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에 한 번, 야경에 두 번 반하다! '송현동 솔빛축제'의 낮과 밤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4.01.15. 11:33

수정일 2024.01.15. 11:33

조회 2,063

지난해 12월 15일 화려하게 개막한 ‘서울윈터페스타’가 긴 겨울날 많은 즐거움을 주고 있다. ‘환상의 빛으로 펼쳐지는 일곱 빛깔 프리즘’ 가운데 ‘송현동 솔빛축제’가 열리고 있는 열린송현녹지광장의 낮과 밤을 만나보았다.
눈 내린 열린송현녹지광장 ©이선미
눈 내린 열린송현녹지광장 ©이선미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때 만들어진 ‘땅소’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선미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때 만들어진 ‘땅소’가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했다. ©이선미

눈 내린 열린송현녹지광장에 들어서자 지평선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었다. 마천루 숲을 빠져나와 하늘이 환히 보이기 때문일까. 어쩌면 그래서 더 고요하고 깊어지는 공간이었다. 다른 해보다 눈이 자주 내린 덕분에 눈 쌓인 열린송현녹지광장을 걸을 수 있는 것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지평선을 마주하는 듯한 열린송현녹지광장 ©이선미
지평선을 마주하는 듯한 열린송현녹지광장 ©이선미

어둠이 내려앉으면서 열린송현녹지광장에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땅과 하늘 사이에 사람들이 가득했다. 곳곳에 설치된 많은 조형물 사이를 연인과 가족과 친구들이 오갔다. ‘송현동 솔빛축제’는 여섯 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지만 사실 광장을 이곳저곳 아무 계획 없이 둘러보는 것도 좋았다. 발길 닿는 대로 걷기도 하고 안내판을 보면서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다.
곳곳에 설치된 ‘송현동 솔빛축제’ 안내판을 보고 축제를 즐겨도 좋다. ©이선미
곳곳에 설치된 ‘송현동 솔빛축제’ 안내판을 보고 축제를 즐겨도 좋다. ©이선미

공예박물관 쪽에서 들어서면 ‘빛의 언덕’을 가장 먼저 만나게 된다. 지난해 제4회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때 만들었던 ‘땅소’를 오르내린다. 물이 가득했던 공간에는 자갈돌들이 채워지고 그 위로 만들어놓은 작은 연못에 빛이 반영되고 있었다. 연못가 나뭇가지에 달린 거울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더 반짝이는 빛을 만들었다.
작은 연못을 따라 빛의 언덕으로 올라간다. ©이선미
작은 연못을 따라 빛의 언덕으로 올라간다. ©이선미

연못을 지나 둔덕으로 오르자 형형색색 반딧불이가 사랑스럽게도 안겨들었다. 빛 속을 오르는 기분이 꽤 괜찮았다. 동화 나라의 환상 속을 걷는 것 같았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빛의 언덕 사잇길로 접어들면서 아이처럼 즐거워졌다.
둔덕을 따라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빛의 언덕’ ©이선미
둔덕을 따라 반딧불이가 반짝이는 ‘빛의 언덕’ ©이선미

언덕을 내려오면 ‘빛의 길’이 이어진다. 한 그루 소나무를 둘러싸고 앙증맞은 조명이 불을 밝힌 길로 접어들었다. 무릎 높이의 불빛들은 깊은 어둠을 밝혀주는 숲의 정령 같다.
소나무를 둘러싸고 어둠 속 정령 같은 작은 조명이 ‘빛의 길’을 밝힌다. ©이선미
소나무를 둘러싸고 어둠 속 정령 같은 작은 조명이 ‘빛의 길’을 밝힌다. ©이선미

낮에도 재미있는 포토존 노릇을 톡톡히 하는 ‘빛의 산책’은 밤이면 무지갯빛으로 물들어 더 화사한 공간이 된다. 추운 겨울 저녁 구름 같은 조형물 주변으로 온기가 느껴졌다.
뭉게구름 같은 ‘빛의 산책’ 주변은 따뜻해 보였다. ©이선미
뭉게구름 같은 ‘빛의 산책’ 주변은 따뜻해 보였다. ©이선미

