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 버스 대란 현장 지금은? '사당역'에서 그 해법을 찾아보다

시민기자 조수연

발행일 2024.01.12. 14:29

수정일 2024.01.12. 16:42

조회 2,026

명동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시민을 돕고 있는 교통계도 요원 ©조수연
명동 입구 버스정류장에서 시민을 돕고 있는 교통계도 요원 ©조수연

지난 달 27일, 서울시는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장에 ‘줄서기 표지판’ 운영을 시작했었다. 광역버스 줄서기 표지판 시행 이유는 간단했다. 명동 입구에는 수원과 동탄, 오산 등 수도권 남부로 향하는 광역버스가 정차하는데, 평소 시민들이 차도를 뛰어가며 탑승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행 후 버스가 꼬리를 물고 늘어지는 ‘열차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대혼잡이 빚어졌고, 수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이에 1월 6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현장에 나와 직접 사과를 표했고, 현재 명동 입구 정류장에 빽빽하게 들어섰던 줄서기 표지판 곳곳에는 ‘시민 불편 해소 위해 줄서기 표지판 운영 유예(2024.1.5.∼2024 1.31)’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민 불편 해소 위해 줄서기 표지판 운영 유예' 안내문이 달렸다. ©조수연
'줄서기 표지판 운영 유예' 안내문이 달렸다. ©조수연

현재 명동입구 광역버스 버스정류소는 교통계도 요원 3명이 투입돼 시민의 안전한 퇴근길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제는 명동 입구뿐이 아니다. 수도권 남부로 향하는 광역버스는 명동 입구를 거쳐 서울백병원에서 다시 시민을 태운다. 문제는 외딴 섬처럼 고립된 중앙버스전용차로 버스정류소인 서울백병원의 안전사고 우려다. 명동 버스정류장은 가변차로라 시민이 대기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만, 중앙버스전용차로인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장은 비좁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울시는 버스 승하차 가능 면적이 160㎡에 불과하나 관련 광역버스 노선이 28개에 달하는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에도 지난 11일부터 퇴근 시간에 교통계도 요원 2명을 투입해 승차질서 관리와 차도 승차 방지 등 안전사고 예방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에 소위 ‘명동 버스 대란’을 불러온 '광역 버스 줄서기 표지판' 정책은 안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시민의 불편이 계속된다면 재고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에 교통계도 요원이 투입된 지난 11일, 명동과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 사당역을 직접 살펴보기 위해 다녀왔다.
지난 11일 퇴근 시간대에 찾아간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 모습 ©조수연
지난 11일 퇴근 시간대에 찾아간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 모습 ©조수연

먼저 11일부터 교통계도 요원이 투입된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를 찾았다. 도심에서 수도권 남부를 왕복하는 광역버스는 명동을 지나 이곳에서 시민을 태운 뒤, 남산 1호 터널을 통과해 경부고속도로에 진입한다. 이는 수도권 남부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에 많은 광역버스가 몰릴 수밖에 없다.

시민들은 집으로 향하는 광역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좁은 면적에 많은 시민들이 몰려 북적거렸다. 탑승해야 할 버스가 정류소에 도착하기 전부터 시민들은 뛰기 시작했고, 급기야 버스정류소에 진입하기 전 일찌감치 문을 열고 시민을 태우는 광역버스도 일부 보였다.

평소 이곳을 통해 출퇴근하던 시민들은 이 광경이 익숙한 듯했다. 그곳에는 명동입구 버스정류소 줄서기 표지판 여파로 인해 연말에 큰 불편을 겪었던 시민도 있었다.

