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품으로 돌아온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시범 개장

시민기자 조송연

발행일 2024.06.26. 09:10

수정일 2024.06.26. 15:19

조회 519

18일부터 개방 중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조송연
18일부터 개방 중인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조송연

조선의 정전(正殿)인 경복궁은 남문인 광화문을 필두로 현재의 광화문광장에 해당하는 거리를 육조거리로 조성했다. 육조거리에는 백관(百官)의 통솔과 서정(庶政)을 총괄하던 최고의 행정기관인 의정부(議政府)가 있었고, 육조거리에 따라 '이호예병형공'이라는 육조의 관청이 존재했다. 또한 관리를 감찰하는 사헌부(司憲府)도 육조거리에 있었다.

현재도 광화문은 행정적으로 상당히 중요하다. 좌측에는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건물이 있고, 현재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과거 문화체육관광부 청사로 쓰였다. 이처럼 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상당한 역사를 품고 있는 광화문광장 일대. 지난 18일부터는 의정부가 있었던 자리, ‘의정부지(議政府址)’를 시범 개방하고 있다.

조선시대, 최고의 행정기관으로서 육조거리 중 유일하게 흔적이 남아있는 의정부지(議政府址).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광화문광장 재조성 때 발굴된 사헌부터까지, 직접 의정부지를 방문해 광화문광장의 역사를 산책해 보았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찾은 시민들 ⓒ조송연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찾은 시민들 ⓒ조송연

① 조선시대 최고 관청에서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까지

의정부의 역사는 14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종 2년, 의정부가 조선시대 최고 행정기관으로의 역사를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이 의정부에서 근무했다. 영의정은 현재로 치면 국무총리로, 맞은편 경복궁에 있던 국왕을 보좌하면서 국가의 대소사를 총괄했다.

의정부는 임진왜란 때, 광화문과 함께 소실됐다가 흥선대원군의 경복궁 중건(1865년) 때 함께 재건됐다. 이후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민족정기를 훼손하고자 광화문 앞에 조선총독부를 세운 것처럼 의정부지도 상당수 훼손됐다. 그리고 1990년대까지 여러 행정 관청이 자리했으며, 1997년부터 서울시가 광화문 시민열린마당(공원)으로 사용해 왔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조송연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조송연

② 발굴 조사부터 의정부지 임시 개방까지

서울시가 의정부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시기는 2013년. 부분 발굴 조사를 통해 옛 의정부의 유구(건물의 자취)와 유물을 처음으로 확인했고, 2015년부터는 학술연구를 시작했다. 의정부 주요 건물 3채의 위치와 규모를 확인하고 2020년에는 국가 사적으로 문화재로 지정됐다.

2016년부터 발굴 조사를 통해 700여 점에 달하는 유물까지 발굴한 서울시는 지난 18일부터 경복궁 광화문 앞 동편에 위치한 의정부지를 1만 1,300㎡ 규모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으로 조성했다.
발굴 조사 과정을 거쳐 18일부터 시민에게 공개된 의정부지 ⓒ조송연
발굴 조사 과정을 거쳐 18일부터 시민에게 공개된 의정부지 ⓒ조송연

현재 24시간 개방하는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내행랑과 협선당, 정본당, 석획당, 우물, 연지, 정자 등 7개의 영역과 공원으로 조성됐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둘러보는 데는 10분 정도고, 현재는 의정부지라는 이름처럼, 터만 조성돼 있다. 따라서 관련 사진 자료와 설명을 통해 이곳이 ‘의정부지’였음을 유추할 수 있다.
  • 의정부지 한쪽에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조송연
    의정부지 한쪽에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조송연
  •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을 위한 쉼터 ⓒ조송연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을 위한 쉼터 ⓒ조송연
  • 벤치와 나무 등 조경을 신경 썼다. ⓒ조송연
    벤치와 나무 등 조경을 신경 썼다. ⓒ조송연
  • 의정부지 한쪽에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조송연
  • 광화문 인근 직장인들을 위한 쉼터 ⓒ조송연
  • 벤치와 나무 등 조경을 신경 썼다. ⓒ조송연

③ 의정부지 임시 개방의 의의

비록 ‘터’만 남아있지만,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조성은 광화문광장 조성에 있어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 첫째,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다.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경복궁과 광화문이, 정면에는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건물이 있다. 그리고 좌측에는 광화문광장과 세종문화회관이 있다.
광화문광장, 정부서울청사, 광화문과 월대에 이웃한다. ⓒ조송연
광화문광장, 정부서울청사, 광화문과 월대에 이웃한다. ⓒ조송연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중심으로 조선시대부터 현재 대한민국까지. 역사를 관통하는 역사의 중심지로서의 광화문광장 조성이 완료된 셈이다. 과거의 역사인 광화문과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작년 복원된 광화문 월대까지의 ‘과거’를 현재인 세종문화회관과 광화문광장, 정부서울청사 등의 건물이 연결한다.

둘째, 조선시대 최고 관청이었던 의정부의 건물 배치 형식을 보여주고, 광화문 앞 광장을 둘러싼 역사적 경관을 구성하는 시설로, 역사·학술적 가치가 높다. 1400년부터 경복궁 중건까지, 원래의 위치를 지킨 관청이기 때문이다.
비록 볼 수 있는 것은 '터'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다. ⓒ조송연
비록 볼 수 있는 것은 '터'지만, 역사적 가치가 높다. ⓒ조송연

④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을 활용한 역사 투어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 조성으로, 광화문광장은 비로소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현재 진행 중인 광화문광장 해설을 의정부지와 광화문까지 확대해 조선 시대 육조거리와 함께 역사 투어를 기획해도 좋을 것 같다. 광화문광장 세종 이야기를 시작으로, 사헌부 터를 지나서 광화문과 월대,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까지다.
  • 광화문광장 조성 때 공개된 사헌부터. ⓒ조송연
    광화문광장 조성 때 공개된 사헌부터. ⓒ조송연
  •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다. ⓒ조송연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다. ⓒ조송연
  • 우물과 사헌부터, 육조거리 배수구 ⓒ조송연
    우물과 사헌부터, 육조거리 배수구 ⓒ조송연
  • 광화문광장 조성 때 공개된 사헌부터. ⓒ조송연
  • 비교적 보존이 잘 돼 있다. ⓒ조송연
  • 우물과 사헌부터, 육조거리 배수구 ⓒ조송연

2016년 본격 발굴 시작 후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기까지 8년이 걸린 의정부지 역사유적광장은 7월 14일까지 시범 개장한다. 국가 유산 의정부지와 함께 광화문광장과 광화문, 월대 등 광화문 일대 찬란했던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시민기자 조송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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