광장의 넓은 부분에 조성된 ‘그림자숲’은 한 편의 서사시처럼 펼쳐져 있다. 소나무를 형상화한 조형물이어서 그런 것일까? 소나무 램프로부터 퍼져나오는 방사형 그림자 때문일까? 그림자숲은 오묘한 분위기로 다가왔다.
소나무 숲을 형상화한 ‘그림자숲’에서 시민들은 각기 다른 느낌으로 카메라 렌즈 안에 담는다. ©이선미
소나무 숲을 형상화한 ‘그림자숲’에서 시민들은 각기 다른 느낌으로 카메라 렌즈 안에 담는다. ©이선미

지금은 평지로 보이지만 조선시대에 이곳은 소나무가 울창한 고개였다. 경복궁을 지을 때 지세가 약한 동쪽을 보완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소나무 숲을 조성했다. 그 때문에 소나무 고개, 솔재라는 뜻의 송현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송현동 솔빛축제의 주인공은 소나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은 옛날처럼 울창한 소나무 숲이 없지만 남산 후계목 소나무가 명맥을 이어주고 있다. 오래전 이야기를 기억해 볼 수 있는 ‘그림자숲’에서 문득 역사를 걷는다.
‘그림자숲’을 거니는 시간은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길이다. ©이선미
‘그림자숲’을 거니는 시간은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길이다. ©이선미

열린송현녹지광장을 빙 둘러 놓인 하얀 벤치 아래에서 안개가 터져나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몽환적인 풍경을 선물했다. 안개가 세게 터질 때마다 아이들은 환성을 질렀다. 안개 속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어른들도 덩달아 즐거워했다.
송현동 솔빛축제에서는 안개가 쏟아져 더욱 즐겁다. ©이선미
송현동 솔빛축제에서는 안개가 쏟아져 더욱 즐겁다. ©이선미

‘빛의 소리’에 설치된 조형물 아래 들어서면 바람과 파도,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시민들은 마치 무대 위 조명 아래 선 것처럼 사진을 찍었다.
눈으로 보기에도 멋진 조명 안으로 들어가면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선미
눈으로 보기에도 멋진 조명 안으로 들어가면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선미
하얀 트리가 퍼져나오는 미스트 덕분에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선미
하얀 트리가 퍼져나오는 미스트 덕분에 더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선미

커다란 오방색 복주머니를 따라 들어선 카페테리아에는 따뜻한 군밤과 군고구마, 붕어빵을 비롯해 겨울 간식들이 마련돼 있었다. 시민들은 따뜻한 실내에서 음식을 먹으며 한기를 녹이기도 했다.
인기 있는 포토존인 복주머니를 따라 카페테리아로 들어섰다.©이선미
인기 있는 포토존인 복주머니를 따라 카페테리아로 들어섰다.©이선미

복주머니 바로 앞 부스에는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로 만든 발효액과 잼, 조청 등이 있었다. 싸라기눈이 흩날리기 시작해 더 추워진 몸이 대추생강차 한 잔에 금세 따뜻해졌다.
직접 농사지어 만들어 나온 발효액과 잼, 조청 등을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다. ©이선미
직접 농사지어 만들어 나온 발효액과 잼, 조청 등을 시음하고 구입할 수 있다. ©이선미

넓은 광장 한구석에 설치된 카페테리아는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 같은 분위기였다. 해마다 이런 느낌을 만날 수 있어도 좋겠다 싶다.
송현동 솔빛축제에서는 ‘2023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송현동 솔빛축제에서는 ‘2023 서울 상징 관광기념품’도 만날 수 있다. ©이선미
송현동 솔빛축제는 오는 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송현동 솔빛축제는 오는 1월 21일까지 이어진다. ©이선미

2022년 10월, 110년 만에 시민들에게 개방된 열린송현녹지광장의 ‘송현동 솔빛축제’는 ‘2023 서울윈터페스타’를 맞아 올해 처음 열린 빛축제다. 처음 만난 공간에서 첫선을 보이는 축제여서 더 반갑고 더 신선하다. 오는 21일이면 38일 동안 이어진 축제가 막을 내린다. 며칠 남지 않은 송현동 솔빛축제에서 ‘자연의 빛과 그림자’를 한 번은 꼭 만나보기를 추천한다.

2023 송현동 솔빛축제

○ 기간 : 2023. 12. 15. ~ 2024. 1. 21.
○ 위치 : 서울시 종로구 송현동 48-9 열린송현녹지광장
○ 교통 :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도보 3분
○ 운영시간 : 11:00~22:00(조명 연출 18:00~22:00)
누리집
○ 문의 : 02-6258-0310

시민기자 이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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