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스쿨 오브 樂'! 음악하고 싶게 만드는 음악실 만들기

지정우 건축가

발행일 2024.04.12. 15:19

수정일 2024.04.12. 16:21

조회 5,404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타이틀 이미지
음악교실의 대표적 이미지인 악기들이 인테리어 요소로도 쓰이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음악교실의 대표적 이미지인 악기들이 인테리어 요소로도 쓰이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아빠건축가의 다음세대 공간 탐험 (24) 다음세대의 성장을 돕는 음악교실

외국 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하는 교실은 보통 별도의 건물에 있거나 처음부터 학교의 건축계획에 따라 방음이 되는 공간으로 배치되곤 한다. 필자도 21년 전 미국 건축사무소에서의 첫 프로젝트가 지역 고등학교 리노베이션과 증축 프로젝트였다. 그때도 음악실은 한쪽에 증축하여 소음 전달을 아예 차단하고 지붕과 천장도 곡면으로 디자인하여 음악 활동에 최선이 되게끔 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교실 중 하나를 음악교실로 지정하여 쓰다가 소음 때문에 다른 교실 활동에 지장이 있으면 방음재 시공만 덧대가며 쓰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많은 악기들이 창고같이 쌓여 있거나 일반 조달청 캐비닛에 들어가 있어, 도대체 무슨 악기가 어디에 있고 얼마나 쓸만한지 음악선생님도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나뒹구는 악기들과 미적 감각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실내 마감 속에서 음악 수업을 해야하니 수업 자체를 즐기기 어렵고 합주를 하거나 합창을 해야 해도 일부러 더 고함을 치거나 세게 연주하게 되는 스트레스 발산의 장소로 사용하게 된다. 
먼 거리에 있는 친구들도 소외되지 않고 선생님도 한눈에 학생들을 바라보며 지휘하는 구조.
먼 거리에 있는 친구들도 소외되지 않고 선생님도 한눈에 학생들을 바라보며 지휘하는 구조.

인수봉을 닮은 학생들의 중학교

이 인수봉 아래의 중학교도 그런 상황이었다. 인수중학교는 서울특별시 강북구에 위치한다.  인수동의 지명이 북한산의 봉우리 중 '인수봉'에서 유래되었듯이, 학교 너머로는 북한산 인수봉을 비롯한 여러 봉우리로 이뤄진 산의 능선을 볼 수 있다. 

이 학교의 음악교실은 본관의 1층에 위치해 있으며, 두 개의 교실로 나눠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음악교실 내부는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는 무대단, 학생들의 학습영역, 타악기·현악기 등을 보관하는 악기수납장, 이렇게 3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일반 교실과 같은 사이즈인 음악교실이 담아야 하는 것은 악기를 든 학생들 뿐만 아니라 덩치가 크고 갯수가 많은 악기들도 포함되어 있어 두 개의 교실을 쓰고 있었다. 게다가 사물놀이나 컵타 같은 음량과 강도가 강한 연주들도 해야 하니 그 소리는 1층 음악 교실들로 부터 건물 구조를 타고 윗층들과 옆교실로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었다. 거기에 드럼을 연주하는 밴드부와 댄스를 하는 K팝 동아리 등도 같은 공간을 쓰면서 그야말로 전쟁 같은 상황이었다.
음악 수업에 맞게 가볍고 다양한 배치가 가능한 삼각형 책상.
음악 수업에 맞게 가볍고 다양한 배치가 가능한 삼각형 책상.

학교 교장선생님이 내세운 첫 번째 목표는 ‘소음 감소’. 설계를 맡은 필자와 EUS+건축은 기능적인 소음 감소는 물론이고 담당 음악선생님과 밀도 있는 워크숍 및 소통으로 음악 수업 내용과 이에 필요한 배치, 상황들을 체크하고 학생들과 몇 차례 구상 워크숍을 하면서 영역별 구별 뿐만 아니라 수직적인 악기의 수납으로 음악교실 만의 풍경과 효율성을 찾고자 했다.  
악기뿐 아니라 음악 수업에 쓰이는 다양한 물품들을 수납할 수 있는 수납장.
악기뿐 아니라 음악 수업에 쓰이는 다양한 물품들을 수납할 수 있는 수납장.

EUS+는 새로운 유형의 꿈담음악교실을 위해 선생님, 학생들과의 워크숍을 3번에 걸쳐 진행하였다. 선생님과의 워크숍에서는 수업을 참관한 후 음악교실의 수업운영방식을 파악했으며, 직관적인 악기수납, 활동의 자유도, 소음 등 새로운 음악교실에 대한 의견과 개선사항을 다루며 진행되었다. 

학생들과 진행된 2번의 워크숍에서는 학교와 음악교실이 갖는 특징은 어떤 것이 있는지 얘기했다. 그다음, 기존 음악교실을 관찰하며 악기의 크기와 수납방식, 무대단의 크기와 위치, 댄스, 악기연습 등 어떤 활동을 하는지 팀별로 토론을 하였으며, 이 내용을 바탕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새로운 음악교실이 되는 공간을 모형으로 제작하였다. 
학생들과 2번의 워크숍을 진행해 아이디어 제안, 모형 제작 등을 진행했다.
학생들과 2번의 워크숍을 진행해 아이디어 제안, 모형 제작 등을 진행했다.

