 등졌어요. 한숨을 쉬며 하늘을 쳐다보니 하얀 조각달이 비스듬히 걸려 있었는데 대낮에 달을 보니 더욱 슬퍼져 떠오른 곡입니다.”

이 노래는 전국적으로 큰 호응을 얻어 국내는 물론 만주와 일본에서까지 널리 불리며 확산되었다고 한다. 또한 일본 문화에 묻혀 사라져갈지 모를 우리 풍속을 아이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만들었다는 ‘설날’이라는 노래는 지금도 설 명절에 빼놓을 수 없는 대표곡이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드름’, ‘고기잡이’, ‘기찻길 옆 오막살이’, ‘어린이날’, ‘나란히 나란히’, ‘엄마야 누나야’, ‘무궁화’ 등 제목만 들어도 전 곡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노래들이 가득하다.

윤극영 가옥

출처_서울사랑 vol.149(2015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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