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수국수국, 서울숲으로 오세요!

시민기자 이선미

발행일 2021.06.22. 13:07

수정일 2021.06.22. 17:40

조회 5,991

장미꽃 흐드러지던 오월도 지나 이제 초여름이다. 봄날 사방에서 피어나던 꽃들이 이제 잠잠해졌다. 그렇다고 꽃이 없는 건 아니다. 청초한 모습으로 동글동글 모여 피는 수국은 6월이 가장 아름답다. 서울 시내에서도 방문하기 쉬운 수국 명소가 있어 다녀왔다. 
서울숲 군마상 주변에서도 여름이 물씬 느껴진다. ⓒ이선미
서울숲 군마상 주변에서도 여름이 물씬 느껴진다. ⓒ이선미

튤립이 가득 피었던 서울숲에 수국이 피고 있다. 지난해 ‘느린 산책의 정원’이라는 이름의 오솔길이 마련됐다.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수국을 만나기에는 결코 부족함이 없었다. 잔디광장 뒤편, 어린이놀이터 가는 길에 아담하게 자리한 수국길에 들어섰다.
‘느린 산책의 정원’ 수국길 ⓒ이선미
‘느린 산책의 정원’ 수국길 ⓒ이선미

날이 흐려서 말 그대로 ‘느린 산책’에 더 어울렸다. 오가는 시민들이 수국길을 보곤 반색했다.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는 다채로운 색과 형태의 꽃들 속에서 시민들은 저마다 어울리는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다. 
수국길에서는 누구나 꽃과 잘 어울렸다. ⓒ이선미
수국길에서는 누구나 꽃과 잘 어울렸다. ⓒ이선미

수국은 토양에 따라 색이 변한다. 산성이면 청색, 알칼리 토양에서는 붉은색, 그리고 중성에서는 흰색 꽃이 많아진다. 또한 꽃 자체의 색도 시시각각 달라진다. 처음 필 때는 흰색이었던 색이 점차 청색이 되었다가 보라색, 붉은색으로 이어진다.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수국들 ⓒ이선미
다양한 색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수국들 ⓒ이선미

이런 특성 때문에 수국의 꽃말 가운데 하나가 ‘변덕(흔들리는 마음)’이다. 재미있는 건 또 다른 꽃말로 ‘진심’도 있다는 것이다. 변덕과 진심,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둬야 할까.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선미
크지 않은 정원이지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선미
느린 산책의 정원 수국길 ⓒ이선미
느린 산책의 정원 수국길 ⓒ이선미

수국길에는 구불구불 산책로를 내고 벤치를 놓았다. 화단 경계를 나무로 둘러 한결 분위기가 살아났다. 
구불구불 오솔길이 호젓한 수국길 ⓒ이선미
구불구불 오솔길이 호젓한 수국길 ⓒ이선미

‘겨울정원’과 ‘느린 산책의 정원’

지난해 봄, 서울숲에 두 개의 정원이 새로 생겼다. ‘겨울정원’과 ‘수국길’이다. 비교적 이용 빈도가 낮은 공간을 재조성했다.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만드는 게 아니라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태적 공간을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키 큰 나무가 아직은 키가 작은 수국들을 감싸는 듯한 ‘느린 산책의 정원’ ⓒ이선미
키 큰 나무가 아직은 키가 작은 수국들을 감싸는 듯한 ‘느린 산책의 정원’ ⓒ이선미

수국길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고 겨울정원 쪽으로 향했다. 숲이 황량해지는 겨울에도 시민들이 공원을 즐겨 찾도록 흰말채나무, 노란말채나무, 자작나무 등을 식재했다고 한다. 겨울정원의 진수를 만끽하려면 겨울에 꼭 서울숲을 찾아야겠다.
지난해 서울숲에 ‘겨울정원’과 ‘느린 산책의 정원’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선미
지난해 서울숲에 ‘겨울정원’과 ‘느린 산책의 정원’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선미

겨울정원에는 뜻밖의 이야기가 있었다. 정원 중앙에 통나무가 놓인 길들이 있는데, 아이들이 통통통 뛰어놀기도 하고, 의자로 이용할 수도 있는 길이다. 
개포동 재개발 아파트에서 잘린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서울숲 겨울정원의 일부가 되었다. ⓒ이선미
개포동 재개발 아파트에서 잘린 메타세쿼이아 나무가 서울숲 겨울정원의 일부가 되었다. ⓒ이선미

이 통나무는 원래 강남구 개포주공아파트 주변에 있던 메타세쿼이아로, 마을이 재건축되면서 잘리게 되었다. 40년 동안 개포동 사람들과 함께한 메타세쿼이아가 이제 서울숲 겨울정원의 일부가 된 것이다. 특별히 그루터기 하나는 그대로 겨울정원에 옮겨졌다.  
개포동 작은 산책로에 있었던 한 메타세쿼이아 그루터기가 겨울정원에 옮겨져 있다. ⓒ이선미
개포동 작은 산책로에 있었던 한 메타세쿼이아 그루터기가 겨울정원에 옮겨져 있다. ⓒ이선미

2005년 6월 시민들을 위한 공원으로 거듭난 서울숲은 그 이전의 흔적을 남겨 조성했다. 갤러리정원은 정수장 침전조의 구조물을 활용했고, 곤충식물원도 급속여과지 건물의 골조 위에 유리를 씌워 온실로 사용하게 되었다. 옛 건물의 자취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결 운치 있는 공간을 연출한다. 서울숲 입구의 군마상도 과천으로 이전한 서울경마장을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이다.
갤러리정원은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멋진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이선미
갤러리정원은 많은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멋진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이선미

서울숲 곳곳에 옛 기억이 있는 것처럼 오래된 나무가 또 다른 형태로 서울숲에 함께한다는 건 신선하고 반가운 일이었다. 
겨울정원 풍경 ⓒ이선미
겨울정원 풍경 ⓒ이선미

‘느린 산책의 정원’만이 아니라 서울숲 곳곳에 수국이 피고 있다. 호숫가 주변 산책로와 실개천에도 산수국이 톡톡 꽃을 피워내고 있다. 서울숲을 걷다 보니 여러 곳에서 ‘식물 절도도 절도입니다’라는 표지가 보였다. ‘가져간 수국을 제자리로 돌려주세요’ 수국 화분을 들고 가는 경우가 있는 모양이었다. 
‘식물 절도도 절도입니다’ 숲과 정원에 영 어울리지 않는 씁쓸한 상황이다. ⓒ이선미
‘식물 절도도 절도입니다’ 숲과 정원에 영 어울리지 않는 씁쓸한 상황이다. ⓒ이선미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폐쇄했던 나비정원과 곤충식물원, 생태숲 등이 다시 개방되었다. 숲속놀이터에서도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놀았다. 

서울숲 수국은 이제부터 한동안 피었다가 지기를 이어간다. 현재 개화 상황은 절반도 미처 안 되는 것 같다. 서울숲 ‘느린 산책의 정원’ 수국길을 찾아, 분주하고 번잡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 ‘느린 산책’을 하며 즐거운 힘을 얻어 보는 것도 좋겠다.

■ 서울숲

○ 위치 : 서울 성동구 뚝섬로 273
○ 휴무일 : 없음
○ 입장료 : 무료
○ 홈페이지 : https://seoulforest.or.kr/
○ 문의 : 02-460-2905

시민기자 이선미

서울을 더 잘 알아가면서 잘 전달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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