넓어진 음악교실과 밴드실, 라운지

두 개의 개별 교실 사이 칸막이 벽을 헐고 긴 직사각형 교실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교실의 전면을 과감하게 90도 돌려서 복도 쪽 입면을 정면으로 계획했다. 전통적 방식으로 칸막이 벽쪽을 정면으로 하면 뒤에 앉은 학생들은 너무 멀어지고 음악 활동에 따른 다양한 배치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지휘를 위해 단상을 마련한 선생님 위치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더 넓게 퍼지기에 양쪽에 드럼이 들어간 '밴드실'과 피아노 두 대와 전신거울이 배치된 '음악라운지'를 작게 별도의 실로 배치했다. 

그러면서 그 두 실과 음악교실 사이의 벽을 사선으로 두툼하게 구성하여 악기들 수납을 위해 사용했다. 이로 인해 흡음마감재 이외에 수납장과 두 공간을 통해 소음을 2중 3중으로 줄여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악기들의 특성상 일반 교실에선 툭툭 튀어나와 있을 수밖에 없었는데 다 매입되도록  디테일을 만들었다.
밴드실을 별도의 실로 배치했다.
밴드실을 별도의 실로 배치했다.
동아리 활동과 댄스연습, 기타 음악과 관련된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라운지.
동아리 활동과 댄스연습, 기타 음악과 관련된 자유로운 활동을 위한 라운지.

사다리꼴의 음악교실

학생들이 앉은 자리에서 복도 쪽 전면을 향하여 펼쳐진 사선의 악기 수납장은 음악교실만의 특별한 풍경을 만들어 주어 음악 활동의 분위기를 남다르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양쪽에 작은 창고 두 개를 구성해주어 악보대 같은 다양한 물품들을 효율적으로 보관하면서 이 역시 방음의 역할을 하게 하였다. 그러면서 평면상 모든 각을 곡면으로 처리, 간접 조명을 설치하여, 음악이 아름답게 어울려 화음을 만들어내며 즐거움을 만든다는 것을 전달하고자 했다. 
기존 2개의 일반 교실을 통합하여 사다리꼴 평면의 음악교실과 밴드실, 라운지가 좌우에 구성되었다.
기존 2개의 일반 교실을 통합하여 사다리꼴 평면의 음악교실과 밴드실, 라운지가 좌우에 구성되었다.
일반적인 학교 복도지만 멀리서도 음악교실의 존재감과 분위기가 느껴져 기대감을 갖고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학교 복도지만 멀리서도 음악교실의 존재감과 분위기가 느껴져 기대감을 갖고 들어설 수 있게 되었다.

음악활동에 특화된 가구

기존의 일반 책걸상을 쓰고 있었지만 새로 조성된 이 음악교실을 위해 기성 일반 책상대신 별도로 디자인한 삼각형 책상을 디자인했다. 음악 활동에는 무겁고 큰 책상보다는 활동성 있는 작은 책상이 필요하다. 4개가 모이면 사각형으로 구성될 수도, 오케스트라 대형으로, ㄷ자 배치로, 일렬 배치도 가능하다. 학생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게 가볍고 음악적 활동에 따라 다양하게 배치할 수 있다. 
두 개의 일반 교실이 하나의 음악교실과 라운지, 밴드실로 변화되는 개념의 다이어그램.
두 개의 일반 교실이 하나의 음악교실과 라운지, 밴드실로 변화되는 개념의 다이어그램.

기존 어둡고 컴컴한 복도에서의 음악교실-음악라운지-밴드실의 연속된 입면은 특별한 입면을 형성하여 내부의 곡면 사다리꼴 형태의 평면을 감안한 디자인을 통해 학생들이 음악활동에 대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고 자유로운 게시가 가능하게 하였다. 마치 음악 스튜디오 같은 두툼한 벽과 온에어 불빛 같은 사이니지 설치로 학교 전체에서도 독특한 장소성을 갖게 되었다.
기존 창에 더해진 흡음 덧문은 활동의 종류에 따라서 개방이 가능하다.
기존 창에 더해진 흡음 덧문은 활동의 종류에 따라서 개방이 가능하다.

지역 아이들의 성장을 위한 음악실

서울시 교육청 학교건축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작년 봄 음악교실 설계를 의뢰 받은 후 봄-워크숍, 여름-기본설계, 가을-실시설계 및 내역, 겨울-공사를 통해 꿈담음악교실이 탄생했다. 이번 학기부터 학생들이 즐겁게 사용하고 있다. 같은 학교에서 올해 또 다른 학교 공간 프로젝트에도 다시 우리를 불러주어 음악교실의 활용을 참관하고 이용하는 학생들과 선생님의 밝은 표정을 볼 수 있었다. 음악교실에서의 활동이 학생들의 마음을 만지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계획 과정의 삼차원 투시도.
계획 과정의 삼차원 투시도.
미국 학교의 일반적인 음악교실. EUS+건축의 소장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프로젝트.
미국 학교의 일반적인 음악교실. EUS+건축의 소장들이 직접 설계에 참여한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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