분당에서 을지로로 출근하는 이상원 씨는 “지난 주에는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다”며 “협의도 없이 마음대로 줄서기 표지판을 지정하면 어떡하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취지에는 공감했다. 이상원 씨는 “평소 위험한 상황이 많이 연출돼 필요하긴 하다”며 “필요한 정책이지만 시민 불편이 계속된다면 다른 방향으로 안전을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버스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탑승하는 시민 ©조수연
버스정류소가 아닌 곳에서 탑승하는 시민 ©조수연

명동입구 버스정류소의 상황은 ‘버스 대란’ 때보다 나아 보였다. 현재 줄 서기 표지판이 유예돼 시민들은 이전처럼 탑승하고 있었다. 교통계도 요원들이 “9401번 타실 분 오세요!”라고 소리치거나 “차도로 뛰어들지 마세요!”와 같은 말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버스의 '열차 현상'은 계속됐다. 광역버스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승객을 태우고도 버스들이 출발하지 못했고, 그 뒤로 다른 광역버스들이 기다리는 상황이 계속됐다. 김종택 씨는 “이렇게 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지하철을 고려하기도 한다”며 “내일 퇴근길은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지하철로 가야겠다”고 푸념했다.

서울에는 명동과 을지로뿐만 아니라, 홍대입구, 광화문, 서울역, 사당역, 강남역, 잠실역 등 광역버스가 많이 모이는 곳들이 있다. 잠실역은 지하에 잠실광역버스환승센터를 둬 혼잡도가 개선된 사례다. 그렇다면 환승센터가 없는 상황에서 혼잡도를 완화한 사례는 없을까?
명동 입구에서 버스의 열차 현상은 계속됐다. ©조수연
명동 입구에서 버스의 열차 현상은 계속됐다. ©조수연

기자는 사당역의 사례를 전하고 싶어 명동과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를 다녀오고, 바로 사당역으로 향했다. 사당역은 수도권 남부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시민들의 관문으로, 수십 개의 광역버스 노선이 통과하는 곳이다. 수원과 오산, 평택, 용인, 화성 등 수도권 남부 핵심 도시와 배곧 같은 신도시로도 향한다.

하지만 사당역은 명동처럼 큰 혼잡이 빚어지지는 않는다. 비결은 바로 철저한 노선 분리에 있다. 과거 사당역에서 수도권 남부로 향하는 광역버스들은 사당역 4번 출구 앞 버스정류소에서만 승차해야 했다. 그러니 시민의 불편과 큰 혼잡을 일으켰고, 광역버스 노선들은 상황에 맞게 버스정류소를 옮기기 시작했다.
사당역 9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화성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조수연
사당역 9번 출구에서 시민들이 화성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조수연

다른 버스들은 버스정류소를 남쪽으로 200m 옮겼다. 화성으로 가는 3개 노선인 7790(협성대), 8155(경진여객차고지), 8156(향남주공18단지)와 7800(호매실) 버스는 사당역 9번 출구로, 화성 남부로 가는 1002(전곡항), 1008(현대기아연구소) 버스는 사당역 10번 출구로 옮겼다.

사당역을 경유하는 지선·간선 버스는 버스중앙전용차로에서 승하차하는 식으로 버스 노선을 대대적으로 분리해 혼잡도를 완화했다. 즉, 수십 개의 광역버스를 상당히 넓은 공간으로 분산해 혼잡을 완화했다.
사당역의 8507번 버스 정류소 ©조수연
사당역의 8507번 버스 정류소 ©조수연

한편, 서울시는 경기도와 협의하여 1월 안에 수원 방면(M5107, 8800, M5121, M5115) 버스용인 방면(5007) 버스의 경우 현재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광교에 위치한 우리은행 종로지점으로 승하차 위치를 변경한다. 9401번 버스는 명동입구 전 롯데영프라자 시내버스 정류소로 정차 위치를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명동입구 정류소로 진입하는 광역버스 중 5개 내외의 노선을 을지로와 종로 방면에서 즉시 회차하거나 명동 정류소에 무정차하도록 조정하여 도심 내부의 교통 혼잡을 줄일 예정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이러한 노선 조정이 이루어지면 명동입구 정류소 이용 일일 탑승객 수가 현재 9,500명에서 5,800명까지 약 60%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당역의 사례처럼 명동입구와 서울백병원 버스정류소도 광역버스를 분산시켜 시민의 혼잡도를 완화해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하루 빨리 교통혼잡이 해소되고 시민 안전이 확보될 수 있길 바란다.

시민기자 조수연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고, 서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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