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안전모가 이렇게 예쁘고 튼튼할 수가! 그 비결은?

시민기자 김윤경

발행일 2023.01.10. 15:31

수정일 2023.01.10. 16:48

조회 3,070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육성 사업 지원을 받은 딕션비의 '건설 현장 안전모' ⓒ김윤경
서울시의 공공디자인 육성 사업 지원을 받은 딕션비의 '건설 현장 안전모' ⓒ김윤경

2018년부터 시작된 서울시 ‘WE UP 프로젝트’역량 있는 디자인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공공디자인 전문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 육성하는 사업이다. 스타트업이 가진 참신한 아이디어를 공공디자인으로 개발해 실제 현장까지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서울시는 ‘WE UP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기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결과물을 구현하고, 공공디자이너를 매칭해 디자인 컨설팅과 경영전략 교육 등을 지원해 왔다. 지난 12월에는 그동안 참여한 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WE UP 네트워킹 데이’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동안 ‘WE UP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 디자인 스타트업들은 서울우수공공디자인 인증, 특허출원, 우수디자인(GD) 출품 등에서 가치를 인정 받았으며,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 중 스타트업 딕션비(DICTION_B)의 ‘건설 현장 안전모’도 2022년 서울시 ‘WE UP 프로젝트’ 선정작으로 지원을 받았다.
딕션비 이보아 대표가 안전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경
딕션비 이보아 대표가 안전모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경

“저희 아이디어로 건설 현장이 좀 더 안전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 ” 홍대에서 만난 딕션비의 이보아 대표는 자신들이 고안한 안전모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가 가져온 커다란 가방에서 꺼낸 네 가지 색의 안전모는 디자인은 물론 내구성도 튼튼해 보였다. 

“디자인은 물론이고 안전에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내구성과 강도, 통기성 등을 고려했고요. 반사판을 부착하고 눈에 잘 띄는 몇 가지 색으로 만들어 업무에 따라 색을 달리해 쓸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플래시나 고글 등을 안전모에 부착할 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고안했고요.”
디자인과 안전성 모두 신경 써서 제작한 '건설현장 안전모' ⓒ김윤경
디자인과 안전성 모두 신경 써서 제작한 '건설현장 안전모' ⓒ김윤경

‘건설현장 안전모’는 크게 안전, 편의, 기능성에 초점을 두었다. 안전모 윗부분에 통기구를 배치해 열과 공기를 빨리 배출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빗물 등이 내부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통기구 각도도 고려했다. “열을 받으면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잖아요. 그래서 위 정수리 부분을 뚫어 통기구로 만들었어요. 디자인을 높게 하면 낙상 등 충격에 이중 방지 효과까지 볼 수 있어요.”

앞·뒷면에 반사판을 부착해 어두워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했으며, 내부는 코르크 소재의 완충재를 사용해 이중 보호 효과와 땀과 열 흡수를 최적화시켰다. 이에 더해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픽토그램과 시각적 표현으로 올바른 안전모 착용과 관리를 안내하는 체크 리스트를 개발했다.
처음엔 탁구공 같은 모형(오른쪽)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안전모(왼쪽)로 완성했다. ⓒ김윤경
처음엔 탁구공 같은 모형(오른쪽)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최종 안전모(왼쪽)로 완성했다. ⓒ김윤경
직접 안전모를 사용하는 현장을 찾아가 이용자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보아
직접 안전모를 사용하는 현장을 찾아가 이용자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이보아

지금 제품은 여러 모형을 거쳐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두 달 이상 현장에 나가 직접 근로자들에게 안전모에 대한 의견을 받아 개선해 왔다. 

"작업하시는 분들이 직접 써보고 말씀 주신 의견을 반영했습니다. 저희가 아무리 여러 번 써본다 해도 현장에서 사계절 안전모를 사용하시는 분들 만큼 문제점을 파악하기는 어렵겠죠. 그래서 군대나 건설 현장 등에서 안전모를 사용해본 남성, 공사 현장 근로자 등 다양한 분들을 찾아 의견을 들었습니다."

딕션비는 작년 디자인 대학원 동기들와 함께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고 바로 ‘WE UP프로젝트’에 선정되어 프로젝트에 집중해 왔다. 틈틈이 종로문화재단이나 용인시의 셉티드 마을사업, DDP 등에서도 전시 디스플레이를 했다. 특히 DDP 전시는 모두 종이로 구성해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고 한다.  

“건설 현장 안전모 디자인은 아직 상용화되지는 않았어요. 상용화되려면 제작 틀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꽤 반응이 좋아요. 그래서 우선 디자인 어워드에 출품을 고려하고 있어요. ”
노력과 소통으로 탄생한 'WE UP 프로젝트' 건설 현장 안전모 ⓒ김윤경
노력과 소통으로 탄생한 'WE UP 프로젝트' 건설 현장 안전모 ⓒ김윤경

‘WE UP 프로젝트’를 하면서 좋았던 점은 무엇인지 묻자, 이보아 대표는 "개인적으로 홍보가 돼 좋았다"고 답했다. 직접 딕션비를 검색해 봤는데, 서울시 보도자료를 통해 많은 미디어 매체에 소개됐다. 

단, 아쉬운 점이라면 딕션비가 안전모만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훌륭한 안전모를 만들었지만, 이보아 대표의 궁극적인 목표는 여기에 국한되지 않는다.  

"공공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시각 문화, 공간 컨설팅 등을 통해 사회 환경의 올바른 변화를 추구하고 싶어요. 제가 20년 가까이 몸담았던 미디어 출판 역시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거든요. 얼마 전, 한 국립미술관에서 QR코드를 접했는데, 시각장애인들에게는 누군가가 QR코드 위치를 알려줘야겠더라고요. 이런 점이 아쉬워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를 담은 공공디자인이 필요한 이유죠."

점점 우리 생활 곳곳에서 공공디자인을 만날 수 있다. 이런 공공디자인이 세상을 밝게 해 준다는 점에서 무척 흐뭇하다. 더 많은 아이디어가 나와 지속적으로 우리 모두의 생활을 안심할 수 있고 편리하게 만들어 주길 바란다. 덧붙여 딕션비에서 만든 ‘건설 현장 안전모’가 앞으로 상용화되어 실제 현장에서 쓰이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시민기자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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